3조원대 주파수 경매 시작..007 작전보다 치열한 입찰실 풍경은?

이설영 2016. 4. 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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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시작가 2조5000억원 이상으로 낙찰가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가 시작됐다.

주파수 경매에 참여한 이동통신 3사는 앞으로 5~10년간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할 좋은 대역의 주파수를 최적의 값으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게 됐다. 특히 동시오름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주파수 경매는 과거 60분간 진행했던 경매 라운드 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들어 현장에서 직접 입찰을 진행하는 담당자들의 노련함과 정보력, 판단력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 "최선 다하겠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9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주파수 경매를 시작했다. 오전 8시에 TTA 입구에 도착한 SK텔레콤 임형도 상무는 "주어진 경매규칙에서 최선의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T 최영석 상무도 "최고의 LTE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경매에 나온) 모든 블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경매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강학주 상무는 "주파수 경매를 위해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고, 수차례 모의 경매를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필요한 주파수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매담합 봉쇄 위해 이통3사 화장실도 함께 못 쓴다
경매는 매일 오전 9시부터 TTA 지하에 마련된 3개의 입찰실의 각 방에 이동통신 3사 담당자가 들어가 진행한다. 사전에 반입이 허용된 물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지품은 보관대에 맡겨야 한다.

공통적으로 휴대폰 2대, 노트북 1대, 팩스 1대가 입찰실 반입물품이다. 휴대폰의 경우 사전에 미래부에 제출해 데이터통신 기능을 제거했고, 도청 검사도 받았다. 입찰실에 반입이 허용된 간 노트북도 통신망 연결 기능이 빠져있다. 인터넷 검색, e메일 주고받기 등 통신망을 활용한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입찰실에는 각 사별로 3명의 입찰자가 들어가고 미래부 관계자 2명도 각 입찰실에 배석한다. 각 방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어 이상행동을 할 경우 바로 포착된다.

방 중간에는 긴 탁자가 마련돼 있고 보통 한쪽 끝에는 통신사 관계자 3명이, 다른 한쪽 끝에는 미래부 직원 2명이 자리를 잡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

본사와 전략 논의를 위한 통화는 입찰실에 배석한 미래부 직원에게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미래부 직원이 함께 가야 한다. 회장실도 미리 각 이동통신회사별로 정해진 칸만 쓸 수 있다. 혹시나 생길 수 있는 경매담합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점심식사는 미래부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그래도 이번 경매에는 지난 2013년과 달리 미래부가 커피나 다과류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배려를 했다.

이번 경매의 라운드 당 입찰 시간은 40분이다. 기존에는 60분 이었는데 시간을 줄인 것. 40분 사이에 입찰실에 있는 이동통신사 담당자들은 상대방 회사의 입찰 내용을 파악하고, 본사의 자금담당, 네트워크 책임자, 최종 결정권자인 최고경영자(CEO)까지 의논을 거쳐 긴박하게 대처해야 한다. 경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상대방의 복잡한 전략을 가늠해 어던 대역에 얼마의 입찰금액을 제시해야 하는지 피마르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주파수는 데이터가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
주파수 경매에 이동통신 3사가 사활을 거는 이유는 주파수가 이동통신 품질을 좌우하는 기반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파수는 데이터가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 같은 개념이다. 넓은 도로에 더 많은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처럼, LTE 시대에는 넓은 주파수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빨리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주파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투자비 절감이다. 기존에 투자했던 대역이면 추가 투자가 그만큼 덜 든다. 이번 경매에 나온 주파수 대역(700㎒, 1.8㎓, 2.1㎓, 2.6㎓) 중 2.1㎓는 이미 이동통신 3사 가 LTE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어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대역이다.

2.1㎓는 기존에 SK텔레콤이 쓰던 주파수를 사용기간이 만료돼 내놓은 것이다. SK텔레콤은 2.1㎓를 다시 쓰는게 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반대입장으로 이 대역을 뺏어 새로 자신의 고속도로로 쓰겠다는 심산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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