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지단, 제 2의 과르디올라 될 수 있나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6. 1. 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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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왼쪽)과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신임 감독(오른쪽)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스타 선수로 자리매김 했던 지네딘 지단(44·프랑스)이 이제는 감독으로 소속팀의 중흥기를 이끌 전망이다. 지단은 '숙명의 라이벌' 바르셀로나에서 나고 자라 성공적인 감독으로 거듭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뛰어넘는 대형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니테스 감독과 계약이 만료됐다"면서 "B팀(카스티야, 2군) 감독이었던 지단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5일 현재 리그 3위(11승4무3패, 승점 37)를 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국왕컵(FA컵)에서도 무자격 선수를 투입시킨 베니테즈 감독의 실수 탓에 조기 탈락했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던 레알 마드리드는 성적 반등을 위해 지난 6월에 부임한 베니테즈 감독의 경질과 더불어 '초보 감독' 지네딘 지단의 선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내심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프렌차이즈 선수 출신의 감독직 내부 승격을 부러워만 했던 레알은 드디어 소속팀 출신의 레전드를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 레알은 지단이 바르셀로나에서 대성공을 거둔 펩 과르디올라 감독(현 바이에른 뮌헨 감독)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바르셀로나는 B팀 감독이자 바르셀로나 유스 아카데미 출신의 레전드 과르디올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5년 동안 구단의 중흥을 이끌었던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을 내치고 1군 감독 경험이 일천한 과르디올라 감독을 선임한 바르셀로나의 행보는 말 그대로 파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대성공이었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의 리그 우승과 2차례의 국왕컵 우승, 역시 2차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부임 첫 시즌인 2008~2009시즌에는 3관왕(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감독(만 37세)이 되는 순간이었다. 스타 선수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마저 깼다.

지단 역시 과르디올라의 전철을 거의 그대로 밟고 있다. 물론 레알의 유스팀 출신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영향력을 지닌 레전드다. 지난 2001년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세계 1위의 이적료로 팀을 옮겨 화제를 모았고 곧바로 팀의 기적 같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물론 리그 우승 등을 이끌며 '갈락티코' 시대를 연 바 있다.

활동한 시즌은 단 5시즌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장까지 맡으며 지난 2006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명예롭게 은퇴한 지단은 이후 팀의 기술 고문, 코치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 2군인 카스티야의 감독으로 재직해 왔다.

스타 선수로서 레알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낸 지단. 또한 선수 은퇴 이후 레알에서 오랜 기간 일한 그는 구단의 철학을 계승할 인물로는 적합하지만 그에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스티야를 이끌었던 당시, 지단은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부임 첫 시즌인 2014~2015시즌 세군다B로 떨어진 카스티야를 2부리그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무자격 논란에 휩싸이며, 한 때 3개월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물론 프랑스 축구협회의 특별 코칭 라이센스를 발급 받았다는 확인이 뒤따르며 한 달 만에 징계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어수선한 시즌을 보낸 바 있다.

성적을 곧바로 반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안고 있는 지단 감독이다. 리그 3위임에도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베니테즈 전 감독을 사실상 내친 레알이다. 성적 반등을 위해 지단을 선임했지만 그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성적 향상을 위한 수뇌부의 파격 결정이 무색해지는 셈.

게다가 지단 감독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현재 프리메라리가는 18라운드를 마친 상태. 어느 덧 반환점을 돈 셈이다. 시행착오를 겪기에는 이미 많은 길을 걸어온 레알이다. 곧바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레알과 지단이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요원해질 뿐이다.

지단 감독은 취임사에서 "내 마음과 영혼을 다 바치겠다"며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 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지단은 과르디올라가 쌓아 올린 '초보 감독 성공기'를 이어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초보 감독 잔혹사'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될까. 그 서사시의 시작은 오는 10일 열리는 데포르티보와의 정규리그 경기가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jh566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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