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할 기회주겠다" 인종차별 폭행 10대 용서한 호주 한인 부부

입력 2016. 2. 10. 10:12 수정 2016. 2. 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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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대신 용서 선택한 부부 결정 훈훈한 감동..가게는 내놓고 이사하기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50대 한인 부부가 운영하던 시드니 외곽의 가게. 9일 오후 가게 문은 닫히고 가게를 팔겠다는 안내문이 서 있다. 부부는 인종차별적 폭력과 폭언을 한 10대 청소년들을 용서했다.

처벌 대신 용서 선택한 부부 결정 훈훈한 감동…가게는 내놓고 이사하기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50대 호주 한인부부가 자신들에게 인종차별적 폭언과 폭행을 한 호주 10대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품어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호주의 한적한 소도시에 사는 S씨 부부는 최근 한밤에 호주 청소년들로부터 인종차별적 언사와 함께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폭행을 당했으나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며 용서해 지역 사회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거리인 테리걸에서 5년 동안 슈퍼를 운영하는 S씨 부부는 지난달 23일 밤 10시께 가게 문을 '쾅, 쾅'하고 두드리는 소리에 가게와 붙어 있는 집을 나섰다가 봉변을 당했다.

50대 후반인 남편 S씨는 술에 취한 4명의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욕설과 함께 "아시안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폭언을 당했다. 그중 한 명인 17살 청소년으로부터는 오른쪽 눈가에 멍이 들고 양팔에 타박상을 입는 폭행까지 당했다고 뉴캐슬 헤럴드 등 지역 언론은 전했다.

함께 달려나온 부인도 가해 청소년이 휘두른 주먹에 머리 뒤쪽을 가격당하는 등 폭언과 폭행의 피해를 봤다.

두 사람은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특히 부인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아들 집으로 바로 거처를 옮겼다.

이번 사건은 지난 4개월 동안 자신의 가게를 상대로 한 다섯 번째 공격이었으며, 이전에도 유리창들이 깨지고 인종차별적 조롱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공포를 느낀 적이 없었다는 게 S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부부는 따끔한 처벌보다는 반성할 기회를 주겠다며 용서를 택했다.

S씨는 사건 발생 1주일 만에야 가해 청소년과 그의 엄마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그 청소년이 학교에 가질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시 모자를 만나 학교에 다닐 것과 나중에 군에 입대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의 충격이 너무 컸는지 부부는 가게를 팔고 이 지역을 떠나기로 해 주민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사건 발생 17일째인 9일 오후 가게는 문이 닫힌 채 앞에는 새 주인을 찾는다는 표지판만 서 있었다. 부부는 가게 전화도 받지를 않았다.

단골손님들은 부부가 "인정 많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며 꽃과 카드를 전달하면서 이번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가게의 페이스북도 지역 주민 등의 위로가 줄을 이었다.

한편, 일부 지역언론과 경찰이 피해자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이번 공격이 "인종적 동기가 아닌 단순한 실수"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자 지역의 한 작가가 격분, 블로그 글을 통해 신랄하게 비난하면서 이번 사건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작가 니키 맥워터스는 사건 발생 10일째 가게를 찾았을 때 S씨의 눈의 멍은 여전했다며 언론과 경찰, 가해자 부모가 "인종차별 행위를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있다"고 성토했고 이 글은 널리 확산하면서 조회수가 30만회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역 경찰은 "이번 공격에 인종적인 요소가 있었고 이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한발 물러섰고 부부에 대해서도 "믿기 어려운 용서의 자세"를 보였다며 높이 평가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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