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PC, '찍힌' 직원들 상시 대기발령..'잔인한 해고'

표주연 2016. 2. 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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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파리크라상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 특정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한 '상시 부서'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SPC의 계열사 중 하나인 파리크라상은 '시장조사팀'이라고 불리는 이 부서에 배치한 뒤, '투명인간' 취급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있다.

◇'찍힌 직원'들을 내보내는 방법

파리크라상 입사 10년 차 여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1일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뒤 11월24일 시장조사팀으로 발령이 났다. 관리자급인 소속 부서 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오자 팀장은 "(예전에 우리 부서에) 너를 받기 싫었는데 받아야 했다. (육아휴직에서)돌아왔지만, 앞으로 일을 주지 않을 것이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시장조사팀으로 발령한 뒤 사측은 "한 달 치 월급을 줄 테니 스스로 그만두라"고 지속해서 요구했다.

입사 4년 차 직원 B씨도 지난해 같은 인사발령으로 시장조사팀으로 왔다. 상급자의 비리를 내부고발한 것이 빌미가 됐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성 접대, 골프 접대 등을 받는 것을 알게 된 뒤, 참지 못하고 회사에 고발했다 오히려 회사에 '찍혔다'는 것이다.

경력으로 스카우트돼 입사 4년째인 C씨도 시장조사팀에 왔다. 그는 조금 특이한 사례인데, 일선 팀과 중간 관리자급 임원이 '같이 일하게 보내달라'고 최고경영자에게 수차례 요청을 했지만, 웬일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출퇴근을 하지만 아무런 업무를 하지 않는 '대기발령'상태에서 지내고 있다. 가끔 인사팀과 면담하는데 이때마다 인사담당자는 "너희는 여기서 더 일할 수 없다. 빨리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이직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공포의 '시장조사팀'은 어떤 부서?

파리크라상은 매년 시장조사팀으로 일부 직원들을 발령을 내고 스스로 그만두게 해왔다.

이 팀에 배치되면 회사를 나갈 때까지 업무를 받지 못하는,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로 지내야 한다. 업무용 책상은 물론 사무용 PC도 지급되지 않으며, 영업직 사원의 경우 노트북과 태블릿PC도 반납해야 한다. 출퇴근 체크도 하지 않으며, 어떠한 사내 문서도 볼 수 없다.

지난해 11월 정기인사에서 5명이 배치돼 이 중 2명이 이미 퇴사했고, 3명이 남았다. 2013년에도 3명이 발령 나 곧 모두 그만뒀다.

사내에서는 이 부서에 발령 나는 것을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료들도 "그냥 스스로 나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조언할 정도다.

2014년에는 제조업 파트에서 근무했던 과장급 직원을 영업팀으로 발령했다 경기 동탄시에서 인천까지 출퇴근을 시켰다. 직원은 정신과 치료를 받다 결국 퇴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적절한 업무평가나 성과에 따른 대기발령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의 사례에 해당하는 직원은 모두 업무평가에서 중상등급 이상을 유지해왔다. A씨는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전 업무평가에서 C등급을 얻었고, 등수로는 중간 정도였다. B씨는 업적평가에서는 B를 받은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다. 그러나 내부고발 이후 팀장의 평가가 D로 나와 종합고과 C를 기록했다. C씨의 경우 업무평가에서 2년 동안 C정도를 얻어 중하위권에 속했다.

A씨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더 잃을 것이 없다"며" 지금 우리는 투명인간인데 회사에서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한 존재가 됐다"고 토로했다.

B씨는 " 우리가 쉽게 놔버리면 후배들도 똑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버티고 있다"며 "뼈를 묻을 각오로 입사했는데 특별한 잘못도 없이 이렇게 되니 명예라도 회복해야겠다"고 말했다.

◇허영인 회장의 조직문화 "사람 귀한 줄 몰라"

SPC 그룹 차원에서 '찍힌' 직원들을 '물갈이'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대기발령 부서는 명칭은 각기 다르나 모든 계열사에 존재한다.

지난해 그룹 전체에서 '대기발령' 부서로 발령된 인원은 지난해 파리크라상 5명, BR코리아 10여 명 등 총 28명인데 이 중 20여 명이 스스로 그만뒀고, 파리크라상 3명, BR코리아 5명이 현재까지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인력관리에 관해 허영인 회장이 만든 조직문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그룹에서는 계열사 특정 임원이 그만두면 그 임원의 '라인'에 해당하는 직원들을 모두 물갈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는 경력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1차 타깃이 된다. '라인'을 통해 회사 내부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갈 수 있다고 최고경영자가 의심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업무평가나 실적에 상관없이 최고경영자의 기분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점도 내부적으로 문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면 허영인 회장이나 각 계열사 사장급 인사가 특정 매장을 방문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점포 담당이 누구냐. 당장 조치하라"고 지시하고, 그 직원은 대기발령 이후 물갈이되는 식이다.

최근 SPC그룹을 그만둔 한 임원은 "SPC그룹은 사람이 귀하다는 것을 모르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매년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내보내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파리크라상에서 인사파트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최근 2~3년 동안 업무평가에서 연속해 C나 D를 받은 직원 중 다른 부서에서 받아주지 않을 경우 대기발령하기도 한다"며 "권고사직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 임원은 "어느 회사나 평판이 안 좋거나 다소 이기적이라서 부서마다 쓰기 싫은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양측)합의로 자연스럽게 사직 절차를 밟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SPC그룹 관계자는 "대기 발령도 징계성 인사 조치 중 하나다"며 "보통 업무에 부적응한 경우, 성과가 낮은 경우, 잘못을 범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그룹 전체에서 지난해 실적을 나름 선방했는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일부 계열사에서 대기발령이 있었다 해도 일반적인 인사조치 사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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