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슬림들, 광화문·동대문 관광하다가도..밥 먹을 땐 이태원으로

고희진 기자 2016. 2. 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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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관광공사 “할랄 인증 식당 부족해, 무슬림 관광상품 짤 땐 서울·강원 위주로”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중국 이슬람교도(무슬림)를 겨냥한 ‘할랄 방한관광상품’을 구성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24명의 중국 무슬림 관광객들이 4박 5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 중인데요. 관광객들은 이 기간 서울의 주요 관광지인 서울타워, 광화문 광장, 북촌 한옥마을, 동대문, 코엑스 등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여행 일정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관광객들이 호텔 조식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먹게 되는 점심과 저녁 식사 9차례 중 7차례를 이태원의 식당에서 해결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왜 광화문과 동대문에서 관광을 즐기다 식사 시간만 되면 차를 타고 이태원으로 가는 걸까요? 단체 버스가 있으니 이동에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중국 무슬림들은 특별히 이태원을 좋아하는 걸까요?

■국내 할랄 인증 식당 9곳 중 7곳이 이태원에

이번 프로그램을 계획한 한국관광공사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바로 ‘식당’ 때문이라는데요. 국내 할랄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따르면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식품인 ‘할랄 식품’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공식 인증된 곳은 국내에 9곳뿐입니다. 이태원에 7곳이 있고, 강남의 코엑스몰, 춘천 남이섬에 각각 한 곳씩 운영 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관광공사에서 중국 무슬림을 위해 개발한 ‘할랄한국여행상품’의 일정은 서울 4박 5일, 서울·강원 5박 6일 일정 두 가지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김도현 한국관광공사 중국마케팅센터 차장은 “이 상품을 구성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식사’였다”며 “인증 식당을 위주로 일정을 짜다 보니 숙소도 이태원에 잡았고, 일정도 서울과 강원도 쪽 밖에 넣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차장은 “무슬림들은 기도는 가끔 생략을 하기도 하지만 식사 같은 경우는 거의 예외없이 율법을 지킨다”며 “할랄식이 아니면 아예 식사를 안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중 가장 불편한 점으로 할랄 식당의 부족을 꼽은 만큼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2013년 한국관광공사의 ‘동남아 무슬림 관광시장 마케팅조사’에 따르면 무슬림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별 5개에 2.5개 수준이었습니다. 할랄화 된 한국 음식 및 음식점이 많지 않다 보니, 이들이 여행 시에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불만족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의해 할랄 공식인증을 받은 식당 ‘이드’. 이태원에 위치해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 할랄 인증식당 9곳 외에 자체적으로 선정한 할랄 친화 식당 등을 소개했다 /한국관광공사

■16억 무슬림들…한국 관광업의 주요 고객

일부에선 ‘무슬림 관광객이 뭐라고 할랄 식당을 늘리는 등 대접을 해주냐?’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최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활동이 두드러지며 이슬람교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 또한 할랄식의 보편화를 막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중동과 동남에 걸쳐 약 16만명 정도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국내 관광시장에서 중국 관광객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잠재 고객으로 꼽힙니다. 정부 역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할랄식을 개발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광공사 역시 ‘2016년 8대 핵심사업’을 발표하며 그중 한 가지로 ‘동남아에서 남미까지 방한시장 다변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들었기도 했는데요. 무슬림은 방한시장 다변화의 주요 고객들입니다. 지난해엔 74만명의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았는데요, 관광공사는 올해엔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무슬림 관광객의 수를 늘리려면 할랄 인증 식당의 확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일정에서 24명의 중국 무슬림들을 안내하는 가이드 장윤서씨는 “무슬림들은 인증 식당이 아니면 과일이나, 김치 혹은 본인들이 본국에서 싸온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며 “관광지에서 밥을 먹기 위해 매번 이동을 해야 하지만 인증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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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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