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눈에 밟혀.." 미성년자 있는 부부 이혼 줄었다
-작년비중 44%…10년새 15%p 감소
-20년 부부 이혼은 6200건 최고
#1. 어린 아이가 있는 결혼 6년차 주부 A 씨. 그는 최근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도박 중독자 남편이 얼마 전엔 방월세 보증금을 끌어다 도박으로 탕진해 길거리로 쫓겨날 판이다.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결혼반지까지 파는 모습을 보고 없던 정도 다 떨어졌다.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이가 눈에 밟혀 망설이고 있다.
#2. 결혼 10년차 B 씨는 남편만 보면 답답해진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자신과 달리 남편은 꼼꼼하고 소심하다. B 씨는 “우리 부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다”며 “연애 기간엔 몰랐는데 남편의 부정적인 성격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학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쉽게 이혼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서울 부부의 이혼 비중이 최근 10년새 급격히 줄고 있다.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서울에서 아이를 다 키워놓고 2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들의 이혼 비중은 3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9일 서울시가 내놓은 ‘2015년 서울시 혼인ㆍ이혼통계’를 보면 지난해 1만8176쌍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나 전년(1만9477건)보다 6.7%(1301건)가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은 1.8건으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2건을 밑돌았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비중은 43.8%로 10년 전인 2005년(54.5%)보다 15.4%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들은 지난해 7965쌍이 이혼해 2005년(1만3844쌍)에 비해 절반수준(56.5%)으로 줄었다.
반면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건수는 6201건으로 4년 이하 부부(3750건)보다 1.7배 가량 많았다. 전체 혼인지속 기간별 이혼건수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34.1%로 껑충 뛰며 가장 높았다. 10년 전(22.2%)과 비교해볼 때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1.9%포인트 상승했다.
강문규ㆍ이원율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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