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사라지는 백사장, 왜일까

권기정 기자 2016. 2.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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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반도의 아름다운 백사장과 해안선이 사라지고 있다. 백사장은 사라지고 돌덩이만 뒹굴고 있다. 해안가 도로는 붕괴되고 주택에는 균열이 늘어가고 있다. 해안침식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무분별한 해안개발이 해안침식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밝혀진 지는 이미 오래다. 지방자치단체는 연안 침식에 따른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동해 해안선 41㎞ 유실” 너울성 파도로 연안 침식

최근 너울성 파도로 침식현상이 발생한 강원 강릉시 정동진 해변. 레일바이크 옹벽 전도되고 모래사장은 절벽으로 변했다. /강원도 제공
너울성 파도로 파손된 강원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해안도로./강원도 제공

강릉, 동해, 속초, 삼척, 고성, 양양 등 강원도 시장·군수 6명으로 구성된 동해안권 상생발전협의회는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건의문을 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기상이변으로 동해안에 너울성 파도가 자주 발생해 연안의 해안 침식이 가속화하면서 피해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사장 유실로 완충지대를 잃은 바닷가의 상가나 식당, 주택은 게릴라성 침식에 그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방파제 및 어선의 파손, 해안 도로 붕괴 등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해안 해안선 223km 가운데 41km가 침식으로 유실된 상태다. 단순한 모래 유실이 문제가 아니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연안 생태계가 파괴되고 국토를 잠식해 재산피해 규모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차원의 근본적이고 항구적이 대책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연안침식을 막기 위한 사업은 총사업비 200억원 미만 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피해 수습도 힘겨운 상황으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1999년 제정된 연안관리법에 따라 10년 단위의 연안정비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이마저도 적기에 예산지원이 안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라지는 해수욕장

1975년 경북 포항의 송도해수욕장 전경./포항시 제공

해수욕장의 모래유실은 모래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항만과 방파제 등의 인공구조물 설치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해안도로를 건설하면서 여기에 태풍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없앤 것도 모래 유실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30~40년전만해도 전국적 인기를 끌었던 경북 포항의 송도해수욕장이다. 송도해수욕장은 방품림으로 조성된 측백나무·해송 등의 울창한 숲과 길이 1.3㎞, 폭 50∼70m의 백사장으로 한 때 유명했다. 형산강 하구와 영일만 일대의 포항제철소 등 대규모 인공시설 설치, 도로개설, 200여개의 횟집 등 난개발, 태풍의 영향 등으로 모래가 점점 유실됐다. 백사장 폭은 2~8m로 줄었고 바다 속 철 구조물이 돌출되는 등 안전하고 위험도 높어졌다. 사실상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하자 포항시는 2007년 해수욕장 폐장을 결정하기도 했다.

2013년 경북 포항의 송도해수욕장./포항시 제공
1979년 10월 항공위성사진. 빨간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빈./제주도 제공

천연기념물 438호인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수욕장은 최근 30년간 3분의 1 정도가 사라졌다. 1979년 10월 홍조단괴 해빈 면적은 1만 8318㎡였으나 이지만 1만 2765㎡로 30.3% 가량 줄었다. 백사장 유실의 가장 큰 원인은 인근에 설치된 1㎞의 해안도로였다.

홍조단괴 해수욕장은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는 곳으로, 우도 8경 중 하나인 ‘서빈백사’로 꼽힌다. 산호가 부서져 쌓인 것처럼 보여 예전에는 산호해변이라고 불렸으나 조사 결과 해안선을 따라 홍조류가 석회화하면서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것이다.

■해안의 44%가 침식 우려·심각

해양수산부가 2005년부터 전국 해안 250곳을 대상으로 연안 침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9곳이 침식이 우려되거나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조사에서는 94곳이 C등급(우려)을, 15곳이 D등급(심각)을 받았다.

2013년 8월 항공위성사진. 빨간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79년에 비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제주도 제공

C등급과 D등급의 비중(침식우심률)은 2005년 44% 수준이었다가 2010년 59%, 2012년 73%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후 2013년 63%, 2014년 44%로 떨어졌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920여 억원을 들여 부산 송도해수욕장, 충남 태안 삼봉해수욕장 등 54개 지역을 정비한 결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사대상 해안이 2012년 172곳이었으나 2014년 250곳으로 늘어나면서 침식우심률이 떨어진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연안침식 대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C·D등급 판정을 받은 해안은 2005년 27곳에서 계속 증가해 2012년 124곳, 2013년 142곳으로 늘었으며 2014년에는 109곳으로 내려갔다.

2014년 시·도별 현황을 보면 C·D등급이 가장 많은 곳이 강원도로 31곳이나 됐다. 이어 경북 24곳, 전남 18곳, 인천 8곳, 경남 6곳, 제주 5곳, 부산·울산·충남 4곳, 전북 3곳, 경기 2곳 순이었다.

■모래는 사라지고, 피서철 앞두고 모래 퍼붓고···해수욕장 해마다 반복

시·도별 연안침식 위험 등급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이 올해 연말까지 2배로 넓어진다. 올해는 부산 수영구가 2015년 시작한 연안정비사업이 마무리되는 해로 20~24m의 백사장이 40~40m로 넓어진다. 이 사업에 2년간 투입되는 자금은 국비와 시비를 합쳐 16억 5000만원이다. 지난해 모래 4443㎥를 투입했고 올해는 2만 6557㎥를 퍼붓는다. 15t톤 트럭 3000대 분량이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수중방파제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역시 해마다 트럭 수천~수만대 분량의 모래를 퍼부어 모래사장을 유

지하는 곳이다. 모래 구입 비용만도 천문학적이다.

해양수산부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송도해수욕장, 충남 태안 삼봉해수욕장 등 54개 지역을 정비했다. 또 수시로 연안침식 실태조사에 나서고 연안침식관리구역을 지정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해안침식의 속도로 늦추는 것 조차 버거워 보인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연안침식과 해수욕장의 모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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