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돌도 '응칠'에 응답했다

양승준 입력 2016. 2. 13. 18:26 수정 2016. 2. 13. 21: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E48의 고이시 구미코 시청 사실 밝혀
tvN '응답하라 1997'(2012). tvN 제공

‘‘응답하라 1997’을 보고 있습니다.’

일본 걸그룹 SKE48 멤버인 고이시 구미코(21)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구미코가 속한 그룹은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활동해 높은 인기를 누리는 AKB48의 ‘자매 그룹’으로, 나고야 사카에서 주로 활동하는 팀이다.

12일 ‘응답하라’ 시리즈를 제작한 tvN에 따르면 ‘응답하라 1997’은 국내에서 방송된 2012년 일본에 프로그램 판권이 수출됐지만, 현재 현지에서 방송 중인 곳은 없다. 구미코가 뒤늦게 현지 주문형비디오(VOD)통해 ‘응답하라 1997’를 찾아봤다는 얘기다. 이 근황을 한국 팬도 아닌 일본 팬들에게 알린 걸 보면 구미코가 드라마에 빠졌다고 추측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일본 아이돌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어떤 점에 끌려 ‘응답하라 1997’을 보게 된 걸까. ‘응답하라 1997’에는 김수현, 이민호나 일본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장근석 같은 한류스타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다룬 1990년대 아이돌 팬 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옛 생활 모습은 외국인에 낯선 풍경이다. 그들에게 익히 아는 스타도 나오지 않는데다 소재까지 생경해 이야기에 몰입하는 일이 다른 한류 드라마와 비교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일본 걸그룹 SKE48멤버인 코이시 쿠미코(21)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tvN '응답하라 1997'(2012)을 보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물었더니 “낯설어서 오히려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을 봤다는 러시아 출신 일리야 벨랴코프(JTBC ‘비정상회담’ 출연)는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1980년대 옷과 농담(유행어)도 그렇고 내가 알고 있는 지금의 한국과 옛 한국의 모습이 너무 많이 달라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는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2013) 등 ‘응답하라’ 시리즈가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줘 흥미롭게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를 겪지 못한 국내 10~20대 시청자들이 “웬열”이란 옛 유행어와 이젠 문화재와 다를 바 없는 곤로 등을 보고 신기해하며 관심을 보인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류 스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응답하라 1997’은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15개국에, ‘응답하라 1994’ 는 태국 등 13개국의 방송사에 판권이 팔렸다. ‘응답하라 1994’의 경우 라틴 아메리카 지역 20개국에까지 VOD가 팔리며 시리즈에 대한 해외에서의 관심이 넓어졌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tvN 관계자는 “‘응답하라 시리즈’에 한류스타는 나오지 않지만 국내에서 워낙 인기가 높아 해외에서도 어떤 콘텐츠인지 먼저 관심을 갖는 편”이라며 “처음에는 한류 일환으로 드라마를 찾더니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98’에선 드라마에 흐르는 따뜻함에 특히 주목하더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