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國代서 프로볼러로 변신한 쌍둥이 자매

피주영 2016. 3.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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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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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막 두근 거려요. 우리 둘, 태어나서 처음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뛰고 있거든요."

김혜선(25)과 김혜정(25)은 활짝 웃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볼링에 입문한지 5개월 만에 당당히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육상 선수 출신 쌍둥이 자매다. 스물 네살에 뒤늦게 볼링공을 잡았지만 좋은 체격과 운동신경 덕분에 기존 프로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열린 2016 브런스윅·아마존수족관컵 프로볼링대회에 프로에 데뷔했다.

"운동 선수 출신이다보니 승부욕은 있는데 뜻대로 안 된 것 같아요. 익숙한 종목이 아니다보니 굉장히 떨리더라고요."

김혜정은 기대감에 차 있었다. 이제 막 프로볼러의 세계에 뛰어든 쌍둥이 자매를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의 한 볼링장에서 만났다.

쌍둥이지만 달라도 너무 달랐다. 30초 먼저 태어난 김혜선은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였다. 반면 동생 김혜정은 활발하고 털털한 편이었다. 둘의 성격은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김혜선이 먼저 질문에 답을 시작했지만 할 말이 있을 경우 김혜정은 도중에 껴들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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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초등학교 6년간 한 번도 같은 반에 배정된 적 없어요. 쌍둥이를 보는 친구들의 어색한 시선을 피하고 싶었거든요."

이들은 나란히 육상에 입문한 뒤에도 다른 길을 걸었다. 김혜선은 높이뛰기, 김혜정은 세단뛰기에 재능을 보였다. "저는 높이가 중요하고 혜정이는 거리가 승부를 가른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종목이죠. 어린 시절 저희는 서로 관심사가 달랐던 것 같아요." 김혜선의 말에 김혜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혜선과 혜정 쌍둥이 자매는 각자의 종목에서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였다. 김혜선은 2008년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여고부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또래 선수 중 가장 돋보였다. 김혜정도 세단뛰기에선 1인자였다. 자매는 나란히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1년에 8개 정도 대회에 출전하는데 저희 둘 다 7번 정도는 1위를 했어요. 절대 자랑은 아니고요." 자매는 함께 웃었다.

그러나 자매는 부상 앞에서 육상의 꿈을 접었다. 둘은 공교롭게도 같은 부위를 다쳤다. 동생 김혜정은 한국체육대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왼쪽 아킬레스가 끊어지면서 은퇴를 했다. 2년 뒤엔 김혜선이 2실업팀 영주시청에서 훈련하다 왼쪽 아킬레스가 파열됐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1년 앞두고 당한 부상이라 아쉬움이 더했다. 1년 뒤엔 그도 선수 생활을 접었다.

평생 해온 육상을 그만 둔 자매는 다른 일에선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은 볼링장에서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신수지(25)를 만나며 인생이 바뀌었다. 신수지는 당시 프로볼링 선수가 되기 위한 훈련 중이었다. 동갑내기 김혜선과 신수지는 국가대표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지낸 인연이 있었다. "(신)수지가 볼링을 치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제대로 볼링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연락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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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은 자매에게 꼭 맞는 스포츠였다.

"한두 번 치다보니 재미도 붙었고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도 진정됐어요. 그래서 프로가 되고자 마음 먹었어요. 육상 외엔 관심을 보이지 않던 혜정이도 '새로운 도전'이라며 함께 해줬어오." 김혜선이 프로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둘은 긴 팔다리와 육상으로 다져진 힘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김혜선과 혜정 자매의 키는 각각 173cm와 171cm다. 팔 다리가 길면 스윙을 크게 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국가대표 출신답게 남다른 승부욕까지 보였다.

"저녁 때 연습장에 도착하면 안 쉬고 다음날 아침까지 10시간 이상 칠 때도 있었어요. 그러면 팔다리가 후들거리거든요. 그러면서도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에 다음 날 또 볼링공을 잡게 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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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지난해 8월부터 볼링에 올인한 자매는 지난해 12월 프로테스트에 나란히 합격했다. 최근 데뷔전까지 치른 김혜선은 "다시 승부의 세계로 돌아오니 신기하고 재밌어요. 육상 시절에는 살이 1kg만 쪄도 엄청 고민했는데 볼링은 체중이 늘면 힘이 더 좋아지잖아요. 그래도 여자니까 알아서 조절합니다"라며 웃었다. 김혜정은 "스트라이크를 칠 때는 정말 짜릿합니다. 운동 선수 출신이라 승부욕은 강하고 마음은 급한데 뜻대로 안 되는 게 아쉬워요"라고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같은 목표를 갖게 됐다는 두 자매. 이들은 "다른 운동할 때는 덜 신경쓰였는데, 같이 볼링을 하니 둘 다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물론 아직은 '볼링 병아리'지만 경험을 더 쌓아 언젠가는 함께 결승무대에 서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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