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탄생 비밀 푸는 열쇠 '중력파' 발견되나
[경향신문]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 열쇠를 찾으려는 100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거둔 것일까. ‘빅뱅의 증거’로 불리는 중력파(重力波)의 흔적을 찾아온 국제 공동연구팀이 마침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력파는 우주공간에서 강력한 폭발이나 충돌이 일어났을 때 흔들림이 파도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흔들고 휘어지게 만든다. 중력파는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지만 100년이 넘도록 측정으로 증명되지 못했다. 먼 우주공간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한 중력파는 미약해 탐지가 어려웠다.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 공동연구진은 11일 오전 10시30분(한국 시각 12일 0시30분) 워싱턴에서 중력파 탐지연구에 대해 발표한다. 중력파의 존재를 밝혀내기 위해 1997년부터 시작된 LIGO공동연구는 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을 주축으로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한국 등 15개국의 83개 대학·연구기관에서 연구진 1006명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AFP통신 등은 연구팀이 마침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했음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9일 “LIGO가 탐지해 낸 중력파는 태양보다 29배, 36배 강력한 두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충돌해 새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을 지구에서 감지해낸 것”이라며 “중력파가 정말 발견된 것이 맞다면 노벨상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국제 과학계에서는 LIGO연구진이 명백하고 확실한 첫 중력파 관측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포드에 설치된 LIGO에는 4㎞ 진공터널이 기역(ㄱ)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터널 양끝에는 거울이 있고 그 사이로 레이저를 쏜다. 만약 중력파가 터널을 지나가면 거울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레이저에 패턴(무늬)이 생긴다.
지금까지 우주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한 이론은 빅뱅이론과 가속팽창(우주 인플레이션)이론이다. 작은 점에서 갑자기 폭발하는 빅뱅이 있은 뒤 초기 중력파가 퍼져나가면서 시공간에 뒤틀림이 생긴다. 우주는 빅뱅 이후에도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팽창으로 인한 시공간의 뒤틀림은 ‘우주배경복사’라는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이 그리는 특정한 패턴을 탐지해 초기 중력파를 입증하는 것이 이론을 입증할 증거로 여겨져 왔다. 이 중력파를 감지해낸다면 폭발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우주가 어떤 속도로 팽창하는지, 우주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중력파를 찾아내려 애써왔지만 다른 파동을 잘못 읽어내거나 지구에 도달했을 때 이미 미약해진 중력파를 잡아낼 만한 장치를 개발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3월 미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가 남극 전파망원경으로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검증에서 우주 먼지에 의한 파동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주과학 칼럼니스트인 에단 시겔은 포브스에 쓴 칼럼에서 “중력파의 발견은 블랙홀과 중성자별 등 관측이 어려운 우주의 모든 것을 망원경 없이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학계 안팎에서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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