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두증 年70명.. 임신중 폐렴 등 원인

이지혜 보건의료전문기자 2016. 2.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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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이상·약물·알코올 때문에 걸릴 수도] 5년간 국내 진료기록 살펴보니 - 신생아 1만명당 1.5명 진단 "태어날때 머리 크기 보통이어도 1세 이후 발병되는 경우도 있어"

유달리 머리가 작은 아기,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엄마….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브라질 등지로부터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소두증' 아기 사진을 보면 누구든 가슴이 철렁한다. 작년 전국을 뒤흔든 '메르스 바이러스'에 이어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두증은 지카 바이러스가 퍼뜨린 새로운 병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약물·화학물질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4년)간 매년 500명 안팎의 소두증 환자들이 전국의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587명, 2014년엔 510명이었다〈그래픽〉. 이 가운데 0세(신생아) 환자는 해마다 70명 정도다. 아직 국내 공식 통계는 없지만, 같은 기간 연평균 46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신생아 1만명당 약 1.5명이 소두증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2만5000명이 소두증으로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국제학계에 보고된 소두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임신 중 폐렴 바이러스인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CMV)나 단순포진(헤르페스)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거나 풍진·매독·톡소플라즈마증(일종의 기생충 감염) 등에 걸려도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 염색체 이상이나 약물, 알코올, 화학물질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는 "소두증의 절반 정도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태어날 때는 머리 크기가 정상이었지만 유전적인 요인 등으로 인해 1세 이후 발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과 상당히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떻게 바이러스가 태반을 뚫고 들어가 태아 두뇌를 손상시키는지 등 발병 과정에 관해선 밝혀진 것이 없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모두 소두증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다. 권자영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1주일 정도 지나면 바이러스는 핏속에서 사라지는데 이후에 임신하면 소두증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두증은 머리 크기가 해당 연령의 하위 3% 미만인 상태를 말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평균 머리 둘레는 34~37cm 정도지만, 소두증 아기는 32cm 이하로 얼굴보다는 이마~뒤통수 부위가 특히 작다. 서로 맞물려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머리뼈들이 뇌가 충분히 자라기도 전에 단단하게 봉합되면서 뇌 발달이 제한되는 것이 문제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는 "소두증은 지적장애, 운동장애, 시력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드물지만 소두증 아기가 거의 정상적으로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소두증 아기의 10% 정도는 정신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두증으로 어느 정도 장애가 나타날지 예견하기 힘들고 뚜렷한 치료법도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9개월간 모두 4783명의 소두증 사례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조사가 완료된 1113건 가운데 709건(63.7%)은 지카 바이러스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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