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봄날의 청춘]① 먹고대학생? 입학과 동시 스펙쌓기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문제원 수습기자, 권재희 수습기자]'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미취업)' 등의 신조어가 예사말이 아닌 현실에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일찌감치 취업 전선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캠퍼스의 낭만은 사치에 불과하고 '먹고대학생'이라는 말은 전설이나 다름없다. 이제 막 '봄날'을 맞은 청춘들에게 현실은 그저 시리기만 하다.
대학 신입생이 된 이의진(20ㆍ서강대)씨는 수능이 끝난 지 한 달 만에 토플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었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해외 교환학생을 가려고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그는 "아직은 막연하지만 요즘 취업이 힘들다는 얘기가 많아서 미리 교환학생 준비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가 끝나고 한숨 돌릴 수 있을 줄 알았던 신입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다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과거 대학 고학년에게만 해당됐던 '스펙 경쟁'이 저학년을 지나 신입생에게까지 번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청년실업률은 9.5%로 2000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청년 구직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강대학교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저학년 때부터 진로 준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입생들이 찾아와 취업 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귀띔했다.
학점이나 어학점수 등 기본적인 스펙은 신입생 때부터 미리 관리해야 하는 항목이 된지 오래다. 서동주(20ㆍ서강대)씨는 "시간표를 짤 때 듣고 싶은 수업보다는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신청했다"며 "선배들에게 물어보거나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가면 학점 잘 주는 교수님이 누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촌 YBM어학원 관계자는 "대학교 안에서 하는 토익ㆍ토플 강의에는 수강자의 절반이 16학번일 만큼 신입생들의 참여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어학점수와 학점 등 기존에 중시되던 스펙뿐 아니라 개성 있는 채용 평가를 도입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도 늘고 있다. 계명대학교에 재학중인 김용진(22)씨는 1학년 때부터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을 했다. 그는 "구체적인 진로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무엇이라도 경력을 쌓아두면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 활동중 지역 신문에 단신으로 실린 기사를 모두 스크랩해 뒀다. 그는 "취업 준비를 할 때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 대학교에서 홍보대사 활동을 한 박모(27)씨는 "반드시 특정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것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잘 하지 않는 활동을 하면 훗날 이력서를 작성할 때나 면접을 볼 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학생 홍보대사 중에도 1학년 때 지원하는 비중이 30%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스펙 쌓기의 저학년화는 과도한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의 20대들은 대학 입학 전부터 경쟁적이고 목표 지향적으로 길러져왔기 때문에 스펙 압박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과에 매달리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구조가 문제"라며 "대학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찾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취업을 할 때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사회분위기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권재희 수습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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