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트럼프는 이겼지만, 공화당 경선은 안갯속으로

김유진 기자 2016. 2. 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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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대체 누굴까.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된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투표가 마감되자마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밑그림이 그려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예측불허로 빠져들었다.

뉴햄프셔의 승자는 일찌감치 정해졌지만, 2·3위 경쟁은 치열했다. 아이오와의 1~3위 승자는 이번에 모두 바뀌었고, 혼전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에서 ‘아웃사이더 돌풍’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막말 제조기’로 불려온 그는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이오와에서 2위로 밀려 ‘지지율 거품’ 논란이 나왔던 트럼프는 다시 바람몰이를 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승리는 지지자들을 실제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출구조사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최소 한 달 전에 마음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치전문 미디어 파이브서티에잇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경선 뒤 “미국을 어느 때보다도 위대하게 만들겠다”, “중국과 멕시코와 일본이 우리 돈과 일자리를 가져가지 못하게 할 것이며 강하고 큰 군대를 만들겠다”면서 다시 한번 미국인들의 애국주의를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AP연합뉴스

공화당의 다른 주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온건 보수로 분류되는 케이식이 2위로 올라서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트럼프의 절반을 득표하는 데 그쳤다. 히스패닉계 초선 상원의원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10~11%대 득표율로 치열한 3위 다툼을 벌였다. 아이오와에서 선전을 펼친 루비오는 지난 6일 TV토론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해 점수가 깎였고, 결국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아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간신히 5위로 올라선 부시는 기사회생하는 분위기이지만, 사퇴론을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오와에서 4위를 한 흑인 외과의사 출신의 벤 카슨 후보는 꼴찌로 추락했다.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2위를 기록한 존 케이식 주지사가 지지자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콩코드/AP연합뉴스

2008년과 2012년 뉴햄프셔 경선에서 1위를 한 공화당 후보들은 결국 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이번 경선은 갈수록 안갯속이다. 트럼프가 여세를 몰아 계속 1위를 한다 해도 공화당이 그를 최종 후보로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아이오와의 1등 크루즈는 강경보수 티파티였고, 뉴햄프셔의 1등 트럼프도 극우파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 존재를 과시한 루비오는 공화당 주류 보수파이며 뉴햄프셔의 ‘깜짝 2위’ 케이식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물이다. 20일 치러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는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지만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공화당 간부들조차 수십개 주에서 예비선거를 치르고 수백만달러를 쓴 후에야 경선 구도가 정리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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