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해진, "날 때부터 순탄치 않았던 삶..제가 귀공자처럼 보이나요?"

2016. 2.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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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0대가 제일 많이 본대요. 많이 설렌다고 하시더라고요.” 따라다니는 수사는 ‘만찢남’이다.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뜻이다. 주로 ‘유정 선배’라고 불린다.

tvN 월화드라마를 존폐 위기에서 건진 ‘구원투수’. 통쾌한 한 방이었다. 제작단계부터 캐스팅 논란에 꽤나 시끌벅적했던 드라마였다. 뚜껑을 열자 논란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7%대)을 기록했다.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가인 약 200만 달러(24억원)에 판권이 팔렸다. 회당 12만5000달러 수준이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선 연일 해외드라마 차트 1~3위를 독식한다. 국내외를 넘나든 성공의 팔 할은 박해진이었다. 2011년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방송된 ‘첸더더의 결혼이야기’를 통해 그는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사진제공=WM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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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한창 방영 중이지만, 이미 모든 촬영을 끝낸 박해진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해진은 ‘유정 선배’처럼 차분했다. 한 글자씩 곱씹어 내놓은 정확한 발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긴 문장 안에 담는다. 조리있게 생각을 전할 줄 아는 능숙한 인터뷰이다. 종종 웃지만 감정이 완전히 드러나진 않는 모습까지 ‘유정 선배’를 닮았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요. 정확한 발음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답답하잖아요. 그래서 책도 많이 보고요.”

▶ ‘국민 연하남’에서 ‘국민 선배’로=요즘 박해진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한 때는 ‘국민연하남’(KBS2 ‘소문난 칠공주’)이었지만, 스물여섯에 열 살 짜리 아이를 둔 아빠(MBC ‘에덴의 동쪽’)를 연기했다. 청춘스타의 외모를 하고 있음에도 트렌디 드라마보다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주말극 배우라는 이미지가 컸다. 2013년 ‘별에서 온 그대(SBS)’를 통해 첫사랑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재벌2세 순정남을 연기했고, OCN ‘나쁜 녀석들’을 통해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만났다. 지금은 여덟 살이나 어린 스물다섯의 대학생 유정을 연기 중이다. 생활극에서 트렌디물로 거꾸로 움직이는 ‘특이한 행보’다.

‘치즈 인 더 트랩’은 몇 번이나 고사했던 작품이다. 나이도 걸렸다. 30대에 연기하는 풋풋한 대학생, “캠퍼스를 소재로 한 소소한 이야기”인데다, “여백이 많고,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웹툰”은 “2D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웹툰의 빈 공간을 영상으로 채우고, 인물들의 내면을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배우는 대본에 없는 걸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대본도 중요하죠. 대본을 토대로 장면 안에서 얼마나 살아 움직이느냐를 고민해야 해요. 하지만 좋은 대본을 줘도 다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완벽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예요.”

박해진이 연기하는 ‘유정 선배’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모두에게 다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을 쉽사리 간파할 수 없는 사람. 흔히들 ‘달콤하고 살벌한’ 캐릭터라고 규정한다. ‘유정’을 만들기 위해 박해진은 굳이 과장된 행동과 표정을 연기하진 않는다. 작은 손짓, 고개의 움직임, 눈빛의 미세한 변화만으로 웹툰 속 유정을 TV로 옮겼다.

“연기를 할 때 항상 그렇게 배웠어요. 모든 신, 모든 상황에서 죽지 말고 살아있어라. 내가 여기서 어떠한 말을 뱉는 것, 왜 여기서 하필이면 이 말을 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거죠. 아무 의미 없이 말을 하고, 행동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 그 신 안에서 살아있어야 한다고 배웠어요.”

어느새 연기경력 10년차에 접어들었다. 2006년 데뷔해 써내려간 필모그래피 만큼 내공도 쌓였다. “장면 안에서 죽어있던 경험도, 죽고 싶었던 경험도, 살려고 발악했던 경험도 있었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간의 교감이 정확하게 전달이 됐을 때, 두 사람의 호흡이 딱 맞을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 거죠.” ‘설이’(김고은)와의 만남이 그랬다.

▶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서…” 싸이코패스, 유정에 대한 이해=사실 박해진은 데뷔 때부터 스타의 조짐을 보였다. 물론 연기까지 일등은 아니었다. 연하남 캐릭터는 사랑받았으나, 연기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그 때 장면만 봐도, 아…정말 끔찍해요. 내가 정말 이렇게 연기를 했나. 칭찬받았던 글들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 분들은 나를 좋아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글들이 질타를 받아야 마땅한 연기를 했어요.” 내내 차분했던 박해진의 얼굴이 상기됐다.

박해진은 지난 10년간 “내가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했을 때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 못하는 것에 도전하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자 생각했다”고 한다.

숱한 작품 중 박해진이 꼽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작품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었다. 천재 싸이코패스였던 연쇄살인범. 역시나 속을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다. 박해진은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순간부터 그리 순탄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라서, 감정이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모든 상황에 골똘히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요.”

어떤 캐릭터의 영향인지, 박해진에겐 잘 자란 귀공자 이미지가 많았다. 그에게서 ’치인트‘의 유정 선배처럼 부유한 환경에 서 자라 모든 걸 잘 해내는 완벽남의 모습을 찾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늘 농담처럼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내가 없이 자라서…’ 하하.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진 않았어요. 제가 기억하는 저희 집의 첫 시작은 단칸방이었어요. 아! 우물도 있었어요. 방 하나에 아버지 어머니 누나가 모여살았죠. 순탄했거나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어요.”

담담히 꺼내는 지난 이야기엔 박해진이 말하는 ‘순탄치 않은 삶’이 녹아있었다. “저한텐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별거를 한 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보호자는 세 번이나 달라졌다. 아버지와 살다가 외할머니의 집으로 갔고, 다시 친할머니와 살게 됐다. 어머니와는 1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지금은 어머니는 물론 누나와 매형, 조카들까지 함께 살고 있다.

“마치 유정이 자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고등학교(부산정보고) 시절의 전 부모님이 함께 산다는 것이 정말 이상해보였어요. 친구집에 놀러가 저녁을 먹다가 황당한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어머니도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오신 거예요. ‘너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 (웃음) 고등학교 때 저희 반에 남자가 8명이었는데, 그 중 6명이 결손가정이었어요.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던 거예요.”

TV가 만든 이미지의 힘은 강하다. 박해진은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준비를 잘 해와 데뷔를 하고, 생계 때문이 아닌 좋은 작품들을 해왔던 배우는 아니”라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박해진이 만난 최근의 인물들은 내면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있었다. 부모의 그늘을 어린 나이에 벗어나야 했다.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너무 빨리 철이 들었던 성장과정, 그로 인해 30대 초반의 또래들보다 더 많은 굴곡을 넘어온 삶은 배우 박해진이 다양한 인간군상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줬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기회에 첫 시작을 했죠. 아직도 이게 100% 내 길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어요. 다만 지금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한창 흥미를 느끼는  때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연기에 대해 신뢰하지 않으면 그 어떤 누구도 이해시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설득력 있는, 자신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배우. 그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에요.”

드라마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눴다.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다. 박해진은 '홍설'의 집에서 앨범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을 꼽았다. 애드리브가 홍수를 이뤘던 신이다. “너야? 어릴 때 눈이 컸구나” 이런 대사가 그랬다. 정작 박해진의 목소리가 높아진 건 ‘유정이 게임 도중 설이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였다.

“게임 좋아하는 사람 만나본 적 있으세요? 게임을 하다가 답장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유정은 게임을 하다가 감히 핸드폰으로 설이에게 답장을 했어요. 핸드폰을 던지는 모습이 귀찮아서 저러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 설이에게 답장을 했다는 것이 포인트예요.” 박해진의 얼굴에 가장 많은 변화가 읽힌 때였다. 정작 박해진은 게임을 할 줄도 모른다고 한다. 천생 배우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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