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된장 쌈, 육회에 소맥 한잔~ "진짜 한국인처럼 먹고 싶어요"

뉴욕/최보윤 기자 입력 2016. 2. 10. 03:07 수정 2016. 2. 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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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쿨' 제3 한류 뜬다] [2] '진짜' K푸드에 눈뜬 세계 - "한국 음식은 세련된 것" 비빔밥·불고기는 옛날 스타일, 들깨탕·꼬리찜 등 오리지널 찾아 뉴욕 한식당가 '김치벨트'로 불러.. 베를린 영화제선 김치 타코 판매 예루살렘엔 첫 '코셔' 한식당, K드라마 열풍에 랍비 인증 받아

지난해 4월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문을 연 '오이지(Oiji)'는 요즘 뉴요커들에게 가장 '핫(hot)'한 음식점이다. 유명 매체들이 '집밥 스타일 한식을 제대로 소개하는 곳'(월스트리트저널), '뉴욕의 모던한 한식당 중 최고의 맛'(이터 eater.com)이라고 호평하면서 밥때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성황이다. 히트 메뉴는 매운 돼지고기볶음에 강된장이 곁들여 나오는 쌈밥. 유명 요리 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 오너 셰프인 김세홍·구태경씨는 "이제 뉴요커들은 음식도 진짜(authentic)를 맛보고 싶어한다"면서 "불고기, 비빔밥, 바비큐엔 이미 익숙하다. 육회, 들깨탕, 꼬리찜, 삼겹살 김치찜처럼 지금 서울에서 한국인들이 먹는 오리지널에 열광한다"고 전했다.

◇스시 대신 쌈밥…김치 벨트 아십니까?

K푸드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7~8년 전만 해도 스시(초밥)를 즐기는 것이 가장 '패셔너블'했다면 요즘 뉴욕과 베를린에선 쌈밥, 김치볶음밥이 '유행을 좀 안다'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비빔밥, 불고기는 구(舊)메뉴다. 육회를 거리낌 없이 즐기고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까지 인기다. '서양인들은 매운 음식 못 먹는다'도 옛말이 됐다. 고추장, 된장 같은 한국 전통 양념은 없어서 못 판다.

K푸드를 이끄는 주역은 유명 요리 학교 출신의 20·30대 한국인 오너 셰프들이다. 이들은 생계형으로 출발한 한식당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바꿨다. 위치부터 다르다. 정식당, 단지, 곳간 등 각광받는 한식당들은 한인 타운인 32번가를 벗어나 웨스트빌리지나 첼시, 브로드웨이 주변에 문을 열었다. 발효 음식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K푸드 열풍을 뒷받침했다. 미국 건강 전문지 '헬스'가 한국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면서 '한국 음식은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확립됐다. 미슐랭 3스타 식당인 '장 조지'나 '르 베르나르댕'은 김치와 사찰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를 개발했고, 미국 식당인 '더 더치(The Dutch)'는 한우 안창살구이를 곁들인 김치볶음밥을 선보였다. '김치 벨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퀸즈 플러싱의 한식당가를 가리킨다.

◇'소맥'을 즐긴다…베를린 포장마차

한식 열풍은 유럽으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유럽 12개국에 1만5000여 개 점포를 가진 독일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 '레베(REWE)'는 유튜브를 통해 지난 11월 한국식 불고기 쌈과 잡채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소셜미디어 담당자인 레네 나구세스키(28)씨는 "한국 음식이 워낙 인기라 너도나도 김치와 한국 음식을 팔고 싶어한다"며 "우리 수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참기름과 간장을 활용해 한식 만드는 방법을 알린다"고 했다. 비디오에 등장해 한식을 가르치는 수잔 최(39)씨는 2013년부터 베를린영화제와 베를린 패션위크 주최 측 부탁으로 현장에 나가 한국식 라면과 김치 타코를 만들어 판다. 최씨는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K푸드는 세련되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K푸드 열풍은 한국 주류(酒類)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의 복합 문화 공간 '쿤스트할레'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포장마차' 행사엔 문 앞에서부터 100~200m 이상 줄 서는 광경이 매번 펼쳐진다. 포장마차에선 독일인들이 떡볶이, 김치버거, 호두과자, 김치전, 양념치킨 등을 곁들여 한국 소주와 맥주를 마신다. 지난해 11월 포장마차에서 만난 브리안 베버(29)씨는 "한국식 슈냅스인 소주가 깔끔하다"며 "소주와 맥주 칵테일(폭탄주)도 정말 재미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비빔밥, 닭강정…중동 율법도 넘었다

한식 열풍은 음식 율법 엄격한 중동의 벽도 뚫었다. 오는 3월 예루살렘 구시가지 성곽 안에 코셔(유대교 율법에 맞춰 생산 조리한 음식) 인증을 받은 한식당이 처음 문을 연다. 세계 제1호 코셔 한식당이 될 이곳 주인은 유대인 의사와 결혼한 김봉자(69)씨. "고춧가루, 간장 등 식재료마다 랍비의 코셔 인증을 받으려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김씨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비빔밥, 닭강정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코셔가 아니라서 먹지 못하는 유대인들을 보면서 식당을 차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배추, 깻잎 등 이스라엘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식 재료를 재배하려고 농장도 샀다. 서울대 농대 재학 시절 외교관을 꿈꿨다는 김씨는 "우리 음식으로 문화대사가 된 것 같아 가슴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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