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할랄식품 공장 짓는다" 소문에.. 익산이 발칵

성유진 기자 2016. 2.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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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계획 없다" 해명에도 "무슬림 몰려온다".. 교회·지역민 거센 항의 이슬람 전문가들 "할랄식품 두고 이런 논쟁 벌어지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

"공장을 짓고 나면 무슬림 사원과 무슬림을 위한 학교·아파트가 들어선다." "무슬림들에게 정착금 150만원씩을 주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식품단지) 사업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SNS를 타고 퍼진 소문이다. 전북 익산에 들어서는 식품단지가 사실은 할랄식품(무슬림 음식) 단지이고 올해 말 사업이 완공되면 무슬림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게 소문의 요지다. 온라인과 익산 현지에선 할랄단지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1일 "할랄단지가 들어설 계획이 없다"며 해명 자료까지 내놨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할랄(Halal)식품이란 이슬람 경전 코란의 원칙에 따라 가공한 식품을 뜻한다. 돼지고기·알코올 등을 넣지 않고 정해진 도축장에서 도축한 고기만을 사용한다. 이슬람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할랄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으며 무슬림들은 주로 할랄 인증이 붙은 식품을 구매한다.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을 차지하는 이 무슬림 시장을 겨냥해 일본·호주 등은 이미 할랄식품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심·오리온 등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할랄 인증을 받아 이슬람 국가에 일부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 6월 정부가 익산 식품단지에 할랄식품기업 입주를 검토하며 시작됐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왔고 IS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산시 관계자는 "하루에 20통씩 항의 전화가 왔다"며 "오해를 풀기 위해 이장단을 불러 해명했고 '할랄식품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책도 조만간 배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할랄식품단지에 대해 이주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익산 식품단지는 크게 5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할랄식품단지는 이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할랄식품기업이라고 해서 무슬림을 의무 고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국내 할랄식품기업 중 무슬림을 고용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문의 정착지원금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 직원에게 전북도와 익산시가 월 1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고용지원금으로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주명 정책관은 "무엇보다도 입주 의사를 밝힌 기업이 세 곳에 불과해 현 상황에서는 별도의 할랄식품 구역을 지정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실제 대다수 할랄식품 수출 기업은 공장 이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할랄식품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할랄식품 기업은 할랄뿐 아니라 주력 사업이 따로 있고 할랄식품을 함께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굳이 익산으로 공장을 옮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부 해명에도 반대 단체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훈 한국교회연합 기획홍보실장은 "이미 여러 나라가 무슬림 테러 위협을 받고 있고 경제성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할랄식품을 두고 이런 논쟁이 벌어진 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할랄식품은 기본적으로 수출품이고 무슬림이 만드는 게 아니라 무슬림에게 파는 식품인데 우리나라에 무슬림이 급증할 것이라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고 했다.

정부의 섣부른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세원 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반이슬람 정서상 정부 주도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반발이 생길 건 예견됐던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주도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면 반대 의견도 들어가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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