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 공부하고 있는데.."조선해양학과 학생의 '좌절'(종합)

입력 2016. 4. 29. 10:29 수정 2016. 4. 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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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조선해양 학과·연구소 업황 악화에 '전전긍긍' 전문가 "불황은 유가 때문..호황 대비 인재 육성해야"
지난 24일 한 조선해양학과 학생이 공개된 SNS에 올린 글.
비내리는 STX조선해양.[연합뉴스 DB]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스마트십 모형.[연합뉴스 DB]
'가시밭길' 현대중공업 온산공장.[연합뉴스 DB]

대학 조선해양 학과·연구소 업황 악화에 '전전긍긍'

전문가 "불황은 유가 때문…호황 대비 인재 육성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조선해양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조선업이 살아나길 기도하지만,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미친 듯이 공부하다가도 의욕이 많이 사라져요."

한 대학교의 조선해양학과 재학생이 최근 대학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공감한다는 의미로 '좋아요'를 누른 학생은 43명, 이 페이지를 본 학생은 2천300여 명이다.

조선업 불황 여파가 조선해양 관련 학과를 둔 전국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대다수 대학과 학생들이 취업 및 진학률 하락을 체감하며 진로를 고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만간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호황에 대비해 맞춤형 인재를 육성할 시기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 '성가' 떨치던 조선학과 학생들 사기 저하

현대중공업이 세계 일류 프로젝트로 키웠던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는 한때 국내 최정상 진학률과 취업률을 기록하며 성가를 떨쳤으나 최근 된서리를 맞고 있다.

입학 경쟁률이 2012년 10.36대 1에서 2015년 6.24대 1로 떨어지고, 취업률은 작년과 재작년 75%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인 조선해양 업종 외에도 자동차, 기계·기술, 건설 등으로 취업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국 상위권을 유지해 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는 올해 2월 기준 취업률은 80% 수준으로, 공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졸업생 대부분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중심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 소식에 미취업 학생들은 "조선 관련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제는 다른 업종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빅3 조선소 불황에 학생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수업 분위기도 처진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는 조선업 불황이 지속하면 취업에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해기사 자격증이 주어지는 해사대학도 해운업계의 어려움으로 학내 분위기가 침체해 있다.

정원 450명가량의 해사대학 학생들은 해마다 100% 취업률을 기록했다. 해기사가 귀하다 보니 그동안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았다. 졸업생 대부분은 국내 대형선사를 비롯해 해외 선사나 한국선급(kr) 등 해운, 선박 관련 분야로 진출했다.

그런데 한진해운 등 국내 대형 해운사들이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이들마저 취업 등 향후 진로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 현대중 전담 울산창조센터, 조선해양 연구개발 '답보'

조선해양 관련 연구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울산대에 있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IT와 환경을 접목한 차세대 선박인 스마트십(smart ship)과 에코십(eco ship) 개발 등 국내 조선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전담해 지난해 7월 개소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애초 1천억원 이상의 펀드를 출연해 센터 운영에 나서기로 했으나, 경영악화로 펀드 조성이 늦어지면서 계획했던 사업이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하다.

현대중 등 국내 빅3 조선사가 특허와 원천기술을 개방해 중소기업과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려던 계획은 빅3는 물론 조선 관련 중소기업마저 생존 경쟁에 직면하면서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러나 직원 4명을 창조센터에 파견해 청년 창업과 사업화를 돕는 등 센터 지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래 수요에 대비해 10여 개 중소기업과 함께 스마트십(smart ship)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 상태가 개선되면 울산창조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연계해 스마트십과 에코십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며 "지금은 아산나눔재단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마루180'과 연계해 청년 창업을 돕는 플랫폼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황은 유가 때문…호황 대비 인재 양성해야"

대부분의 대학과 전문가들은 "조선업 불황이 유가와 국제 해운업의 침체 탓"이라며, "위기 뒤에 올 호황기에 대비해 인재양성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해양기술학부 조선해양공학 전공 박일흥 교수는 "위기는 국제유가와 해양플랜트 사업 침체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조선 외에도 국내 연구인력이 부족한 해양기술 쪽으로 스펙트럼을 넓혀 인재 양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대 조선기술과 김선일 교수는 "지금 국제유가는 배럴당 30∼40달러 정도인데 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앞으로 2∼3년 내 유가가 회복하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이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과거 오버 쉬핑(over shipping)의 반작용으로 현재 언더 쉽핑(under shipping) 상황이 왔다"며 "과잉과 결핍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최윤락 학부장은 29일 "바다가 있으면 배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배를 만들어야 한다"며 "불황일수록 대학이 더욱 정진해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상현, 이종민, 형민우, 박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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