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차범근축구상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

윤태석 입력 2016. 2. 11. 17:52 수정 2016. 2.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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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윤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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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찾고 발견하고 심기 위해서다."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28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한 차범근(63) 전 수원 삼성 감독이 힘줘 말했다.

차붐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지난 10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IFFHS)이 발표한 '축구 전설 48명'에 포함됐다. 펠레(76·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56·네덜란드), 프란츠 베켄바워(71·독일), 지네딘 지단(44·프랑스) 등 쟁쟁한 세계의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전설로 꼽힌 소감을 묻자 그는 "기사로만 봐서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선수 시절 활약을 제3자가 평가하는 거니 고맙긴 하다"며 "또 다른 나를 찾고 발견하고 심기 위해 축구교실과 축구상을 진행하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고 빙그레 웃었다.

차붐의 말처럼 차범근축구상과 차범근축구교실은 '유소년 육성'이라는 그의 꿈의 결정체다.
차 감독은 "1970년 중반 일본을 갔다. 그곳에서는 푸른 잔디 위의 일본 아이들이 '타도 한국'을 외치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한국에서 어린이 축구교실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축구교실과 축구상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축구는 지금이야 8회 연속 월드컵에 참가한 단골 손님이지만 1970년만 해도 늘 본선 문턱에서 좌절하곤 했다. 차붐이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시절에도 1974년, 1978년 월드컵 진출에 아깝게 실패했다. 골 결정력 부족과 문전처리 미숙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차 감독은 한국 축구 고질병에 대한 해답도 유소년 육성이라고 봤다. 1988년 축구상을 제정했고 1990년 축구교실을 열었다. 그는 "독일에서 10년을 뛰며 얻은 것들을 축구교실에 접목했다. 한국 축구 발전에 조그만 씨앗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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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차범근 축구교실을 방문한 독일 축구계의 전설이자 당시 `2006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고있던 베켄바우어
지금 차범근축구교실에서는 1500여 명의 아이들이 공을 찬다. 이 중 400여 명은 무료로 레슨을 받는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차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축구를 하며 꿈과 희망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범근축구상은 한국 축구 스타의 산실이다. 이동국(37·전북 현대)과 박지성(34), 기성용(27·스완지시티), 황희찬(20·잘츠부르크), 바르셀로나 후베닐A에서 활약 중인 백승호(19)와 이승우(18)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차 감독은 "꿈나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다.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차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관계자와 수상자들에게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하다가 잠시 울컥했다. 그는 "시상식 때마다 감격이 몰려온다. 나에게는 이 아이들이 조그맣게 보이지 않는다. 그 뒤에 숨은 그들의 큰 역량을 보면 늘 떨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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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서울 신청초등학교 서재민(13)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 수상자로는 김종원(포항시 포항제철동초)·최환(남양주 진건초)이 각각 뽑혔다. 장려상은 홍지우(경북 영덕 강구초)와 김효기(서울 대동초), 전유미(인천 가림초·여자)다. 동해 묵호초 김대호(57) 감독이 지도상을 받았다

대상 수상자 서재민은 "돌파도 좋고 스피드가 빠르고 골 결정력까지 뛰어난 황희찬 형을 닮고 싶다"며 "단점인 슈팅을 보완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 빨리 태극마크도 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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