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금리인하 압박..한국은행 '신중 모드'

유엄식 기자 2016. 2. 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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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분위기 고조돼..'돈 풀어 경기부양' 한계라는 반론도 제기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일본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분위기 고조돼…‘돈 풀어 경기부양’ 한계라는 반론도 제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시장 안팎에서 거센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한은 내부적으로 “통화정책 흔들기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다.

통상 한은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4일 기준 국채 3년물 금리는 1.494%로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3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베팅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 한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 왜?= 최근 금리 인하론의 배경은 녹록치 않은 대내외 경제환경이다.

수출경쟁국인 중국이 지난해부터 위안화 평가절하를 거듭한 데다 일본도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처음으로 마이너스(-0.1%) 금리를 도입해서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은행이 맡기는 돈에 보관료를 받기로 했다.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는 “필요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며 추가 부양책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를 놓고 주요국 간의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한은이 금리동결 또는 금리인상 카드를 놓고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이처럼 일본, 중국은 물론 유럽중앙은행(ECB)도 경기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한은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이 자국 경기둔화를 우려해 당분간 추가 금리인상을 못할 것이란 예측도 한은의 금리 인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미 연준(Fed) 고위 인사들은 최근 ‘3월 금리인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부진도 한 몫했다. 올해 1월 수출액은 전년대비 18.5% 감소한 367억 달러로 6년5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6%에 머물렀고 올해 초에는 소비위축도 우려된다. 정부가 목표하는 3% 성장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고려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3주만에 정책금융 조기집행과 자동차 개별소비세 재인하를 골자로 하는 ‘미니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대책만으로 성장률 반등이 어렵다”는 의견이 확산됐고 곧바로 한은의 통화정책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은이 통화정책(금리인하)을 통해 정책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미시적 대책만으로 경기하강 압력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며 “한은이 금리인하를 병행해 시장에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한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이유= 그러나 한은은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국내 잠재성장률 하락과 경제구조 변화로 금리인하가 곧바로 성장률 상승을 보증하기 어려워졌다.

한은은 지난해에도 2차례 금리를 더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성장률은 2.6%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돌발악재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도 문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72억9000만달러(주식 19억9000만달러, 채권 53억달러)의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가 발생했던 2008년(-259억3000만달러) 이후 7년 만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166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9조6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로 지난해 4분기 1200조원이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은 부채확대를 용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금리가 투자와 소비를 늘려준다는 전통적 경제이론도 수년전부터 맞지 않고 있다. 기업은 해외생산기지를 늘리며 국내 투자를 축소하고 있으며 주택가격 상승과 전월세 가격의 급등으로 국민들은 생활비 부담이 커져 소비여력이 줄어 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변수들 간의 인과관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흐트러졌다”며 “그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경제이론도 이제 재검증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를 내려도 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하고 물가상승률도 낮은 현실을 빗댄 말이었다.

한은 내부적으로 최근 금리인하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수준에서 금리를 더 내려 경기가 호전될지 의구심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통화정책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일본 엔화가 금리인하 이후 잠깐 약세였다가 다시 강세로 전환됐다“며 ”최근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더 제한된 상황“이라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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