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일본 잡는 DNA보다 무섭던 안일함과 방심

임성일 기자 2016. 1. 3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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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각)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 경기에서 한국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일본에게 3대2로 역전패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6.1.31/뉴스1 © News1(도하(카타르)=뉴스1) 손형주 기자

(도하(카타르)=뉴스1) 임성일 기자 = "이건 세대의 문제는 아니다.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했어도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들의 피 속에는 일본 축구에게는 절대 지지 말아야한다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DNA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말이다. 물론 축구는 축구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그 속에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되거나 사회문화적 요소가 영향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모두가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몸이 알아서 반응해 끓어오르는 것은 별개 문제다. 한일전은 그냥 반드시 꼭 이기고 싶은 경기다. 그래서 절실했다.

이미 리우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신태용 감독은 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을 앞두고 "이길 것이고 이겨야한다. 아니,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준비하겠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전한 바 있다. 시쳇말로 '가위바위보'도 지기 싫다는 일본과의 대결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게 축구 대항전이다.

그 한일전이 한 대회의 결승전에서 성사됐으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현역 시절 2번의 한일전을 경험했고 그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렸다는 안정환 해설위원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 생활을 하면서 평생 한일전을 한 번도 못하고 끝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 한일전이 결승이다. 이 선수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경기가 잘못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다. 진지한 마음으로 임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결과론적인 일이지만, 끝까지 진지하지 못했던 자세가 빌미가 돼 날카로운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이 31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끝난 일본과의 대회 결승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믿을 수 없는 패배였다.

경기 초반 한국은 전술적인 준비과정부터 선수 개개인의 능력 그리고 꼭 이기겠다는 정신무장까지 모두 일본을 압도했다. 근래 한일전에서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가 있었을까 싶었던 내용이 나왔다. 쉽게 표현해 일본을 쥐락펴락했다. 그 사이 전반 20분 권창훈의 선제골, 후반 2분 진성욱의 추가골이 터졌으니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리우올림픽 본선행 확정으로 다소 느슨해질 수 있을 것이라던 추측, 일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 젊은 세대들의 경기라 정신력을 강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확실히 한국의 축구선수들 피 속에는 일본 축구를 잡는 DNA가 있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안일함과 방심이라는 적이 마음속에 침투하자 그 DNA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바람이 화근이었다. 2-0으로 기분 좋게 앞서고 있던 후반 20분 이후 갑작스레 2골을 내주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이겼다'고 생각한 선수들의 안일함이 위기를 초래했다. 분위기가 좋을수록 냉정해야하는데 너무도 성급하게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고, 나아가 벌써 취한 이들도 있었다.

이미 파티를 벌이고 있던 어린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똑같이 어린 선수들이었으나 지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들던 일본의 집중력과 근성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신태용 감독은 "90분 경기 동안 단 1%라도 방심하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선수들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방심과 안일함의 후폭풍은 '일본 잡는 DNA'보다 강했다.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이 교훈을 뼈에 새겨야한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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