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투어 "오빠는 파격 스타일"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새 트랜드는 파격."
골프는 보수적이다. 선수들에 대한 복장 규정부터 그렇다. 청바지는 아예 입을 수 없고, 민소매나 라운드 티셔츠도 금기사항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지난 2월 토마스 피터스(벨기에)가 제출한 프로필 사진을 수정해 물의를 빚었다. 원본 사진은 긴 머리칼이 휘날리고 있었지만 공식 웹사이트에는 머리칼을 짧게 자른 모습이었다. "단정치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요즘에는 그러나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더 나아가 '이단아'까지 등장했다. 유럽프로골프(E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대표적이다. 히어로인디언오픈에서 모자 대신 헤드밴드를 착용하고 필드를 누벼 '골프계의 라파엘 나달'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PGA투어는 "테니스선수 같다"는 반응을 내놨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같다"는 조롱을 곁들였다.
PGA투어는 아직까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타이 보토 PGA투어 부사장은 "지금으로서는 선수 복장 규정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로는 아마추어골퍼와 차별화된 외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복장을 비지니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파격을 주도하고 있는 '신세대 아이콘' 리키 파울러(미국)다. 평소 화려한 오렌지컬러 의상에 힙합스타일의 모자와 바지 등을 즐기는 선수다. 2016년 첫 무대 현대토너먼트에서는 '조거(jogger)'를 입고 나타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끝단에 고무줄이나 밴드를 넣어 살짝 조이게 만든 트레이닝복 스타일 바지다. '농구화 스타일' 골프화를 가미해 마침표를 찍었다.
소속사인 푸마골프의 타이탄투어 이그나이트를 기본으로 목이 높은 형태다. "농구화, 부츠 같다"는 촌평이다. 스파이크가 없는 '하이브리드 열풍'을 넘어서 첨단 골프화시대까지 개막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미셸 위(미국)가 '하이톱 슈즈'로 가세했다. ANA인스퍼레이션 프로암대회에서는 호피 무늬 신발을 착용했다. "발목 보호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PGA투어가 올해부터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에 한해서 반바지 착용을 전격 허용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어니 엘스(남아공) 등 베테랑 선수들이 앞장서 짧은 바지를 입고 있고, 투표를 통해 '선수들이 편해질 권리'를 점점 늘리고 있다. 조던 스피스(미국)가 "PGA투어에서도 보고 싶은 광경"이라고 부러워하고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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