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도 접고 일본지도 펴는 유커..관광업계 '적신호'

김고금평|김지훈|김유진 기자|기자|기자 2016. 1. 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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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방한 중국 관광객 첫 감소세로..메르스 원인 넘어 '콘텐츠' 부재에 따른 필연적 수순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김지훈 기자, 김유진 기자] [12년 만에 방한 중국 관광객 첫 감소세로…메르스 원인 넘어 '콘텐츠' 부재에 따른 필연적 수순 ]

최근 5년간 한국과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의 변화 추이 그래프로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서 발표한 자료 참조했다.

한국을 찾는 최대 외국 관광객인 유커(중국 관광객)가 한국 대신 일본행을 택하면서 관광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6.8%인 98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유커 수는 2014년 612만 6865명에 비해 2.3% 감소한 598만 417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관광객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일본을 방문한 유커는 2014년 241만 명에서 지난해 499만 명으로 갑절의 성장세를 보였다.

정부는 외국 관광객의 감소 원인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서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측은 “지난해 6~8월 메르스 창궐로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었고, 이를 회복한 것이 10월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광업계 측은 “메르스가 가장 일차적인 원인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문화 콘텐츠의 빈약이나 숙박 시설 미비 등 인프라에 실망한 유커의 자동반사적 반응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엔저 효과까지 겹쳐 유커의 일본행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유커, 한국 대신 일본으로 ‘발걸음’

지난해 해외로 나간 유커는 전체적으로 늘어났지만, 한국에 방문한 유커는 줄었다. 중국 신화통신이 중국국가여행부(CNTA) 통계를 이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유커의 수는 1억 20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도 229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2014년까지 유커의 한국 방문은 꾸준한 증가세에 있었으나, 지난해 메르스 여파를 계기로 유커의 여행 지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1974만 명으로, 2014년 대비 633만 명이 증가한 47%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유커의 성장세는 107.3%에 이르렀다. 유커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이 보는 외형적 요인은 엔저와 규제 완화다.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로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일본 방문이 쉬워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등에 관광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한 데다 지난 4월 관광지에 임시 면세점을 설치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엔저)로 일본에서의 쇼핑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화됐고, 일본 정부의 비자 발급조건 완화도 주효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젊은 층의 해외방문이 늘어나면서 한국보다 일본 여행지에 에어비앤비(숙박공유업체) 등이 활성화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제시됐다.

한국을 찾은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 “한국와보니, 판자촌밖에 없더라”

유커가 그간 한국 방문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은 ‘한류 콘텐츠’와 ‘값싼 제품’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보던 한국의 한류 상품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TV에서 이민호가 서울 배경으로 찍은 모습을 봤는데, 막상 와보면 판자촌밖에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며 “숙박시설이나 관광 프로그램도 모두 저렴한 곳으로 데려가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커의 감소세가 메르스라는 일시적 위기의 결과가 아니라, ‘콘텐츠 부실’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한국은 지역 문화가 살아있는 콘텐츠 확보가 아닌 마케팅에만 열을 올린다”며 “관광은 재방문이 중요한데, 한번 실망한 유커가 화장품을 사기 위해 다시 올 가능성을 기대하는 건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산업화 이후 관광여행을 지역 중심으로 차별화한 일본처럼, 지역과 전통이 살아있는 지역의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메르스는 핑계에 불과할 뿐”이라며 “‘문화 대국’을 경험한 유커가 단조로운 한국 콘텐츠보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치는 일본의 콘텐츠에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며 “단속 중심의 숙박시설부터 한류 콘텐츠의 접근성까지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김유진 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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