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달인- '찾기'의 달인 고경환

트래비 2016. 2. 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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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큼은 도가 튼 은근한 고수들

달인인 줄 알았는데, 틀렸다. 기인에 가까웠다.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다면서도 
손에 쥔 항공권이 8장.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초경험주의자이자 현지 예약과 개고생의 달인이다.
그래서 한 번쯤은 동행해 보고 싶은 ‘똘끼’ 충만 여행자다.

터키항공 프리미엄이코노미 클래스 치킨 기내식
호치민에 위치한 베트남 전통 레스토랑 마운틴 리트리트 Mountain Retreat의 메뉴판

"패키지는 연습이고 본게임은 자유여행이다"

첫 번째 인터뷰인데 달인이 맞긴 한 건가? 아니. 달인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여행을 즐기는 사람일 뿐.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보는 사람 정도? 헉! 잘못 찾은 건가? 그 정도야 다른 여행자들도 하는 건데. 나는 벤처 기업가다. 종종 강의를 할 때 ‘창업으로 여행하라’는 말을 한다. 창업과 여행의 공통점을 4개의 N으로 정리한 것. 내비게이션Navigation, 네트워크Network, 네버마인드Never Mind, 넥스트Next가 그것이다. 여행도 창업처럼 방향성Navigation이 필요하고, 관계Network를 맺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 시련들에 대해 네버마인드Never Mind해야 한다(최근 브라질에 다녀왔는데 짐이 아직 안 왔다. 그래도 네버마인드). 그리고 창업에 실패해도 항상 다음 비즈니스를 생각하듯 여행도 다음 여행지Next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여행을 계획해서 떠나 본 적이 없다. 아무 때나 갈 수 있어야 여행이다!! 가능해야 말이지. 보통 사람들은 목적을 두고 여행을 한다. 휴가니까 어딜 가야 해, 쉬고 와야 해! 이런 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경험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여행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다녀온 남미도 누군가와 사업구상 하다가 갑자기 다녀오자! 해서 그 주말에 바로 떠난 것이다. 원래 계획은 인천-말펜사이탈리아-상파울루브라질-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라파즈볼리비아-보고타콜롬비아-LA미국-인천이 코스였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아니라 ‘8일간의 세계일주’를 해 보려고 한 것. 그런데 중간에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고산병 때문에 일정이 틀어졌다. 대략 라파즈에서 아순시온파라과이-상파울루브라질-이스탄불터키-인천 등을 거쳐 돌아왔다. 

맙소사!!! 비행기 안 지겹나? 다신 그렇게 안 할 거다. 하지만 재밌었다. 항공료만 해도 엄청 깨졌겠다. 3,000달러. 편도로 끊어서 그렇다. 갈 때는 인천에서 아르헨티나까지 1,000달러. 대신에 귀국편을 편도가 아니라 왕복으로 끊는다. 그게 훨씬 싸다. 싸다고? 왕복이 싼 게 아니라 편도가 비싼 거겠지. 그렇지 않다. 보여 주겠다(그는 모바일을 열고 현란한 손가락질 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봐라, 편도와 왕복이 별 차이가 없지 않나. 왕복표를 사면 귀국했다가 다시 그곳에 간다는 말인가? 가도 되고 안 가도 된다. 요금 차이가 크지 않으니까. 이런 식으로 구입한 유효 항공권이 있으니 언제든 갈 수 있는 것이다(그의 모바일 메모장에는 각각 유효기간과 조건이 다른 8장의 항공권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목적지는 싱가포르, 프라하, 로마, LA, 샌프란시스코, 런던 등이었다).

헉! 올해 여기를 다 간다는 말인가?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고. 달인이 아니라 기인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잘 안 하니까.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아 정정한다. 내가 가는 건 대부분 출장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는 100번도 넘게 다녀왔다. 그곳에 사무실이 있으니까(일본 사무실은 2013년에 접었다). 어떤 이들은 나처럼 예약하면 현지에서 항공권 찾아보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한다. 미리 예약해 놓으면 그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이것도 즐기는 거다. 몇 개 도시나 여행했나? 2014년 기준으로 60개국 100개 도시를 다녀왔다. 그 뒤로 안 셌다. 너무 많으니까. 앞으로도 어딜 가겠다는 계획도 없다. 그냥 발길 닿는 데로 간다. 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있다. 15년 전에 다녀왔던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이나 아마존의 고립된 밀림 속. 평소에 너무 많은 일을 하니까 전화도 안 터지는 그런 곳에서 별도 보고 잠도 자고, 그러고 싶다. 

호텔 예약도 그런 식(?)인가? 힐튼이나 스타우드 등 체인 호텔별로 멤버십에 가입하는 방법이 가장 이득이다. 낮은 등급의 객실을 예약해도 항상 업그레이드를 해준다. 그러면 클럽라운지에서 3끼를 해결할 수 있다. (이거 너무 좁쌀영감처럼 보이려나?) 아코르의 경우는 주식을 300주 샀다. 그러면 플래티넘 멤버가 된다. 그것 때문에 주식을 샀다고? 그렇다. 평생이니까. 포시즌스와 샹그릴라 말고는 대부분의 호텔이 멤버십으로 해결되는 것 같다. 물론 하루에 1만원짜리 한인민박에서 잘 때도 있다. 가성비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그게 대기업과 벤처의 핵심적인 차이가 아닐까? 벤처의 경우 출장비도 어차피 다 내가 부담하니 신경을 쓰게 된다. 스타트업의 출장을 전문으로 대행하는 여행사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달인이 직접 하면 잘 하겠다. 전문 분야가 ‘찾기’인 것 같다. 맞다. 항공, 숙소, 맛집 예약도 결국 찾기니까. 혹은 개고생 전문이나 어드벤처 전문일지도.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서도 긍정 요소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럼 달인의 무기는 모바일인가? 그렇다. 이동성. 모빌리티Mobility는 여행과 가장 잘 어울린다. 근데 모바일 예약을 너무 신뢰했다가 곤란했던 경우도 있다. 항공권을 출발 5시간 전에 결제했는데 시스템상 결제 확인이 안 돼서 결국 새벽 5시 비행기를 타야 했던 적도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만약 표를 못 구하면 어떻게 해? 방이 없으면 어떻게 해? 그런 걱정 때문에 편도로는 여행을 못한다. 특히 편도 티켓만 있으면 출입국 심사에서 걸린다고. 귀찮을 수 있지만 나는 그 과정도 즐긴다. 

이스탄불 터키항공 라운지 피자코너에서는 다섯 종류의 피자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한다
베이징 최고의 오리요리 레스토랑 따동Da Dong의 메뉴판

다양한 기내식을 체험하기 위해 남미 여행에서도 항공사를 계속 바꿨다고 들었다. 기내식 경험이 특별해질 수가 있나? 비프 오어 치킨Beef or Chicken, 고르면 끝인 것을. 주는 것만 먹지 않고 선주문을 한다. 종교식이나 채식뿐 아니라 아동식까지. 다양한 항공사의 기내식을 먹어보는 것이 1단계라면, 한 항공사의 기내식 메뉴를 섭렵하는 것이 2단계다.

차일드밀을 가져다주는 승무원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웃음) 출발 전에 전화해서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더라. 아시아나항공은 먹어 보고 싶어서 주문했다고 하면 오케이. 대한항공은 규정상 안 된다고 하더라.

달인에게 기내식이란?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도구다. 그 땅에 발을 딛기 전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간접적인 채널이다. 최대한 그 나라의 국적기를 타려고 한다. 터키는 지중해니까 레몬이 좋다. 터키항공에서도 홈메이드 레모네이드를 주는데 터키 출발 항공편에서만 서비스한다. 이번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탔는데 눈앞에서 바로 레몬을 짜서 주더라. 일본항공JAL도 좋아한다. 이달의 도시락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매달 일본항공을 탄 적도 있다. 도시락 박스포장과 메뉴판도 다 모은다. 

모으기도 하나? 기내식 메뉴판, 레스토랑 메뉴판도 모은다. 기내잡지도 가져온다. 자석이랑 에스프레소잔도 모은다. 커피 안 드신다더니. 동생이 커피관련 사업을 한다. 가장 많이 모은 것은 술이다. 100병도 넘으니 술집 해도 될 만큼 많다. 와인, 사케, 코냑 등등 전통술을 꼭 사온다. 술 안 드신다더니. 모으고 선물한다. 술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기가 쉽다. 이번에 브라질에서 사온 술을 내놓으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또 있나? 보딩패스도 보관하는데 시간 지나면 글자가 하얗게 바래더라. 박물관 등 입장권도 모은다.  

동행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런 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창업가들이 많은데 비용보다 경험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번 같이 여행해 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믿고 다 맡겨 버린다. 비용도 상관하지 않는다. 물론 가성비를 따지지만. 일반적인 개별자유여행을 넘어서서 사업적인 영감이나 자극을 받기를 원한다. 자유여행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 보면 자기 주관이 강하고 고집이 있다. 떠남을 통해서 내 자신을 버리고 그 공간에서 새로움을 얻고자 하는 것도 특징. 각자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포인트만 잡아 주면 된다. 가족들은? 부모님은 ‘너랑은 여행 안 가’라고 하신다. 불안하다고. 그래서 티켓 끊어 드리고 다녀오시라고 한다. 

달인으로서 한마디? 두려움을 없애면 여행을 좀 더 즐길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고 그걸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인증샷을 찍는 것 같다. 단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고 하니까. 그게 꼭 나쁘지는 않지만 이후에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을 찾아서 한 일주일 동안 있어 보라. 그곳 사람들이 가는 시장도 가보고 산책도 하고. 패키지여행은 예습이고 본 게임은 자유여행이라고 생각해라. 


글 천소현 기자 사진제공 고경환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고경환 달인은 현재 (주)에이엔티홀딩스의 대표이자 홍합밸리 이사장이다. (주)에이엔티홀딩스는 2008년 일본에서 설립한 IT 벤처기업으로 이듬해 한국법인을 설립했으며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모바일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로 모바일 기반 수출유망 중소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호텔 예약애플리케이션 ‘Wonight’, 레스토랑 예약애플리케이션 ‘Gormey’ 등 90여 개의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홍합밸리는 홍대와 합정 지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www.ant-holdings.com www.honghapvalle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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