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리포트]'무리뉴 우승' 깃든 포르투에서, 한국인 "쑥"이 뛰고 있다
김현기 입력 2016. 3.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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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으로 앞서던 FC포르투 사령탑 주제 페세이루 감독은 후반 17분과 22분 연속골을 내주고 2-2를 허용하자 터치라인 밖에서 몸을 풀던 한 선수를 왼쪽 검지로 정확하게 표시하며 호출했다. 지난 1월 한국인 최초로 포르투 유니폼을 입은 공격수 석현준(25)이었다. 후반 29분 투입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추가시간을 합쳐 20분 안팎. 하지만 석현준은 후반 41분 헤수스 코로나의 천금 같은 결승포를 어시스트하며 짧은 시간 자신을 기용한 페세이루 감독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주춤했던 그는 다시 반등곡선을 그렸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질주하고 포효했다.
◇무리뉴 우승 사진 있는 곳에서…한국인이 뛴다
포르투와 우니앙 다 마데이라가 정규리그 26라운드에서 격돌한 포르투 홈구장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용의 경기장’이란 뜻을 갖고 있는 이 구장은 지난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을 위해 건설된 얼마 안 된 최신식 건물이다. 그러나 구장 내부를 들어가면 1893년 창단되어 123년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포르투갈 1부리그 우승 27회에 빛나는 역사가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프레스센터 앞쪽부터 선수단 버스가 들어오는 구장 중앙 게이트까지 100여m 남짓한 벽에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숱한 유럽 명문들을 쓰러트리고 정상에 오른 2004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사진 등이 찬란한 포르투의 과거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 구장에 용처럼 솟아오르는 한국 선수가 지난 1월 등장했다.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맹활약, 포르투로 이적한 석현준이 그 주인공이다. 기존 공격수 뱅상 아부바카르(카메룬)와 치열한 원톱 다툼을 벌이는 그는 최근 정규리그 두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자 이날 마데이라전에서 다시 후보로 대기했다. 하지만 후반 막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환하게 웃었다. 자신도 살면서 팀도 구한 값진 공격포인트였다. 후방에서 온 중거리 패스를 받은 석현준은 상대 수비 견제가 심한 상황에서 앞에 있던 코로나에게 내줬다. 코로나의 중거리포가 원정팀 골망을 출렁이면서 석현준은 포르투 입단 뒤 첫 도움(2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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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쑥” 석현준은 ‘포르투맨’이 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포르투갈 1부리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밤 늦게까지 활동하는 라틴계 취향을 반영한 듯 킥오프 시간은 상당히 늦은 오후 8시45분. 약팀과의 대결이라 경기 시작 15분 전까지도 한산하던 이스타디우 다 드라강은 어느 새 2만 가까이 들어차 북적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꽉 들어차 황금색 띠처럼 보인 스카이박스였다. 관중들은 솔직함을 감추지 않았다. 2-2가 된 뒤 상대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않는, 이른 바 ‘침대축구’를 하자 포르투 관중들은 휘파람을 크게 불며 야유를 이어나갔다. 무서운 것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포르투 선수가 몇 차례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하자 사정 없이 비판을 가했다는 점이다. 경기 직후 만난 석현준은 “그래서 포르투다. 나 같은 공격수가 1~2경기 골 못 넣으면 바로 비난이 나온다”고 했다.
석현준은 영문 성인 ‘SUK’를 등번호 위에 단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그런 석현준을 “쑥”이라고 부른다. 이날도 한국 취재진이 오갈 때면, 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쑥, 쑥”하는 팬들이 많았다. 구단 홍보 담당자인 페드로 아모림은 “아시아 선수답게 예의가 바르고 성실하다. 기량도 훌륭해서 구단 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한다”고 칭찬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석현준은 “(아부바카르와)경쟁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직 팀 승리에만 초점을 둔다”면서 “오늘도 내 공격포인트보다 포르투가 이겨 좋았다. 좋은 선수가 너무나 많은 포르투에선 내가 에이스가 될 수 없다”며 웃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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