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한국 총선, 왜 샌더스 마케팅에 빠졌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입력 2016. 2.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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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설날연휴에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거셌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샌더스는 뉴 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20% 이상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버니 샌더스 돌풍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으며, 미국 대선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샌더스 돌풍이 거세지면서 20대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샌더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한국 총선, 왜 샌더스 마케팅에 빠졌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버니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가 압승을 했는데?

=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는 60.40%의 득표율로 37.95%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22.45% 포인트의 격차로 앞섰다고 뉴햄프셔 주정부가 밝혔다. 가장 먼저 열린 아이오아 코커스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0.25%로 겨우 이겼지만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큰 차이로 압승을 거둔 것이다.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은 전날 개표가 종반에 접어들자 두 후보간의 격차는 지난 1956년 이후 민주당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가장 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놀라운 성과이자 승리"라고 보도했고, NBC뉴스는 "버니 샌더스는 이제 완전히 선두주자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여성·남성, 급진 좌파·중도 좌파, 다양한 연령대 등 모든 민주당원 그룹에서 선두를 이끌었으며 클린턴을 더 많이 지지한 그룹은 65세 이상 유권자와 연간 가족 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 4000만원) 이상인 그룹 뿐이었다"고 보도했다.

▶ 누가 샌더스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더불어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샌더스 돌풍에 주목하면서 '샌더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누가 가장 적극적인가는 조금 애매하지만 언론이나 SNS를보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가장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일 국민의당 창당 당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안철수 천정배 장하성의 경제토크 콘서트- 위기의 대한민국, 공정성장으로 길을 찾다' 행사에 서 샌더스와 관련된 언급을 했다.

사회를 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소위 산업화와 민주화의 훈장을 달고 한국을 지배한 기성세대가 오늘날의 불평등을 만들었다. 보수든 진보든 기득권화했다"며 양대 진영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샌더스 돌풍을 먼저 언급했다. 장 교수는 "위대한 혁명의 조짐을 봤다"며 "대한민국에서도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려는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분노를 통한 행동으로 참여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철수 대표는 "광주가 국민의당에게 명령하는 것은 정권교체이고, 무능한 더민주를 넘어 호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야당을 만들라는 것"이라며 "그 명령을 잘 받들겠다.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과반 밑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샌더스 후보의 주먹 쥔 사진을 보고 참 우연이다 싶었다. 저도 대표 수락연설 때 주먹을 쥐고 싸우겠다고 여러 번 외쳤다"며 주먹 쥔 포즈를 취한 뒤 "소외된 80%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한 것이다.

▶ 직접 샌더스와 닮았다고 언급한 것은 아니지 않나?

= 안 대표가 직접적으로 '샌더스와 비슷하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주먹'을 강조하면서 샌더스 연상법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으니 샌더스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진=안철수 트위터 캡처)
안 대표는 지난 4일 트위터에 "미국 샌더스 대선후보의 '분노의 주먹' vs 안철수의 '싸움의 주먹'"이라는 제목의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링크했다.

그리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를 포기하는 척박한 세상과 싸우겠습니다(주먹)", "성실하게 일해도 노후를 걱정해야하는 세상과 싸우겠습니다(주먹)",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득권 양당구조와 싸우겠습니다 (주먹)", "오늘 서울과 평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총부리를 겨누는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낡은 분단체제와 싸우겠습니다(주먹)" 등등이 안 대표가 올린 트윗글이다.

안 대표가 주먹을 강조하고 주먹 이모티콘을 붙이면서 '샌더스 연상'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대표를 비판했는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 김종인 위원장이 샌더스와 닮은 모양새를 취하는 안철수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그 사람하고 많이 이야기를 해 봐서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걸 잘 안다"며 "어떤 때에는 자신이 (미국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라고 했다가 어떤 때에는 (미국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라고 했다가 왔다갔다…그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트위터에도 안철수 대표를 비판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트윗을 보면 "샌더스와 같은 게 오직 주먹 밖에 없나봐요?"라거나 "샌더스의 노선을 알고나 그런말 하는지? 주먹 쥔다고 다 비슷? 진짜 생쑈 좀 그만하시죠. 정치공부좀 하시라"거나 "샌더스의 주장을 찬찬히 읽긴 읽었슈? 주먹 쥐면 다 같은 주먹이유? 본인이 뭘 말해왔고 뭘 말하고 있는지 알긴 아슈? 그때그때 다른 말들, 이젠 지겹고 지겹수다. 공해예여"라는 글까지 보였다.

또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 등이 공개적으로 샌더스와 닮았다고 하는 안철수 대표를 비판했다.

(사진=진중권 트위터 캡처)
진 교수는 트위터에 "안철수 씨가 자신이 샌더스와 비슷하다고 개그를 하셨다"면서 '안철수와 샌더스가 다른 점 세 가지’를 열거했다. "첫째, 샌더스는 (안 대표처럼) 탈당해 다른 살림 차리지 않았다는 점. 민주당 소속이 아닌데도 민주당 경선에 들어가 경쟁하고 있다는 것. 둘째, 샌더스는 민주당보다 진보적이어서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그렇지 않다는 점. 셋째는 지지율이 샌더스는 0%에서 시작해 50%로 올라가는 반면 안철수 씨는 50%에 시작해 0%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그러면서 "탈당 때는 스티브 잡스, 창당 후에는 샌더스라고 하니 총선 후에는 조지 클루니라고 할까봐 겁이 난다"고까지 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샌더스가 봤다면 굉장히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샌더스는 높은 지지율이 어떻게 해서 나왔느냐? 첫번째는 샌더스의 진보적인 정책 노선에 있는 것이고, 두번째는 (샌더스는) 민주당 사람이 아닙니다. 무소속입니다. 그런데 지금 선거연대에 참가한 거거든요. 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를 위한 선거연대에 힐러리 클린턴과 참가를 했기 때문에 높은 지지율도 가능했던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 안철수 대표 같은 경우에 보면 정책노선과 관련해서 샌드스와 전혀 반대고요. 또 선거연대 자체를 갖다가 거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샌더스와 노선도 다르고 정책도 다르면서 샌더스의 지지율만큼은 닮고 싶다. 이거는 마치 공부 안 하고 성적이 좋기를 바라는 그런 이상한 학생과 같은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샌더스의 높은 지지율이 부럽다면 샌더스처럼 진보적인 정책에다 더 나아가서 과감한 선거연대를 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교수는 "누구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되고 싶은 사람을 자신과 비유하는 것, 자연스럽다, 안철수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공언한 버니 샌더스의 길을 배우길 바란다"는 비판을 했다.

▶ 더불어 민주당은 어떤 마케팅을 펴는 거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 더민주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에 주목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샌더스 돌풍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면서 "더불어성장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샌더스가 강조해온 불평등 해소는 '금수저-흙수저론'과 연결되는 것으로, 이걸 극복 못하면 자본주의든 민주주의든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재벌개혁에 집중해온 박영선 비대위원도 모두발언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샌더스 열풍이 세상을 흔들고 있다.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더민주는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진심으로 고민해 흙수저에게 희망을 주는 새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버니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더민주는 설 연휴가 끝났으니까 곧 '김종인표 경제정책'의 방향을 담은 총선 공약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섭 정책공약단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체제에서 더민주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응답을 내놓을 것"이라며 "샌더스돌풍이 미국 사회에서 갖는 변화의 의미를 한국사회에 어떻게 접목할지의 문제까지 포함된다"며 곧 발표할 경제정책 관련 공약에 대해 설명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도 논평에서 "샌더스 돌풍은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현실에 대한 미국 사회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며 "70대 노인에게 호응한 미국 청년들의 투표가 미국 정치에 큰 지각변동을 끌어내는 것을 보면 투표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얼마나 위력적 힘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도 관심을 갖고 있나?

(왼쪽부터)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가운데), 서청원 최고위원 (사진=윤창원 기자)
= 새누리당은 샌더스 마케팅을 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있다. 샌더스의 돌풍이 젊은층을 정치의 장으로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현안 보고서에서 샌더스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는 '샌더스 현상'에 대한 분석을 했는데 "'샌더스 현상'은 불공정한 미국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가 표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정하지 못한 미국 경제에 분노하고 있는 만큼,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의 키워드는 '분노'"라면서 "샌더스의 진실된 모습과 '나와 같은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돌봐줄 것 같은 모습'이 지지자들을 어필했다"고 분석했다.

또 "월가를 개혁하고 소득격차를 줄이겠다는 샌더스의 메시지는 미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와 관련이 있다"면서 "인지도나 경력 등에서 경쟁후보에게 뒤지는 샌더스가 선전하는 요인 중 하나는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특히 중도성향이나 경선 투표에 참여한 적 없는 유권자들이 샌더스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몰려나온 현상에 주목하면서 "중도성향 유권자나 무당파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들의 지지를 얻을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권이 샌더스 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진=김지수 기자 제작)
= 첫 번째는 유권자들이 변화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뉴햄프셔 주의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였다. 빌 가드너 뉴햄프셔 주 내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의 숫자가 55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 88만2천959명의 62.3%가 투표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고투표율을 올렸던 1992년의 61%를 웃도는 것이다. 8년전인 2008년에는 53만 명이 표를 행사해 투표율이 60.2%였다. CBS 임미현 특파원은 "폭설과 혹한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장사진을 이루는 등 변화에 대한 뜨겨운 열기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승리가 확정된 직후 "유권자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세금을 더 올리고 월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샌더스가 내세우는 주요 정책들을보면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거나 대학교육을 무료로 해야 한다는 것 등으로 70대 중반인 샌더스를 지지하는 층이 20, 30대 젊은 층에 몰려있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 층이 샌더스의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바꿔보자는 바람이 분다면 젊은층의 투표율이 올라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하성 교수는 샌더스의 돌풍을 언급하면서 "위대한 혁명의 조짐을 봤다"면서, "젊은층이 분노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지수 기자 제작)
세 번째는 샌더스의 일관된 정치행보가 유권자의 신뢰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샌더스의 돌풍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계속 낙선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대구.경북과 비슷한 버몬트주에서 벌링턴 시장 4선, 하원의원 8선 상원의원 재선을 하면서 40여년간 일관된 주장을 펴왔다. 2010년 말에 부자 감세안의 통과를 비판하며 8시간 37분간 이뤄진 필리버스터 연설로 화제를 모았고 지금의 버니 샌더스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샌더스는 소득 불평등 타파와 중산층 복원을 내세우고 있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부자증세를 강력히 주장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표를 달라고 할 때와 당선된 뒤의 행보가 다르지만 샌더스는 일관된 주장을 펴왔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온 정치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샌더스 마케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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