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경차 판매왕 자부심"

김기환.오상민 입력 2016. 2. 10. 00:37 수정 2016. 2. 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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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GM 판매왕 양승호 과장작년에 판 298대 중 3분의 1이 경차짐 많은 20대 유치원 체육교사 공략24시간 카톡 응답, 명절마다 선물.."고객에게 투자한 만큼 되돌아와"
스파크를 가장 많이 판 양승호 과장은 ‘경차지만 고급차같은 마케팅’으로 판매왕이 됐다. [사진 오상민 기자]

‘자동차 판매왕’은 어떤 사람일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멀쑥한 정장 차림의 30대가 번쩍이는 황금빛 명함을 내밀었다.

지난해 한국GM 판매왕에 오른 양승호(33) 쉐보레 북인천점 과장이다. 지난 1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난 양과장은 “흰색 명함으론 고객들 기억에 남기 어려울 것 같아 쉐보레를 상징하는 금색 명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졸업 직후인 2008년 입사한 그는 지난해 한국GM 영업사원 3282명 가운데 판매 1위를 기록해 사내 ‘판매왕’에 올랐다. 지난 1년 동안 298대를 팔았다. 판매 1~10위에 오른 영업사원 대부분이 40~50대인 상황에서 30대인 그가 판매왕을 차지한 건 이례적이었다.

나이보다 더 특이한 건 지난해 판매한 차량 중 3분의 1 가량인 84대가 경차인 ‘스파크’란 점이다. 차 값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받는 영업사원 입장에서 경차는 사실 골칫덩이다. 마진이 적은 데다 구매자 대부분이 여성이나 초보 운전자,노인이라서다.

“기어 손잡이를 D(드라이브)에 놓거나 조명을 켜 놓는 바람에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안 걸린다는 분, 차를 배송한 지 10분 만에 사고났다고 전화오시는 분도 있고요. 경차 고객님이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도 그가 경차 판매에 매달린 이유는 뭘까. 그는 “경차 손님은 대부분 처음으로 차를 사는 분들이다. 뒤집어 말하면 추가 구매로 이어지거나 지인에게 (나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입사 초기에는 단순히 ‘고가차보다 경차가 조금이라도 더 팔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판매왕에 오른 비결로는 ‘경차지만 고급차 같은 마케팅’을 꼽았다. 경차는 탁송 비용을 아끼려 영업사원이 신차를 직접 몰아 고객이 있는 곳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 과장은 탁송 전용 대형 캐리어차에 실어 차를 전달한다.

그는 “경차지만 비싼 차를 산 것처럼 대우받는 느낌을 고객에게 주고 싶다”며 “‘수입차나 이렇게 오는 거 아니냐’며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차량 관련 문의가 많은 경차 특성상 고객 문의에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24시간 응대한다.

전단지를 돌리거나 고객 사무실을 찾는 방식 대신 그의 주 영업처는 유치원이다. 무거운 교구를 싣고 이동할 일이 많은 20대 초반의 기간제 체육 교사를 공략했다.

지난해에만 이들에게 40대를 팔았다. 고마운 고객들에겐 명절 선물도 꼬박 꼬박 챙긴다. 홍삼이나 사과·배 같은 ‘진짜’ 선물세트다.

그는 “올해 설도 선물세트를 보내는데 600만원을 들였다”며 “고객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사원 때는 여대 정문 앞에서 스파크를 세워 놓고 영업할 때도 많았다”고 소개했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서 경차는 ‘찬밥’ 신세다. 경차 점유율은 2012년 17.3%에서 지난해 9.5%로 쪼그라들었다. 한국GM이 지난해 출시한 스파크는 판매 10위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그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데다 땅 덩어리는 좁은 한국에서 경차 판매왕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경차도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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