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초봉, 일본 보다 너무 많다? 확인해보니..

김필규 2016. 2. 4. 22: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이 그제(2일) 내놓은 자료 하나가 큰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 대졸 신입들의 초임이 일본과 비교해 너무 높다. 올해는 이걸 좀 낮춰서 신규 채용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인데요. 과연 이게 맞는 내용인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김필규 기자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일단 자료 내용을 전해주실까요

[기자]

해마다 경총이 이맘때면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라는 걸 내놓는데, 지금 경제사정이 이러니 각 기업은 직원들 임금 수준 결정할 때 참고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한국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평균이 3646만 원인데, 이건 일본 대기업 대졸 신입에 비해 39%나 더 받는 거다, 절대적 수치로도 많고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지나치다는 분석이었던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한국 경제 규모에 맞게 대기업의 대졸 초임을 좀 낮춰라, 이런 얘기로 보면 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둘 간의 비교 기준이 뭐였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 입사한 34세 이하의 대졸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했고, 일본의 경우 1000명 이상 대기업에 입사한 24세 이하의 대졸 이상 상용직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앵커]

기업 규모로 보나 연령으로 보나 기준이 많이 다르군요?

[기자]

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는 건데요.

두 나라가 통계를 내는 방식이 다르고, 기업 규모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통계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건데요.

우선 한국 취업자들의 입사 시기가 평균적으로 좀 늦은 편인 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34세와 24세, 기준에 10살 차이나 나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34세 이하면 대학원 졸업한 석박사급 인력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일본처럼 24세 이하면 대학원 졸업자는 있기 힘들겠죠.

우리 노동부 통계를 보면 보통 대학원 졸업자가 대졸자보다 월급이 44% 정도 더 많습니다.

이 부분 감안할 필요가 있는 거고, 또 여기에 일본 '상용직'이라고 한 기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의 상용직이라고 하면 우리 정규직하고 같은 개념이 아닙니까.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경총 보고서에선 앞서 본 초임 액수 비교할 때,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조사의 상용직 숫자를 근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후생노동성 정의를 보면 상용직은 '고용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하루 일정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니 여기엔 비정규직, 계약직이 포함돼 있을 수 있는 거라, 우리의 정규직하고만 비교한 이 부분에서도 오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거죠.

[앵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어려움은 이해가 되는데, 그러면 기준 잡기에 따라서 39%나 차이가 난다 이런 결과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뿐 아니라 양국 간의 문화적 차이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정동관 박사/한국노동연구원 : 일본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에서 근무를 할 때 생애 주기별로, 생애 전체에서 얼마를 받는지, 그게 어떻게 보면 더 큰 의미가 있거든요. 그게 오랜 역사와 사회적인 어떤 합의를 통해서 그게 자리를 잡은 거잖아요. 초임이 거기서 (이후에) 어느 정도의 상승 여력이 있는지, 그것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좀 얘기를 해야 돼요.]

생애 전체로 봐야 한다 이런 얘기인데, 실제 신입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때 한국은 임금이 34% 정도 오르는데, 일본에선 61%나 오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게 출발해 갈수록 많이 오르고, 한국은 높게 출발해 많이 안 오르는 구조인 건데, 여기서 또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일하냐 하는 겁니다.

일본의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정도 되는 반면, 한국은 9년밖에 안 되니 한국 근로자들은 여기까지 가기도 힘든 거죠.

이런 문화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무조건 일본과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 얘기만 보면 경총 자료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경총 쪽 얘기도 들어봤죠?

[기자]

"국제적으로 임금 통계를 100% 정확하게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런 한계를 보고서에서도 밝혔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앞서 본 기준 차이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비교를 했고 그래서 그 분석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100% 정확하게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결론만 얘기한다는 게 사실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결국 경총은 대졸 초임을 낮춰서 고용을 좀 늘리자,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런데 아주 비슷한 이야기 나왔던 게 2009년 지난 정부가 추진한 '잡셰어링'입니다.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해 그 여유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자, 그렇게 일자리를 나누자'는 거였죠.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겠습니다.

[김유선 박사/노동사회연구소 : 그러니까 그게 전반적으로 내부의 임금체계를 조정하든가 해야 하는 문제일 텐데, 초임만 딱 낮춰놓고 그런 식으로 하니까, 1년 차 하고 2년 차 된 사람하고 사이에 상당히 임금격차가 벌어지지 않습니까? 내부적으로 상당히 이것저것 부작용이 있었고, 그러면서 지금은 거의 폐기했던 건데. 다시 그 문제를 또 들고 나온 거죠.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거예요.]

그때 그나마 생긴 일자리도 단기 인턴직이 대부분이었고, 이중 정규직이 된 비율도 4% 미만이란 조사결과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선 "대졸초임 삭감은 실패한 정책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고 신입사원의 임금만 낮춰 오히려 전 직원의 하향평준화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올해 역시 경제전망 안 좋고 위기 상황인 것 맞습니다. 여러 협력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서 기업 스스로 신뢰를 깎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앵커]

대기업 신입 연봉 초임을 낮추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자료를 낸 건데, 여러 가지 자료의 문제는 발견되는군요. 지금까지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