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기 전 점수 따자"..토익 열풍에 청년층 부담만 가중

천효정 2016. 2. 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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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대학생 신 모 씨는 오늘도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토익 수업을 듣기 위해서이다. 남양주시에서 토익 학원이 있는 서울 강남역까지는 1시간 반 남짓 걸리지만 수업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서는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 좁은 강의실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듣다 보니,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강남역의 대형 어학원은 영하의 기온에도 신 씨처럼 토익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북적였다. 방학을 맞아 짧은 기간 내에 토익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5월 29일 치러지는 토익 정기 시험부터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반영한 이른바 '신(新)토익'이 시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생들의 마음도 급해졌다. 이번이 '신 토익' 시행 전 마지막 방학이다.

토익위원회가 기존과 같은 난이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출제 유형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체감 난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학원가와 학생들의 관측이다. 학생들은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토익시험 접수 인원도 늘었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1월 토익시험 접수인원이 1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6년 동안 국내 토익 응시자는 1,219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한해 평균 200만 명 이상이 토익 시험을 보고, 응시료만 800억 원이 넘는다. 한국의 인구 대비 토익 응시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독 우리나라에서 토익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학생들은 대학교 졸업과 입사 등을 위해 토익 성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채용이나 승진에 토익 성적을 활용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졸업 자격 기준으로 토익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국내 주요 민간 기업 139곳 중 103곳, 공기업·공공기관 121곳 중 84곳이 토익 또는 영어 말하기 시험인 '토익 스피킹' 점수를 채용에 활용했다. 대학들도 2014년 기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소속 202개 대학 중 99개 대학이 졸업 요건으로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익시험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토익 시험의 경우, 출제 유형별로 답을 맞히는 기술을 습득하면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학원 수강 2주 만에 토익 시험 성적이 100점 가까이 오른 학생도 찾아볼 수 있었다.

토익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역시 토익 성적과 영어 실력은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토익 성적이 900점이 넘지만 해외여행을 가서 단순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럼에도 업무나 전공과 관계없이 토익 성적을 요구하는 관행이 사회 전반에 굳어져 있다. 청년들은 영어 실력을 올리는 것과는 별개로 토익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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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효정기자 (ch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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