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했던 3천억 어디로 갈까?

전용기 입력 2016. 2.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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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해소' 비상 걸린 삼성물산 지분에 쓸 듯증권가 "삼성SDI와 블록딜" 엔지니어링 실권주 가능성 희박

'출자해소' 비상 걸린 삼성물산 지분에 쓸 듯
증권가 "삼성SDI와 블록딜" 엔지니어링 실권주 가능성 희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3000여억원의 최종 종착지가 어디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청약하겠다고 했지만 유증 성공 가능성으로 실권주가 거의 나지 않을 상황에 놓였다. 때마침 오는 3월 1일까지 삼성물산 순환출자 문제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매각해야 한다.

두 사안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3000여억원이 삼성엔지니어링 실권주 매입보다는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권주 없어 유증 참여 가능성 희박

10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최종 유증 신주 발행가격은 8110원으로 확정됐다. 신주발행 규모는 모두 1억5600만주로 이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주주는 1주당 3.37주가 배정된다.

유상증자 청약기간은 11~12일로 이 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해야 15~16일 예정된 일반공모 청약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참여 여지가 생긴다.

지난달 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S 보유 지분 2.05%를 매각할 당시 삼성 측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 시 일반공모 청약에 참여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며 실권주 발생 시 유증에 참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권주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 5일 종가는 1만1000원으로, 현 주가만 놓고 본다면 35%가량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기존 주주들은 배정받는 신주 물량의 20%를 초과해 청약할 수 있어 일부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도 초과 청약한 주주들로 인해 유증이 완료될 수 있다.

지분 1.09%를 보유한 삼성화재가 보험업법 조항 때문에 유상증자에 불참 의사를 나타냈지만 공모주식 20%를 배정받는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배정 주식 수를 초과해 청약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순환출자 해소, 물산 지분 매입 전망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마련한 3000억원은 일단 사용처를 잃게 된다. 증권가에선 이 자금이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분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한은 합병 삼성물산 출범일인 지난해 9월 1일 기준으로 6개월째인 오는 3월 1일까지다. 삼성 측은 공정위에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불가'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제 불과 20여일 남은 셈이다.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또다시 출렁거릴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운 바 있다.

이 때문에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은 국내외 기관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블록딜(시간 외 주식 대량매매)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인수야 말로 주주가치 극대화의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500만주는 5일 종가(15만2000원) 기준 7497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은 최대 1% 정도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증권가 모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실권주가 거의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오버행 이슈가 있는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이재용 부회장의 3000억원의 대부분이 사용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견해"라며 "삼성엔지니어링 입장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실권주 청약 의사를 밝히며 재건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에 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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