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버렸네~" 제주도를 제발 가만 두라

김민수 2016. 1. 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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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제주 돌문화공원

[오마이뉴스 글:김민수, 편집:최은경]

▲ 제주의 정낭 제주의 정낭은 본래 정주석의 구멍과 나무가 모두 세개다. 한개만 걸쳐져 있으면 근처에 출타 중이니 곧 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요, 두 개가 걸쳐 있으면 조금 먼 곳으로 갔으나 오늘 중으로 돌아온다는 이갸기요, 세 개가 걸쳐 있으면 멀리 출타를 하였다는 표시다. 삼다도에 이어 삼무도(도둑, 거지, 대문이 없는 섬)이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 김민수
개인적으로 제주에 가면 자연 자체만으로도 만족하기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거의 찾지 않는다. 그나마 제주 4.3평화공원이나 비자림 정도는 역사적인 의미와 오랜 세월을 통해 제주가 된 곳이기에 방문을 하지만, 그 외의 장소는 별로 방문하질 않는다.

더욱이 2000년 이후에 생긴 무슨무슨 박물관들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때론 혐오스럽기도 하다.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곳은 섭지코지다. 영화 <올인> 촬영 이후, 세트장이었던 성당까지는 좋았지만 이후의 난개발은 그곳의 풍광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고 본다. 난개발 이전에는 봄이면 섭지코지 들판엔 산자고가 물결을 이루듯 피어났었다. 그러나 그곳은 지금 모두 시멘트에 묻혀버렸다. 그 이후, 나는 제주도에 가도 그 근처는 가지도 않는다. 마음이 너무 아플까봐 혹은 화가 날까봐 가질 못하는 것이다.

▲ 제주돌문화공원 돌문화공원을 돌아보고 나오는 출구, 그러나 그곳으로 올라가도 돌문화공원을 돌아보는 데는 아무 문제없다. 눈이 내려 돌담과 길가에 하얀 눈이 쌓여있다. 이 날도 역시 칼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댔다.
ⓒ 김민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제주여행을 하면서도 여러가지 위험 징조(?)들을 보았다. 난개발도 난개발이지만, 도대체 제주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난개발을 허가해 주는 관청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게 저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저런 생각을 한 치는 누구고, 그랬다고 해도 저걸 허가해 준 치는 누구야?"
"완전히 버렸네..."

이런 한탄이 나오는 곳이 여러곳 있었으며, 용눈이오름 남쪽방향으로 세워진 풍력기도 그 중 하나였다. 게다가 물가도 육지에 비해 싸지 않았으며, 일반 숙소는 물론이고 게스트하우스 요금도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버렸다. 작년 3월에 1만5000원(일인당)하던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2만 원씩이라고 한다. 여행객 둘이나 셋이면 이제 불편한 게스트하우스를 택할 이유도 없어진 것이다.

▲ 제주돌문화공원 억새밭에 기암괴석이 자리를 하고 있다. 인공의 시설이지만, 제주의 자연과 잘 어루러지게 배치되어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김민수
그럼에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은 이유는 하나의 이미지때문이었다.

지난 해 딸아이가 돌문화공원에서 아침에 담은 사진이라며 사진을 보여줬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희미하게 돌하르방이 보이는 이미지였다. 제주의 아침 안개가 만들어 낸 신비스러운 모습이었다. 컬러를 담았지만, 흑과 백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했다.

그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날이 너무 추웠으므로 실내에도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더불어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걸을 수도 있는 곳, 그곳으로 돌문화공원은 적격이었던 것이다.

눈보라는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여전히 칼바람은 기세 등등했다. 각설하고 제주돌문화공원을 살펴보자. 컬러로 담다가 흑백이나 컬러나 별로 그 경계가 무의미했으므로 흑백모드로 사진을 담았다.

▲ 제주돌문화공원 고망난돌(구멍난 돌), 눈보라가 휘날리며 화산석 파인 곳에 박혔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의 눈은 하늘에서 오지 않고 땅에서 옆에서 오는듯하다. '펄펄 하늘에서 눈이 온다'는 것을 서울에 와서야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었다는 제주토박이의 말은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 김민수
▲ 제주돌문화공원 돌하르방 옆으로 쌓인 눈에도 돌하르방의 모습이 드러난다. 칼바람과 눈보라 덕분에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풍광을 만났다.
ⓒ 김민수
▲ 제주동자석 제주동자석들, 이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제주동자석밀반출 사건과 무덤에 서있는 동자석들의 도난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무덤가에서 동자석을 만나기가 힘들다. 이 동자석들의 출처는 어디인가? 이런 부분은 불편했다.
ⓒ 김민수
▲ 돌탑과 억새 제주의 커다란 돌에 쌓여진 돌탑과 그 뒤로 바람에 시달리며 씨앗을 모두 보내고 삭아져가는 억새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런 풍광을 담을 때에는 흑백과 컬러의 경계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흑백사진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김민수
▲ 맷돌 우마가 돌리던 맷돌, 검은 맷돌과 제주의 하늘과 나름 잘 어울리는 배치였다.
ⓒ 김민수
바람이 너무 세서 다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인공의 공원치고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공원이다. 인공이 가미된 것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으로 비자림, 오설록에 이어 돌문화공원이 추가되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제주도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단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이유들에 대한 의견은 사실 분분하다. 외지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현지인들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전에 조용하던 마을이 관광객들로 붐비게 된 데에는 우후죽순 생겨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의 영향이 크다.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고, 차액을 노린 이들은 그곳을 팔고 떠나고, 그런 영향으로 비슷한 업종이 여기저기 생기면서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에는 지역별로 다르지 않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와 음식점 등이 포진하게 되었다.

모든 지역의 평준화, 이것은 제주도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평준화가 아니라, 지역별로 특색을 가진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제주도의 미래도 불투명하지 않을까 싶다.

돌문화공원에 오기 전, 동백의 낙화가 제법 예쁘던 곳을 떠올렸다. 멀리 갈 것 없이 그곳에 가면 될 것 같았는데, 내가 제주도를 떠날 무렵(2006년) 시작되었던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거반 공사를 마친 그곳엔 내가 겨울이면 찾던 동백나무는 다 사라져 버렸다. 다시는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한 곳 더 생겨버린 것이다.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차라리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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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1월 19일 돌문화공원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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