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부터 14시간 훈련..정재은 "스키 타는 겨울? 난 몰라요"

입력 2016. 2. 1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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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0년차 정재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에서 프로 첫 승을 준비하며 뜨거운 겨울을 나고 있다. 팜스프링(미 캘리포니아주)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첫 우승 꿈꾸는 프로 10년 차 정재은의 겨울이야기

초등시절 골프 입문 후 겨울엔 훈련 뿐
한·일투어 시드 유지,데뷔후 최고 성적
나의 19년 골프인생…꼭 우승 바칠 것
“겨울이요? 잊혀진 계절이죠.”

프로 10년 차 정재은(27·비씨카드)은 겨울을 좋아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스키와 보드스케이트, 쇼트트랙 등 겨울스포츠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골프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로는 겨울이 없어졌다.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하루 종일 스키를 타보고 싶다”고 말하는 정재은의 뜨거운 겨울나기를 엿봤다.

정재은은 올 겨울도 뜨거운 태양과 씨름하고 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의 테라라고 골프장에서 만난 정재은은 모자를 꾹 눌러 쓰고 얼굴과 팔뚝에 자외선 차단제를 골고루 바르고는 쉬지도 않고 클럽을 휘둘렀다. 그의 하루는 길다. 오전 5시30분 기상해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온통 훈련뿐이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아침 6시에 골프장에 도착해서 몸을 풀고 오전 연습을 시작하면 어느 새 점심시간이다. 1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잠시 숨을 고르면 다시 오후 훈련이 기다린다. 라운드도 하고 쇼트게임 연습 등을 하다보면 어느덧 해가 진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체력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하루 13∼14시간씩 훈련하고나면 침대에 눕자마자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벌써 그렇게 훈련한지도 6주가 다 됐다.”

9살 때 골프를 시작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태국,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미국 등 해외로 전지훈련을 다닌 정재은의 겨울은 늘 이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모습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이를 악물었다.

정재은은 지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07년 데뷔 이후 줄곧 국내에서만 활동하던 그는 2014년 시즌이 끝난 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2014년엔 KLPGA 정규투어 시드를 잃어 2부 투어에서 뛰던 시기였기에 해외진출보다 정규투어 복귀가 더 시급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재은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는 말자.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스윙 연습을 위해 골프백과 공을 들고 타석으로 이동하고 있는 정재은. 팜스프링(미 캘리포니아주)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결과가 좋았다. 가뿐히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JLPGA 출전권을 받았고 지난 1년 동안 21개 대회에 나가 상금랭킹 35위(2769만848엔)에 올랐다. 국내 대회엔 14번 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상금랭킹 40위(1억4014만3333원)를 기록하면서 올해 한국과 일본투어의 시드를 모두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은 지금까지 골프선수로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다. 아마도 그때 그렇게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가지 못했을 것 같다. 나에겐 매우 큰 도전이었고 앞으로의 골프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2015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에 올해는 잠시 여유를 부릴 만도 하다. 그러나 정재은은 “그럴 틈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은 이루고 싶은 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프로 9년 동안 맛보지 못한 우승이다.

“작년 성적만 놓고 보면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시즌이었다. 그러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 같다. 그 정도에 만족하고 싶지는 않다. 우승을 생각하면 부담이 되기도 하고 우승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우승이 19년 동안 골프선수로 살아온 나와 가족들을 위한 작은 보상은 될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 없다.”

팜스프링(미 캘리포니아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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