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실패를 모르고 달려온 지도자 신태용의 진짜 도전

임성일 기자 2016. 1.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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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신태용은 지금까지 실패를 모르고 질주했다. 그런 '난놈' 신태용 감독이 아주 중요한 도전 앞에 섰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현역 시절 신태용의 애칭은 '그라운드의 여우'였다. 자타공인, 리그를 대표하는 영리한 미드필더라는 평가에 이견 없었다. 경기 전체의 흐름을 읽고 맥을 짚어내는 수가 능했고 상대의 기를 죽이고 동료들의 흥을 돋우는 능력도 탁월했다.

그랬던 신태용이 지도자로 변신한 뒤로는 '난놈'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있다. 사실 스스로 붙인 것이다. 지도자 초창기 성남을 이끌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까지 내달릴 때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한지 "나는 정말 '난놈'이다"라고 외친 것에서 비롯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워낙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신태용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보수적인 축구판에서 자신이 자신을 그렇게 띄우기도 어렵다. 실제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만큼 당당하게 걸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실패를 모르고 있다.

신태용은 곧바로 감독이 된 흔치 않은 케이스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오로지 성남에서만 활약했던 '원클럽맨' 신태용은 2005년 호주로 건너가 퀸즐랜드 로어 클럽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했고 그곳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다시 한국 프로무대에 등장한 것은 2008년 말이었는데 친정 성남의 감독으로 K리그에 컴백했다.

당시 많은 이들의 우려가 있었다. 워낙 꾀가 많고 리더십이 탁월한 선수였던 것은 인정하나 코치 경험도 없이 곧바로 감독이 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난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지휘봉을 잡은 첫해, 신태용 감독의 성남은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쳤다. 이 자체로도 성공적인데 플레이오프에서 상위권 팀들을 잡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의 첫 시즌은 2위였다. 진짜 놀랄 일은 이듬해 펼쳐졌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성남은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2011년에는 FA컵을 들어올렸다.

실패를 모르던 신태용 감독은 2012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는데, 입담이 좋기에 그 생활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금세 현장으로 복귀했다. 장소도 의외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 후 코칭스태프 전면 교체를 선언한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지휘봉을 '외국인 지도자'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 그를 보좌할 이로 신태용 코치를 낙점했다. 학연이든 인맥이든, 소위 '축구협회 사람'과는 거리가 있던 신태용의 대표팀 입성은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옳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기 전, 신태용은 임시감독 신분으로 2014년 9월 두 차례의 A매치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베네수엘라는 3-1로 꺾고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에게는 0-1로 패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으나 특히 내용적으로 호평이 쏟아졌다. 고정관념에서 탈피, 기성용을 최후방 수비수로 기용하는 등 과감한 운영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에서도 신태용은 안팎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신태용 코치가 편하게 또 적극적으로 옆에서 도움을 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A팀의 2인자로 잘 지내던 신태용은 2015년 2월, 또 다른 직함을 달게 된다. 바로 올림픽대표팀 감독이다.

전임 이광종 감독이 건강 악화로 어쩔 수 없이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축구협회는 A대표팀 신태용 코치에게 '투잡'을 맡겼다. '감치(감독+코치)'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지도자들이 넘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라는 지적들이 없지 않았으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탈 없이 왔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신태용호는 현재 AFC U-23 챔피언십을 위해 카타르에 머물고 있다. 리우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개념의 대회인데, 14일 새벽 우즈베키스탄과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올림픽 8회 연속 진출에 성공해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결정되는 중요한 무대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의 미래도 걸린 테스트다.

올림픽에서의 실패라면 몰라도 만약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를 실패한다면 거칠 것 없던 신태용 감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년 대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 구성도 화려하지 않아 쉽지 않다. 그래서 신태용에게는 또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또 탄력을 받는다면, 진짜 '난놈'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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