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공포 확산에 가톨릭단체 "교황이 낙태 허용해야" 호소
신문 광고도 내기로…WHO "감염지역서 대부분 여성은 정상아기 출산"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 확산에 가톨릭 단체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낙태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낙태 합법화를 찬성하는 가톨릭 단체 '가톨릭스 포 초이스'(Catholics for Choice)의 존 오브라이언 회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잡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지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교황이 낙태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카 바이러스로 전 세계의 공중보건 위기가 악화하는 것은 교황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여성들을 도와 교황이 강조하는 말(자비와 연민)을 실천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라며 이렇게 밝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이 단체는 교황의 멕시코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성명을 통해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와 엘살바도르 일간지에 광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리 공개된 발췌문에 따르면 광고에는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하는 동안 형제 주교와 선한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따르고 그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산아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교황에게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낙태를 포함해 임신에 대한 여성의 결정은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에서는 임신과 동시에 생명이 시작되며 낙태는 살인 행위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콘돔 사용 등 인위적인 산아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대부분의 중남미 지역은 가톨릭 국가들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가톨릭스 포 초이스'에 앞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지난 5일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해당국들이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과 정책을 바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인 브라질의 보건장관은 9일 "브라질 법은 소두증 태아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며 "정부는 법을 따를 것"이라고 일축했다.
브라질가톨릭주교협의회(CNBB)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경보가 낙태수술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면서 낙태 허용 주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편, WHO는 이날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역에서 대부분 여성들이 병(소두증)에 걸리지 않은 아기를 출산하고 있다"며 여행 주의까지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지역 임신부들에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몸을 잘 감싸고 콘돔을 사용해 안전한 성생활을 할 것을 권고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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