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 성패는 간판을 보라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2016. 1. 30.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두규의 國運風水]

가난하여 배우지 못한 사람이 큰 기업을 일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기업인은 존경받을 만하고 큰 사표로 삼기에 충분하다. 호설암(胡雪岩)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비천한 출신으로 12세 때 아버지가 죽자 홀어머니를 떠나 항저우(杭州)의 어느 전장(錢莊·금융업체)에서 허드렛일로 세상에 나선 그는 중국 최고의 거상(巨商)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살아 있는 재물의 신(活財神)'으로 모셨고, "정치를 하려면 모름지기 증국번(曾国藩·19세기 중국 정치가)을 보아야 하고, 장사를 하려거든 호설암을 읽어야 한다(爲官須看曾国藩,爲商必讀胡雪岩)"고 말할 정도였다. 일개 상인으로서 청나라 조정으로부터 2품 벼슬을 받은 것도 중국 역사상 드문 사건이었다.

그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고 그 하나하나마다 상인들과 CEO들에게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그는 풍수도 사업에 적극 활용했다. 그는 말한다. "기업이나 점포의 외관은 사람의 얼굴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이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김태성 역 '상경')

호설암은 이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첫째 적당한 위치, 둘째 깨끗하고 운치 있는 건축, 셋째 정교하고 단아한 실내장식, 이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고 한다. 터와 건물 그리고 인테리어, 즉 풍수 전반에 관한 것이다.

말은 쉬우나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기업이나 부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지만, 여유가 없는 중소 상인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터를 잡는 것부터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설암의 핵심 요지는 '간판을 통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간판을 통해 점포와 상인의 의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조형물이다.

사진 1은 강남 '두꺼비빌딩' 앞에 세워진 금두꺼비상이다. 금두꺼비는 '돈을 토해 사람에게 준다(토전급인·吐錢給人)'는 전설이 있다. 빌딩 이름에 어울리는 조형물이다. 사진 2는 여의도 대신증권 건물 앞에서 세워진 황소상이다. 황소상은 증시 강세장을 뜻하는 불마켓(bull market)을 상징하는데 황소가 뿔로 주가(株價)를 치받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1과 2가 재물을 부르는 초재(招財) 풍수라고 한다면, 사진 3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사진 3은 서울역 부근 '아스테리움 서울' 앞에 세워진 코끼리 석상이다. 건물이 바라보는 곳이 서쪽인데, 서쪽을 사신(四神) 가운데 백호(白虎)로 오해한 데서 비롯한다. 백호란 문자 그대로 흰 호랑이이다. 호랑이가 건물을 노려보니 건물이 불안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를 제압하기 위해 코끼리 석상을 세웠다. 일종의 진압(鎭壓) 풍수 관념이다.

사진 4는 이천 '치킨대학(BBQ 연수원)' 입구에 세워진 닭 석상이다. 금닭이 알을 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을 상징한 것이다. 연수생들을 알(卵)로 보았다면 연수원을 이를 품어 부화시키는 금닭으로 상징한 것이다. 연수원의 의도를 닭 석상 하나로 넉넉히 설명하고 있다.

건물 앞에 세워진 조형물은 일종의 '야립(野立) 간판'이다. 그것은 법령이 정한 '미술 장식품 설치'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사운(社運)을 상승시키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는 의미는 간판 하나로써 그 점포(회사)를 자신 있게 홍보하여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지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