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고 은행 갑니다" 사라지는 '동네 점포'

김영민 기자 입력 2016. 4. 29. 10:55 수정 2016. 4. 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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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김영민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시중은행 입구에 붙여진 지점 통합 안내문 ⓒ데일리안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최모(40)씨는 최근 은행 마감시간 30분을 앞두고 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입구에 지점 폐쇄 및 통폐합 안내문을 보고 급하게 택시를 타고 약 4km 떨어진 지하철역 근처 지점까지 가서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1~2회 은행 업무를 보는 이모(52)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은행 출장소가 폐쇄돼 매번 버스나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 떨어진 은행 지점에 간다. 이에 이씨는 아파트 상가 내에 있는 타은행으로 주거래은행 변경을 고민 중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박모(65)씨는 급전이 필요해 적금을 해지하기 위해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 지점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씨가 해당 은행에 전화를 걸어 가까운 지점을 문의하니 버스로 다섯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를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적어도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은행 점포가 폐쇄되거나 통폐합되면서 주거래은행을 가기 위해 버스나 택시를 타는 것이 다반사다.

서울에서는 거주지(동네)에서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서 은행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문을 닫는 지점, 출장소가 늘어나면서 동네 점포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활성화 등에 따른 점포 방문객 감소로 지점 축소와 통폐합에 본격 나서면서 이른바 동네 은행 점포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운영되는 은행 지점 165곳이 줄었고, 올해도 100여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폐쇄된 지점이나 출장소 중 대부분이 거주지 내에 있는 '동네 점포'로, 동네 주민들이 은행까지 가는 거리가 그만큼 늘어나 관련 민원도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계좌 조회·이체 등은 간편하게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직접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봐야하는 경우가 많은 금융소비자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에게는 동네 점포 폐쇄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최씨는 "5~10분 거리에 두곳이나 있던 은행 지점이 지하철역 근처 지점으로 통폐합되면서 이제는 은행 창구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버스, 택시, 지하철 등을 이용해 20분 정도 가야 한다"며 "방문고객수가 줄어 점포를 줄이는 은행 입장도 이해하지만 무분별하게 줄이기 보다는 거주지 주민의 편의를 위해 거리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거주지 내에 있는 주거래은행의 지점이 폐쇄되면서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타은행의 지점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씨는 "수십년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했지만 자주 가던 지점에 폐쇄되면서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은행으로 변경할 예정"이라며 "은행 서비스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택해야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 지역에 여러개가 있던 점포가 통폐합되면서 공과금 마감 등 은행 창구업무가 몰리는 시기에는 그만큼 고객의 대기시간도 길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 운영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점포 방문객이 점점 줄어 지점을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고객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며 "같은 서비스라도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은행 점포 통폐합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은행 점포의 역할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지점이나 출장소를 폐쇄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고객의 니즈가 점차 복잡해지고 있어 은행 점포의 역할을 적절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면 은행 점포가 고객의 접근성을 높여 경쟁우위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며 "올해도 약 100개 정도의 점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복합점포, 특화점포 등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가장 많은 은행지점이 감소한 곳은 SC은행으로 283개에서 212개로 71개나 줄었다. 이어 우리은행 37개, KEB하나은행 27개, 국민은행 23개 등 순이다. 13개 은행이 운영하는 자동화기기도 2014년 4만6056개에서 지난해 4만5556개로 500개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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