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 중수익이라더니..원금 반토막?

김혜순,용환진 2016. 2. 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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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일 없다던 홍콩H지수 ELS, 3조원 손실구간 진입부동산경기 꺾이자 AB전자단기사채도 원금손실 우려

◆ 중위험상품의 두 얼굴 ◆

# 평범한 직장인 A씨(37)는 지난해 5월 은행예금 5000만원을 인출해 홍콩H지수와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다. 하루빨리 내 집을 마련하려면 은행의 연 1%대 이자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해당 ELS는 가입한 뒤 3년 동안 홍콩H지수나 유로스톡스50 지수가 기준가격의 55% 아래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연 5.7%의 이익을 붙여주는 '고수익' 상품이었다. 당시 증권사 직원은 "개별 주식의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지수가 반 토막 나는 일은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ELS 가입 당시 1만4800 수준이었던 홍콩 H지수는 지난달 22일 7835까지 떨어졌다. ELS에 가입한 지 1년도 안돼 손실구간(녹인)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홍콩H지수는 7974까지 다소 회복했지만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대로 3년 만기가 지나버리면 A씨는 투자원금의 54%만 돌려받게 된다. A씨는 3년간 17.1%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끌려 ELS에 투자했지만 오히려 46%의 손실을 입게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A씨처럼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ELS에 투자했다가 손실구간에 들어간 국내 자금은 총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H지수 ELS 발행잔액(37조원)의 8.9%에 해당한다.

지수형 ELS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각광받았지만 알고 보니 상황에 따라 투자원금이 반 토막 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었던 셈이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부터 거품 논란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지수형 ELS가 종목형 ELS보다 안전하다는 말만 맹신하고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특히 크다.

이처럼 소위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 중에는 실제 위험성이 과소평가된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늘고 있는 AB전자단기사채도 겉보기보다 위험이 큰 상품으로 꼽힌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9조8332억원이었던 AB전자단기사채 발행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22조2855억원까지 급등했다. 2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AB전자단기사채는 건설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대한 대출을 바탕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연 3%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데다 우수한 신용등급을 가진 금융사와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게 AB전자단기사채를 판매하는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AB전자단기사채는 주로 기관투자가나 기업들이 투자하던 상품이었으나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AB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AB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 특수목적회사(SPC)가 동시에 어려워질 경우 이들에게 많은 지급보증을 해준 증권사들 역시 투자원금 보장을 해주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특히 AB전자단기사채 지급보증을 많이 해준 HMC투자증권(160%) 하이투자증권(156%) IBK투자증권(104%) 등 5개 증권사는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을 넘어섰다. 우발채무는 직접 빚을 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채무자가 해당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갚아줘야 하는 채무로 그만큼 '빚보증'을 서줬다는 의미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AB전자단기사채에 투자하고자 하는 개인이라면 가급적 신용등급이 A1(최상위 등급)이고 만기가 3개월로 가장 짧은 상품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채권 물타기'도 개인투자자의 무모한 투자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해 상반기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300원 중반대까지 떨어지자 일부 고액 자산가는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물타기에 나섰다. 당시 투자자들은 브라질 채권 금리가 10%대로 워낙 높아 채권 가격이 일부 하락하고 환 손실을 보더라도 이자 수익으로 충분히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헤알화 가치는 이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달 22일에는 헤알화 환율이 288.61원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브라질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은 더욱 확대된 상황이다.

[김혜순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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