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가장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

박건형 기자 2016. 2.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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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견 함께한 '韓중력파연구협력단' 이형목 교수 등 14명 공동저자로 연구비 자비로 조달, 값진 성과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던 중력파(重力波) 존재가 11일(현지 시각) 13개국 공동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금세기(今世紀) 최고의 과학 발견'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 14명도 참여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이현규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 김경민 한양대 연구원, 김정리 연세대 천문대 박사,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오상훈·손재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장행진·김남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소속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 논문의 공동 저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KGWG는 중력파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진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컴퓨터 전문가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연구 조직이다. 현재 정부로부터 한 푼의 예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조차 중력파 검출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번번이 예산 신청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중력파 연구를 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니다.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KGWG 단장을 맡았던 이형목 교수는 "장비가 없으니 한국 연구진이 중력파 검출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대신 데이터를 분석해주겠다고 라이고 측에 요청해 2009년부터 간신히 이번 연구에 동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이고(LIGO·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는 이번 중력파 존재를 확인한 연구단이다.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뒤, 라이고는 관측한 데이터를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수퍼컴퓨터로 전송했다. 한국 연구진은 이 데이터에서 잡음을 걸러내고 중력파 관련 내용을 분석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 교수는 "라이고는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잡음을 잡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자비를 털어가며 7년 동안 이 작업에 매달린 소득은 작지 않았다. 김영민 부산대 연구원은 "지난해 9월 14일 중력파 검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우리도 믿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력파 신호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명백하고 아름다웠다"면서 "보고 또 보면서 밤을 지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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