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속 바다 철길 건널목, 바로 여기

서규호 입력 2016. 4. 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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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호의 낭만 일본기차여행 ⑧] 도쿄 근교의 기차 여행 에노덴

[오마이뉴스 글:서규호, 편집:박혜경]

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에노덴의 모습.
ⓒ 서규호
도쿄 근교 기차여행의 진수는 녹색 전차 에노덴(江ノ電)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말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열차를 타고 에노시마(江ノ島)와 가마쿠라(鎌倉)를 여행합니다.

아침에 신주쿠(新宿)역에서 에노시마·가마쿠라 프리패스를 구입하고(신주쿠 출발기준 1470엔) 오다큐전철(小田急電?)을 타고 후지사와(藤?)역까지 이동합니다. 이 구간은 마치 우리나라 전철 서울역 인천구간의 느낌처럼 시내를 통과합니다.

주말의 후지사와역에는 에노덴을 타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환승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사람들이 몰려 가는 쪽으로 가면 100% 확실합니다. 에노덴이란 한자만 미리 알고 있어도 어렵지 않습니다.

후지사와역은 단선으로 두 개의 플랫폼이 있습니다. 열차가 정차하면 한쪽은 승차전용 홈, 반대쪽은 하차 전용 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찰구를 지나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가 승차전용 승강장 문이 열리면 탑승합니다. 

 에노덴 관광의 거점인 에노시마역.
ⓒ 서규호
 관광객들이 찾는 에노시마역의 개찰구.
ⓒ 서규호
에노덴은 1902년에 개통한 전통이 살아있는 사철(私?)로 후지사와역에서 출발해 가마쿠라역까지 10km로 열 다섯 개의 역이 있습니다. 소요시간도 34분 정도의 아주 짧은 코스이지만 그 코스마다 관광지와 멋진 촬영 스팟이 있습니다. 천천히 쇼난 해안을 달리며 자동차와 같이 운행하기도 하고, 마을 골목 사이를 지나 열차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합니다.

이 열차가 유명한 것은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곳이기 때문이죠. 후지사와역을 출발한 에노덴은 덜컹거리며 각 역을 지나갑니다. 천천히 남쪽을 향해 10여 분 달리면 첫 번째 목적지인 에노시마역(江ノ島)에 도착합니다.

 에노덴 95주년 기념 10형 전차.
ⓒ 서규호
에노시마역에 하차해 천천히 걸어 에노시마로 향합니다. 바다와 연결된 섬인 에노시마는 쇼난해안이라고 불리는 바닷가가 있는데 도쿄 근교에서 서핑을 하기 가장 좋은 해안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서퍼들이 찾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서퍼들이 즐겁게 서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에노시마로 들어가는 길에는 맛있는 당고를 판매합니다. 꼭 들러서 맛보세요.

에노시마신사의 붉은 도리이(鳥居)가 보이면 우리가 왔던 길이 뒤로 보입니다. 에노시마의 상징인 높이 60m의 에노시마 전망대 등대에 오르면 태평양이 한눈에 보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 바로 이곳 전망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볼거리인 류렌노가네(龍?の鐘)는 사랑하는 연인이 같이 종을 치면 행복해지는 곳입니다. 여기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많이 있답니다.

다시 에노시마역으로 돌아오니 새로운 전차가 나타납니다. 10형 전차로 '에노덴 9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레토로(レトロ)전차입니다. 외관은 오리엔탈급행 열차를 닮은 파란색이며, 내부는 중후한 분위기가 느껴지게 구성되어 있는데, 정말 운이 좋게 탈 수 있었습니다.

 가마쿠라코코마에 에노덴과 바다. 에노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 서규호
열차는 이제 드디어 에노덴 최고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가마쿠라코코마에(鎌倉高校前)역에 도착합니다. '관동지방 역 100선'에도 뽑힌 역인데 하차하면 그 이유를 알게 되죠. 

쇼난해안을 달리는 2차선 국도 바로 옆에 위치한 역으로 멀리 에노시마가 보이고 석양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하차 후 바닷바람을 맞는 느낌! 너무나 상쾌합니다. 역에서 내려 100m쯤 내려오면 만화 <슬램덩크>에서 나왔던 주인공이 서 있던 철길 건널목이 나옵니다. 역 이름도 만화상으로 '능남고교앞역'입니다.

만화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6년 동안 일본 만화 잡지 <소년점프>에 연재되면서 일본 내에서만 1억 3천만 부 이상 팔리고 한국에서도 많이 본 만화입니다. 이 건널목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실제로 에노덴이 지나갈 때 신혼부부들이 여기서 웨딩 촬영까지 합니다.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서 사진을 찍어 보는 건 어떠실런지요.

날이 좋으면 역에서 에노시마 넘어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도 보입니다. 가마쿠라코코마에역에서 출발한 에노덴은 노면전차가 되어 도로 위를 달리기도 합니다. 열차를 타고 골목을 지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음으로 하세(長谷)역에 도착합니다. 이곳에는 가마쿠라의 상징인 코도쿠인 다이부츠(高?院 大?)가 있습니다. 하세역에서 도보 10분이면 만나는데 대불의 크기가 11.31m나 됩니다. 얼굴크기만 2.25m라니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대불을 뒤로하고 에도덴을 타고 마지막 역인 후지사와역에 도착합니다. 바다와 도시의 작은 골목으로 떠나는 열차여행 이번 주 주말 도쿄로 에노덴을 타고 떠나는 열차여행은 어떨까요?

 고풍스러운 전통의 에노덴 모습.
ⓒ 서규호
유용한 패스

- 에노시마·가마쿠라 프리패스(江ノ島ㆍ鎌倉 フリ?パス)
http://www.odakyu.jp/korean/deels/freepass/enoshima_kamakura/
신주쿠역 출발기준 1470엔 
에노덴 전 열차 및 오다큐센 일반열차(신주쿠-후지사와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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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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