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김민휘 "올해는 나의 해, PGA 투어서 밀려나지 않겠다"

김인오 2016. 1. 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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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4주 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짧은 머리로 골프채를 다시 잡은 김민휘가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골프다이제스트)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기 싫었던 것일까.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김민휘(24)는 쑥쓰러운듯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군대에서 흔히 쓰는 ‘다, 까’로 끝맺음을 하는 자신의 말투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1년 전 소년 티를 벗지 못했던 김민휘는 병역 의무를 마친 후 늠름한 남자로 변해 있었다.

◇PGA 투어 첫 해부터 자존심 구겨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주니어 무대를 주름잡던 김민휘는 치열했던 2부 투어 시절을 보낸 후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했고 올해 2년차를 맞는다. 첫 해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우승은 커녕 톱10에 겨우 두 차례 올랐고, 상금랭킹 123위로 125위까지 주어지는 출전권을 턱걸이로 유지했다.

김민휘는 “초반에 번번이 컷 탈락을 당하면서 출전권을 유지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쉴 틈이 없었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1년을 보낸 건 내 골프 인생 중 처음이었다”며 힘들었던 2015년을 돌아봤다.

코스 적응이 문제였다. 김민휘는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올라온 무대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평생 겪어보지 못한 잔디를 이겨내지 못하고 여러차례 좌절했다. 특히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 게임이 어려웠다. 대부분의 잔디가 홀 방향과 역결이라 5mm만 실수해도 바로 뒤땅으로 이어졌다. 프로골퍼로서 창피한 얘기지만 파를 잡는 게 우선 과제였다”고 털어놨다.

PGA 투어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도 컸다.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자존심 하나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회가 거듭될 수록 좌절감은 커컸지만 희망의 싹도 찾을 수 있었다.

김민휘는 “PGA 투어 선수들이 프로 골퍼라면 나는 초등학교 골퍼 수준에 불과했다. 그들의 현란한 샷에 주눅이 들었고, 내 실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들은 올해도 내년에도 프로 골퍼에 머물러 있지만 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앞으로 2년 정도면 따라잡을 자신이 있다. 진검승부는 그 때부터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드라이버 샷 정확해야 살아남아”

PGA 투어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민휘가 강조한 것은 단 하나. 바로 드라이버 샷 정확도다. 그는 “쇼트 게임에서 좌절을 많이 했지만 시간과 경험이 분명 해결해 준다”며 “하지만 드라이버 샷은 노력이 필요하다. PGA 투어는 페어웨이에서 1~2cm만 벗어나도 발목을 덮는 러프로 들어간다. 탈출은 하겠지만 파는 쉽지 않다. 시작이 어긋나면 끝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민휘는 병역 면제를 받고 지난해 12월 23일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쳤다. 마음 속에 있는 ‘큰 짐’을 덜었기 때문에 비상할 일만 남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민휘는 “1월부터 시작되는 대회 걱정에 입소 초기에는 빗자루를 골프채 삼아 스윙 연습을 하고 침상에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대회 순간을 떠올리는 등 명상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며 “승부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반성하고 골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내 인생 최고의 4주였고 짐을 벗었으니 이제부터는 비상할 날만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시드 유지다. 김민휘는 “톱10 10회 진입을 목표로 시드 걱정을 상반기에 떨쳐내겠다. 한번씩 경험했던 코스라 자신 있다. 상위권에 있다보면 첫 우승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며 “1992년 원숭이 해에 태어났다. 올해는 바로 나의 해다. 나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원숭이처럼 PGA 투어에서 절대 밀려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민휘(왼쪽에서 네 번째)는 지난해 말 육군훈련소에서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사진=김민휘)

김인오 (inoblu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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