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선음재'

2016. 2. 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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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 Ⅰ

한옥에는 바람도 불고, 눈도 오고, 비도 내린다. 그리고 하늘도 보인다. '한옥 건축가' 조정구의 손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한옥 호텔 선음재에선 자연과 벗삼을 수 있다.

부엌에서 바라본 사랑채의 욕실 전경. 사랑채 끄트머리 공간에 자리한 곳으로 돌 바닥에 욕조를 놓아 내부는 최대한 모던하게 꾸몄다.

가회동 북촌로의 언덕길. 골목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한옥집 선음재가 있다.

사랑채의 대청. 사방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선음재의 후원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선음재의 후원. 사랑채 뒤편으로 가면 후원이 나오는데, 선음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중으로 닫힌 문을 열 수 있고, 수도가 연결돼 있어 뒷마당에서는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이곳에서 아들 셋이 태어나고 자랐어요. 제주도에서 직접 가져온 돌하루방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가족 다섯 명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에요."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곳은 부엌이다. 안채에는 다락방이 있어 아이들이 들어가 옹기종기 놀기 좋다. 미닫이 문과 여닫이 문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한다.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곳은 부엌이다. 안채에는 다락방이 있어 아이들이 들어가 옹기종기 놀기 좋다. 미닫이 문과 여닫이 문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한다.

머리맡에 있는 미닫이 문을 열면 바깥이 훤히 보인다. 두툼한 요와 이불을 깔아 한옥 좌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공간이자 공동 공간인 주방.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공간이자 공동 공간인 주방.

SEONEUMJAE선음재

그 유명한 선음재가 이 선음재가 맞냐고 묻는다면 맞다. 1934년에 지어진 이 한옥집은 2007년, ‘한옥 건축가’로 유명한 조정구 대표의 손에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치며 그 역사를 새로 썼다. 명망만큼 따라 붙는 수식어도 화려하다. 리모델링 직후, 서울시 건축상 리모델링 부문 수상과 함께 제1회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해외한옥전 <한옥> 전시에 출품되는가 하면, 2008년에는 LA, 뉴욕, 워싱턴 등 한국 전통 가옥의 미를 알리는 국제 행사에도 여럿 참여할 정도로 선음재가 한옥에서 갖는 위치는 특별하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평범한 가정집이었던 선음재가 한옥 호텔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진짜 좋은 집은 굳이 어떤 것들로 채우지 않아도 충분한 집이 아닐까. 공간만으로도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힘, 선음재의 힘은 바로 구조에 있다. 값비싼 가구도, 디자이너의 소품도 필요 없는 이유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안마당이 보이고,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ㅁ’자 형태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겉으로 보기에도 꽤 넓어 보이지만, 신을 벗고 안채로 들어가면 이내 충격에 휩싸인다. 집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꼬불꼬불한 내부 구조는 여러 개의 분리된 공간들이 비밀스럽게 서로 연결돼 있는데 전개도를 그리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다. 연결 고리를 담당하는 장치는 수십 개에 달하는 창호문이다. 이중으로 꼭꼭 닫힌 미닫이, 여닫이 문을 열면 몰랐던 방들이 신기하리만큼 계속 등장한다. 집은 크게 중앙 부엌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로 나뉜다. 안채 큰방의 위쪽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좋고, 다른 문을 열고 야트막한 계단을 내려가면 부엌으로 곧장 연결된다. 안채의 대청마루에서 다락방만큼 비밀스러운 공간은 지하 오디오 룸이다. 가파르고 긴 계단 아래에는 긴 소파가 놓인 TV 룸이 있어, 두어 평 남짓한 공간은 회의나 조용한 여가를 위해 제격이다. 안채에 다락방이 있다면 사랑채에는 아름다운 후원이 있다. 유리창으로 통과하는 자연광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휴식 공간이다. 침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선음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욕실이 나오는데, 독채를 빌린다면 아름다운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즐기는 노천욕을 경험할 수 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에 즐기는 노천욕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선음재가 쌓아온 긴 시간을 동선이 대신 말해주기라도 하는 걸까. 놀랍게도 안채에서 사랑채 욕실까지, 모든 동선은 끊이지 않고 쭉 연결된다. 보통의 한옥 스테이들이 1~2인 기준인 데 반해 선음재는 5인 기준이다. 가족 단위로 머물렀으면 하는 집주인의 바람 때문이다.

“혹시 아이가 셋인 집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처럼요. 집 안에 특별한 건 없지만 집 자체가 워낙 아름다워서 집에만 있어도 좋을 거예요. 8년 동안 이 집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랐어요. 우리 부부의 삶의 일부였던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만큼의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려고요.”

EDITOR 손은비

PHOTOGRAPHER 장엽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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