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참사 30주년> 인적 끊긴 폐허에는 야생동물만

2016. 4. 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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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 통제구역으로 돌아왔지만 방사성 노출 위험 여전 자금난에 원전 방호벽 추가 설치·폐연료봉 처리시설 건설 난항
체르노빌 인근 도시 프리피야티에 버려진 인형 [AFP=연합뉴스]
체르노빌 통제구역에 서식하는 야생마들 [AFP=연합뉴스]
체르노빌 인근에 서식하는 스라소니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체르노빌 원전 추가 방호벽 건설 현장 [AFP=연합뉴스]
체르노빌 인근 도시의 버려진 건물 [AFP=연합뉴스]
체르노빌 원전 추가 방호벽 [AFP=연합뉴스]

일부 주민 통제구역으로 돌아왔지만 방사성 노출 위험 여전

자금난에 원전 방호벽 추가 설치·폐연료봉 처리시설 건설 난항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일컬어지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 오는 26일로 30주년을 맞이한다.

다량의 방사성 물질 방출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현지 주민 십수만명을 떠나게 한 사고의 흔적은 유령도시처럼 변한 원전 반경 30㎞ 안 통제구역 곳곳에 남아있다.

체르노빌에서 북쪽으로 20㎞가량 떨어진 도시 프리피야티에는 유치원의 녹슨 그네와 버려진 인형, 식사를 준비하다 황급히 대피한 듯 가정집 식탁에 그대로 남은 접시 등만이 한때 이곳에 사람이 살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적이 끊긴 덕에 야생동물들이 번성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 사람이 떠나자 야생동물 천국으로

현재 체르노빌 주변 통제구역에는 다양한 야생동물이 둥지를 틀고 있다.

황새나 참새, 비둘기 등 인간이 경작하는 곡식에 의존해온 동물은 자취를 감췄지만 큰 사슴 종류인 엘크와 늑대, 곰, 유럽들소, 스라소니, 흰꼬리수리 등 다른 토착종들은 참사 후에 다시 돌아왔다.

1990년에는 멸종 위기에 놓인 중가리아 말 몇 마리를 실험적으로 이 지역에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현재 수백마리로 늘어났다고 AFP는 전했다.

체르노빌 통제구역 내 동물들을 연구하는 생물학자 데니스 비시네프스키는 이런 현상에 대해 "환경 르네상스라고 할만하다"면서 "이곳 동물들은 수명이 짧고 새끼를 덜 낳는 경향을 보이지만 개체 수나 종류가 놀랍도록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랭커스터대 생태학연구소의 닉 베레스퍼드 교수도 "방사성 물질이라는 잠재적인 위험이 크지만 인간 때문에 총에 맞아 죽거나 서식지를 잃는 것보다 낫다"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체르노빌 주변 지역 생태환경에 대해 조심스럽게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지역에 살아남은 야생동물 수와 생존 가능성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높은 방사성 수치 때문에 체르노빌 주변 동물들이 암이나 선천적 기형 등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자료가 없는 상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의 팀 모서 교수는 특정 민감 염색체를 가진 조류와 나비가 사라지는 등 서식종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동물이 눈에 띈다고 정상 상황만큼 개체 수가 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돌아온 주민들 '고향에서 죽겠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30년 전 억지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도 돌아왔다.

6년 전 체르노빌 통제구역에 몰래 들어와 사는 마리아 로즈빈(69)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때문에 옮겨가 살던 마을에는 술주정뱅이나 마약 중독자들이 넘쳐났다. 그곳에 사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고 귀향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닭과 거위를 키우고 감자와 토마토를 심거나 숲에서 버섯을 따서 식량을 충당한다면서 "나는 두려울 게 없다. 내가 죽는다면 방사선 때문이 아니라 때가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제구역 밖으로 나가라는 당국의 설득에도 로즈빈 씨처럼 다시 정착한 주민들은 약 160여명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주민들은 '방사성 물질은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원전의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는 2천500여명의 근로자들이 4호기 원자로에 추가 방호벽 설치 마무리작업에 한창이다.

이 공사는 원전 4호기 폭발 직후 응급처치로 씌워진 콘크리트 방호벽 붕괴 가능성이 커져 방사성 물질 유출이 우려되자 이를 막기 위해 2010년 시작됐다.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작업 중인 기술자들 가운데에는 사고 직후 7개월에 걸쳐 콘크리트 방호벽을 세우는 데 참여했던 레프 보차로프 씨도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보차로프씨는 30년 전의 상황에 대해 "전쟁이 난 것 같았다. 모두가 도망쳤고 늦게 도망가면 (방사능 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됐다"고 회고했다.

당시 피해를 조사하기 위해 30㎝ 두께 통에 의지해 사고 원자로 안에 직접 들어가기도 했다는 그는 "(콘크리트 방호벽을) 가능한 한 견고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밀봉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높이 110m·폭 152m에 무게만 3만6천t에 이르는 거대한 철제 방호벽 건설 비용은 약 21억5천만유로(약 2조8천억원)로 주요7개국(G7) 등 40여개국 정부 기부로 충당했다.

그러나 폐연료봉 저장시설 공사에 1억유로가 추가돼야 하는 등 자금은 여전히 부족하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어진 경제난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WSJ는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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