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is] '먹방'이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정영식 2016. 2. 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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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정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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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하기는 해도 먹방의 인기는 꾸준하다. 2016년 들어 거품이 꺼질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여전히 방송사마다 신규 콘텐츠를 론칭하고 있고 SBS는 ‘3대천왕’을 아예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로 이동 배치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트렌드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만 ‘먹방’만큼은 꾸준한 파워를 발휘하며 방송가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방송가의 스테디셀러인 먹방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 공식을 파헤쳐보자.

전제: 먹방의 태생적 한계, 극복 방법을 고민하다 이야기는 한참 전, 세기말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먹방이 있기 전 태초에 ‘비룡님’이 계셨다. 당시만 해도 아동을 주 시청층으로 삼아 진부한 소재만 방영하던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요리를 주제로 한 ‘요리왕 비룡’이 편성됐다. 스토리 자체는 다소 진부했다. 국영 음식점 국하루의 주방장이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대를 잇기 위해 비룡은 특급요리사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특급요리사 자격을 취득 후에도 비룡은 고향인 사천에 돌아가지 않고 광주에 남아 암흑요리계와 대립하며 이른바 전설의 요리기구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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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50부작이 채 되지 않는 별 거 아닌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2010년대 주류가 된 먹방의 주요 요소가 숨어있다면 믿어지겠는가? 냄새까지 전달하는 4D 텔레비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오기는 했지만 음식의 맛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 법이다. 게다가 실제 음식이 아닌 그림이라는 한계까지 안고 있어 음식을 표현해야 하는 문제가 작가에겐 상당한 고민거리였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 음식의 맛을 전달할 수 있을까?

답은 자극적 효과의 극대화였다. 영상매체인 텔레비전의 효과를 십분 살려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 그것도 모자라 선녀가 날아다니고 꽃이 흩날리며 때로는 화산이 폭발하고 우주로 날려버리는 과장된 배경장면도 삽입하는 수고를 기울였다. 여기에 음식의 묘사로 주인공들이 말 한 마디 끊김 없이 따따따따 내뱉는 연극적인 연출과 경쾌한 배경음악까지 동원할 수 있는 시청각 요소들은 모조리 동원하기에 이른다. 콘텐츠의 작품성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이 주는 강렬한 장면과 음악들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았다. 요리왕 비룡에서 ‘전설의 누룽지탕’ 편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총합된 장면으로, 이 만화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정말 전설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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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사유리 식탐여행` 캡처
문제: 기존 먹방이 가진 실제와의 괴리성 세기말에서 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먹방은 한 가지 고민을 안게 됐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먹방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예능에서 다뤄지기 전만 해도 요리 콘텐츠의 공급은 교양 분야였다. 방송기술의 발달로 음식의 영상을 다각도로 촬영해 시각적으로 맛있게 묘사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그 맛을 묘사해줄 사람들의 대사나 자막 등 부차적인 효과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해 동떨어져 있었던 게 문제로 우선 지적된다.

또 이들 교양방송이 가진 콘텐츠의 방향은 시청자들의 지갑을 열어 ‘돈을 쓰도록 하는 행위’에 강요되어 있었다는 것도 지적할 만하다. 이들 먹방의 주체는 ‘먹는 행위’와 그 행위를 이행하는 ‘사람’에 있지 않고 전국 유명 맛집이나 계절을 타는 제철음식 소개 등 단순한 구조에 그치고 있는데다 방송시간마저 주말 점심을 겨냥하고 있어 방송을 가장한 홍보가 아니냐는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먹방에서 혁명을 불러왔던 사유리의 돌직구 맛 평가가 얼마나 호평을 받았는지를 상기한다면 기존 음식방송들과 시청자들의 사이가 얼마나 괴리가 컸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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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풀이: 단점 보완보다는 잘하는 것에 집중 잘 되는 가게에 비법이 있듯이 잘 되는 먹방에도 이유가 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2014년 11월 17일 첫 방송 이후 별다른 포맷 변경 없이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며 먹방의 홍수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냉부해’는 요리하는 과정도 재미를 살렸다. 소금뿌리기의 달인 허셰프 최현석이나 성자셰프로 변신한 샘킴, 요리과정 자체가 웃긴 김풍 등 단순히 레시피의 전달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의 기본인 웃음도 함께 담고자 했다. 여기에 현장중계로 나서는 김성주와 “맛있습니까악~”으로 케미를 이뤘던 정형돈의 진행 재미도 쏠쏠했다. 스타들의 냉장고 속은 어떨까 궁금했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시청자들의 대리만족도 놓치지 않았다.

SBS의 ‘3대천왕’은 조금 다른 스탠스를 취한다. 음알못 이휘재와 백설명 백종원, 먹선수 김준현의 조합은 시청자에겐 낯설다. 낯섦에서 오는 새로움은 이 방송을 더 빛낸다. 전문 MC ‘캐스터 리’ 이휘재의 진행과 백설명 캐릭터인 백종원의 전문적인 해설, 먹방 등 예능적 요소는 김준현이 책임진다. 음식방송에 중계라는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확실히 기존 먹방이나 쿡방과는 차별화된 경향을 띤다. 뿐만 아니라 백종원의 설명은 어딘가 부족한 듯한 음식 예능에 전문성까지 가미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MC로 가세한 EXID의 하니는 감칠맛을 더해줄 양념 역할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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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코미디TV에서 간만에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나왔다. 뚱MC 4명의 먹방 탐방기인 ‘맛있는 녀석들’이 50회를 넘기며 어느덧 1년을 넘겼다. 눈을 잡아둘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맛집을 홍보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중량급 개그맨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것을 보는 것에 목적이 있는 방송이다. 이들이 펼치는 먹방은 가히 경이롭다. 못 먹는 자가 펼치는 ‘한입만’ 순서는 밥 반 공기가 한입에 들어가는 진기명기를 볼 수 있다. 말마따나 별풍선 천 개가 전혀 아깝지 않은 장면들이 매주 쏟아져 나온다. 먹방의 기본에 충실한 방송을 꼽으라면 단연 ‘맛있는 녀석들’이 아닐까. 예능의 기본도 놓치지 않았다. 알아주는 입담의 소유자인 코미디언 네 명이 주고받는 멘트와 개그 욕심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더 맛있는 팁’으로 실용성까지 잡았다.

이들 세 프로그램의 경우 ‘요리왕 비룡’처럼 먹방이 가진 단점 보완을 고민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요소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에 있다. 단순히 요리를 하고, 그것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맛있게 먹고, 뻔한 소감과 따봉만을 치켜들었다면 이들 먹방이 성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요리를 떠나 ‘어떻게 하면 방송을 더 재미있게 만들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예능의 기본은 재미여야 한다’는 명제로 돌아간 이들 프로그램의 초심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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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미디TV
해답: 요리란, 그리고 예능이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소위 ‘먹방 트렌드’가 저물어간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먹방은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이미지의 극심한 소비를 불러왔다. 후발주자들은 기존 먹방들과 다른 차별화를 요구받고 있고, 기존에 자리잡은 먹방들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먹방들이 장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먹방이라는 것은 결국 판타지와 직결된다. 내가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을 방송에서 누군가 먹고, 그 음식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공유해 대리만족으로 삼게 된다. 취미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대인들이 가장 쉽고 값싸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요리’를 제일 먼저 떠올릴 테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누군가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초라한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해진다.

비룡은 늘 이렇게 말한다. 요리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예능프로그램 또한 다르지 않다. 예능이란 사람을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장수한 먹방, 성공한 먹방의 힘은 시청자들을 행복으로 초대한 것에 그 공식이 있었다.

온라인팀=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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