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은 염소의 저주, 올해는 풀릴 수 있을까

김승훈 2016. 4. 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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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긴 저주.. 시카고 컵스, 현재 정규 시즌 1위
염소의 저주

[오마이뉴스 글:김승훈, 편집:곽우신]

▲ 염소의 저주 1945년, 빌리 사이어니스는 자신의 애완 염소를 데리고 관중석에 입장하려고 하지만 제지를 받고 끝내 퇴장당한다. 염소의 표까지 샀던 그는 저주를 내뱉고, 그 저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저주로 작용한다.
ⓒ 플리커
야구 역사상 신생 창단 팀들을 제외한 기존 우승 경험 팀 중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구단이 있다.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이다. 그들의 마지막 월드 챔피언 등극 시기는 1908년인데, 당시 한반도 역사적 시점으로 보았을 때 대한제국 순종 2년에 해당한다.

1876년에 메이저리그 역사가 시작되고 1901년에 양대 리그 체제가 시작되었다. 1903년에 월드 시리즈가 시작되었음을 고려하면 컵스는 초창기에 두 차례(1907, 1908) 챔피언에 오른 이후 줄곧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는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컵스는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메이저리그가 정식으로 시작된 첫 시즌부터 리그 챔피언에 오르는 등 16번 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월드 시리즈가 생긴 1903년 이후로 따졌을 경우 10번이다. 그리고 1945년에도 컵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등극하여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월드 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사소했던, 그러나 저주로 돌아온 한 관중의 퇴장

당시 월드 시리즈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번갈아 홈 어드밴티지를 얻는 시기였다. 올스타 게임에서 승리한 리그에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1945년에는 타이거즈가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갔기 때문에 컵스의 홈 경기장인 리글리 필드에서는 3차전부터 경기가 열렸다.

그러던 중 4차전에서 사건이 터졌다. 빌리 사이어니스라는 한 관중이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 필드에 입장하려 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경기장은 애완동물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지는 않던 시대였다. 심지어 사이어니스는 머피라는 이름의 염소의 입장권까지 구매하여 입장을 시도했다.

그런데 당시 컵스의 구단주 필립 K. 리글리는 악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사이어니스를 퇴장시킬 것을 지시했다. 끈질기게 우기다가 퇴장을 당하면서 사이어니스는 리글리 필드에서 월드 시리즈 경기가 열리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외치고 떠났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됐다. 당장 1945년 월드 시리즈부터 컵스는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타이거즈에 패했다. 그리고 그 1945년이 컵스에 있어서는 마지막 월드 시리즈가 되었고, 그 이후로 컵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패하며 월드 시리즈 진출 자격인 리그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후 컵스는 40년 가까이 포스트 시즌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당시의 포스트 시즌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부터 시작이었으니 최소 리그 2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동부와 서부 두 지구로 나뉜 뒤에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컵스는 1984년 오랜만에 지구 우승에 성공하며 다시 포스트 시즌에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컵스는 1984년을 포함하여 이후 7번 포스트 시즌에 진출(지구 우승 5회, 와일드카드 2회)하는 동안 여전히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등극하지 못했다.

특히 2003년 홈 어드밴티지를 얻고 와일드카드였던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와 격돌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도 상당히 아쉬운 시즌으로 남았다. 왕년의 에이스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 카를로스 잠브라노, 새미 소사 등 강력한 선수들로 포진되어 있었고, 조시 베켓(은퇴)에게 눌리며 1차전을 패했지만 이후 3경기를 모두 이기며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었다.

그러나 컵스는 5차전에서 다시 등판한 베켓에게 완봉승을 헌납하며 불운이 시작됐다. 여전히 시리즈 리드를 안고 리글리 필드로 돌아왔고, 6차전에서는 당시 18승 투수 프라이어가 선발로 등판했다. 하지만 8회 초 수비에서 루이스 카시티요의 타구를 모이세스 알루가 파울 존 관중의 방해로 잡지 못하면서 컵스가 다시 흔들렸다.

그리고 컵스는 7차전에 다시 등판한 케리 우드가 무너지고 베켓이 구원 등판한 말린스를 넘지 못했다(당시 베켓은 2003년 월드 시리즈 MVP). 염소를 퇴장시킨 이후 컵스가 월드 시리즈 문턱에 가장 가까이 갔던 순간이었지만 결국 저주를 넘지 못했다.

하나씩 풀리는 다른 저주, 컵스에게만 이어지는 재앙

그러는 동안 다른 팀들은 저주를 하나씩 풀어갔다. 1918년 월드 챔피언 등극 후 에이스였던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헐값으로 팔았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후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며 월드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테오 엡스타인이 단장으로 부임한 뒤 2004년 커트 실링의 핏빛 투혼에 힘입어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2005년에는 컵스의 연고지 맞수인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저주를 풀었다. 1919년 월드 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와 승부 조작을 통해 고의로 월드 시리즈를 패했던 화이트삭스는 이후 블랙삭스 스캔들로 인한 저주에 시달렸다.

이후 화이트삭스는 마크 벌리-존 갈랜드-프레디 가르시아-호세 콘트레라스로 이어지는 초호화 선발진을 구축했고, 이들은 LA 에인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두며 위용을 발휘했다. 그리고 창단 첫 월드 시리즈 진출 팀이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당시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를 상대로 4경기 만에 싹쓸이로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저주를 풀었다.

2006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중부지구 신설 후 첫 챔피언에 올랐고, 2007년에는 레드삭스가 다시 한 번 챔피언에 올랐다. 2010년부터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한 번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짝수 해의 기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레드삭스가 무려 95년 만에 펜웨이 파크에서 월드 시리즈 최종전에 승리했다. 2015년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도 30년 만에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이제 월드 챔피언을 한 차례 이상 경험한 팀 중 60년 이상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탈환하지 못한 팀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948년 챔피언)와 컵스뿐인데, 그래도 인디언스는 1997년까지 월드 시리즈에 나갔던 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컵스가 가장 불운에 시달리는 것임을 더 부각하는 기록이다.

희망을 보았던 2015년, 현재까지 흐름은 좋아 보여

이후 컵스는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던 엡스타인을 구단 사장으로 영입했다. 2012년 61승 101패에 그쳤던 컵스는 이후 철저하게 팀 구성원들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약팀 탬파베이 레이스를 강팀으로 변모시킨 조 매든 감독도 영입했다. 레드삭스에서 월드 챔피언을 2번이나 경험한 존 레스터도 데려왔다.

그리고 컵스는 2015년 정규 시즌 97승 65패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승률 3위에 올랐다. 전체 1위 카디널스와 2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까지 같은 지구에 소속된 바람에 97승을 거두고도 와일드카드 2위를 차지한 컵스는 그러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사이 영 상 수상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의 역투로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했다.

컵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거침없었다. 비록 레스터와 아리에타가 기대보다는 부진했지만, 카디널스를 상대로 3승 1패를 거두며 13년 만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기까지였다. 컵스는 메츠의 대니얼 머피의 뜨거운 방망이를 식히지 못했고, 맷 하비-노아 신더가드-제이콥 디그롬으로 이어지는 메츠의 원투스리 펀치를 넘지 못했다. 그리고 믿었던 레스터와 아리에타도 둘 다 4실점 하면서 시리즈 점수 0-4로 스윕을 당하고 말았다.

비록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스윕 패를 당했지만, 컵스의 2015년은 예년에 비하면 상당히 희망적이었다. 선발진에서 원투 펀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 주며 사이 영 상 투수를 배출했고, 매든 감독 역시 리그 감독상을 받았다. 게다가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신인상까지 차지했고, 2003년 이후 우드와 프라이어 등이 무너진 것과 달리 여전히 아리에타와 레스터가 건재하다.

일단 전체적으로 컵스의 팀 케미스트리가 압도적이다. 4월 23일(이하 한국 시각)까지 컵스는 13승 4패로 3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컵스는 최근 지난 시즌 경기를 포함하여 최근 1년 162경기 동안 무려 100승을 쓸어 담았다.

2016년 시즌에 들어와서도 컵스는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으며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105득점 38실점). 타선에서도 22개의 홈런(4위)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아리에타와 레스터가 버티고 있는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이 2.13으로 압도적이다.

특히 아리에타와 레스터의 원투 펀치는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자랑하고 있다. 2015년 정규 시즌의 마지막 13경기에서 노 히터 게임 한 차례를 포함하여 11승 무패를 기록했던 아리에타는 2016년에 들어와서도 또 한 번의 노 히터 게임을 달성하며 4전 전승 평균 자책점 0.87의 초인적인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2015년 개막전 선발이었지만 사이 영 상을 받은 아리에타에게 2016년 개막전 선발을 양보하게 된 레스터도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 자책점 1.98을 기록하고 있는데, 팀 타선이 침묵하며 1실점 하고도 패했던 18일 경기만 아니었으면 그 역시 개막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타선에서도 앤서니 리조가 타율이 저조(0.194)하지만 6홈런 17타점으로 팀 내 최다 홈런 및 타점 기록을 달리고 있다. 신인상을 받은 브라이언트도 4홈런 14타점으로 여전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덱스터 파울러는 무려 0.377의 압도적인 타율로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12타점). 그 외 선수들도 타율이 높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파워를 과시하며 팀 홈런 4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던 레드삭스도 2003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차전 접전 끝에 아쉽게 좌절을 겪었고,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2년째였던 2004년 저주를 푸는 데 성공했다. 당시 레드삭스 단장이었던 엡스타인은 단장 1년 차였고, 단장 2년 차에 저주를 풀었다.

엡스타인은 컵스 구단 사장으로 부임한 뒤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했지만, 기어이 컵스를 리빌딩하고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었다. 여기까지는 2003년의 레드삭스와 비슷한 흐름이다.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는 컵스가 과연 올해에는 71년 만에 월드 시리즈 진출을 이뤄내고 무려 108년 만에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야구 역사상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저주가 끊어진다면 최근 하락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흥행에도 큰 기폭제가 될 것이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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