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iga.told] 지단, 레알 감독 될 준비 됐습니까?

Andrew Murray 2016. 1. 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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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작년 3월. 대머리의 중년 남성이 팔짱을 낀 채로 바이에른뮌헨 연습장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훈련이 끝난 후 바이에른 수비수 단테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그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마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바로 지네딘 지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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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은 레알마드리드의 감독이 됐다. 5일(한국시간) 경질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후임이다. 레알은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가장 가치 있는 축구팀이다. 돈으로 따지면 무려 21억 1000만 파운드(약 3조 6946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조직이다. 지단은 이러한 공룡 클럽의 수장이 될 준비가 됐을까?
#1. 과르디올라에게 배운 지단
작년 2월 지단은 “과르디올라는 위대한 감독이다. 나는 과르디올라가 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에게 영감을 받는다”라고 했다. 이어 3월에는 바이에른으로 건너가 그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을 지켜보며 공부하기도 했다. 지단은 과르디올라의 뒤를 따르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했다. 
지단의 행보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의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페레스 회장은 그동안 과르디올라 같은 감독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과르디올라가 숙적인 FC바르셀로나 출신이 아니었다면 영입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렵다면 지단이 과르디올라가 되면 된다. 지단은 레알에서 최고의 시기를 보냈던 선수다. 현역 시절만 놓고 보면 지단이 과르디올라보다 낫다. 과르디올라도 지단처럼 B팀에서 A팀으로 ‘진급’했다. 지단이 과르디올라의 길을 따른다면 레알은 상징적인 의미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페레스 회장이 지단을 원했던 이유다. 
그렇다면 지단이 선수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물음표다. 심지어 그는 현역 시절 레드카드를 14번이나 받았다. 흥분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지단이 잔여 시즌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페레스 회장은 얼마나 오래 인내할 수 있을까?
#2. 지단은 공으로 말한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지단은 일찌감치 축구에 두각을 드러냈다. 지단을 스카우트 했던 장 바로드는 “그런 선수는 본 적이 없었다. 야지드(지단의 미들 네임)는 그 커뮤니티에서 전사(warrior)처럼 뛰었다. 그는 배고팠다”라고 말했다.
배고팠던 지단은 정식으로 축구를 하면서 최고의 선수가 됐다. 캉과 보르도, 유벤투스를 거쳐 레알이라는 최고 클럽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리그에서 세 번 정상에 섰고, 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FIFA 발롱도르의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은퇴할 때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다른 일에 전념하고 싶었다.” 지단이 했던 말이다. 하지만 그의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유목민이 되어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어쩔 수 없다. 그와 축구공은 떼어놓을 수 없다.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다. 
#3.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2006년 현역에서 물러난 지단은 2009년 3월부터 레알과 인연을 이어왔다. 당시 지단은 페레스 회장의 조언자 역할을 했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레알에 오는 것을 도운 인물도 지단이었다. 2011년 7월 지단은 레알의 단장(sporting director)가 됐다. 2013년에는 카를로 안첼로티를 돕는 코치까지 소화했다. 2014년부터는 레알의 B팀인 카스티야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쳤다. 지단의 레알 감독 부임은 그리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다. 오히려 꽤 자연스럽다. 
관건은 그가 성인팀에서도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지단에 부임한 후 카스티야는 6경기에서 딱 한 번 이겼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B팀에 1-2로 패하기도 했다. 올 시즌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기는 했지만 지단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다. 게다가 지금은 시즌 중이다. 지단은 흔들리는 팀을 빠르게 안정화시킬 의무가 있다. 초보 감독에게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4. 지단 리더십의 실체는?
지금부터는 지단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난파선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것은 선장의 능력에 달려 있다. 지단은 나름의 철학이 있다. 지난 6월 <프랑스풋볼>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부드럽게만 대하면 효과가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들을 준비가 안 된 선수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매번 그래서는 안 된다. 권위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소리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단은 내성적인 사람이다. 지단의 멘토이자 어린 시절 그를 가르쳤던 기 레콩브 감독은 “지단은 소심했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선수들과 어울리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단은 감독이 된 후에도 드레싱룸에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마르카>의 기자 히메네스는 “지단은 소리치는 일이 별로 없다. 가끔 선수들에게 정말 화가 나면 오히려 말을 아꼈다. 차분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봤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지단이 레알에서 보여줄지도 모르는 장면이다. 
#5. 이제 혼자와의 싸움이다
작년 6월 지단은 “감독은 홀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혼자가 돼야 한다. 코치일 땐 그냥 조언하는 역할만 해도 된다. 감독의 의견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감독은 다르다. 홀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감독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현재 레알은 위기다. 프리메라리가 3위에 머물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 있다. 베니테스 감독이 있는 동안 안 좋은 소문들이 많았다. 특히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내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단은 분위기가 가라앉은 팀을 안정시켜야 한다. 믿음은 확고하다. 페레스 회장은 “그에게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견고하며 의연하다. 축구에 있어서는 엄청난 실력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단은 과르디올라처럼 될 수 있을까?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뀔 수 있을가?
글=Andrew Murray, 사진= 포포투,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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