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병신년'이라는 말에 상처받고 있다

유소연 기자 2016. 1. 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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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申年 패러디 농담 퍼져.. 온라인서 "하지말자" 캠페인

'잘 가라 이년(年)아! 난 더 좋은 년(年) 만날 거다! 그래 봤자 병신년(年).'

새해 첫날 아침 황모(여·32)씨가 직장 동료에게 스마트폰으로 받은 모바일 연하장 내용이다. 이 연하장을 받고서 황씨는 연휴 내내 기분이 찜찜했다고 한다. 황씨는 "농담으로 보냈겠지만 새해부터 비속어가 섞인 인사를 받으니 불쾌했다"며 "장애인을 경멸하는 단어인 '병신'과 여성을 비하하는 '년'을 농담 소재로 삼은 것도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육십갑자상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이를 패러디한 인사말이나 유머 글이 인터넷과 SNS에서 퍼지고 있다. 주로 장애인을 낮추어 일컫거나 상대를 멸시하는 말인 '병신'의 뜻을 차용하거나, 여기에 여성을 비하하는 '년'을 덧붙인 패러디 글이 많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선 '병신년 농담 안 하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모(여·22)씨는 지난주 말 "2016년 '병신년'을 패러디하여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데 함께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손 글씨로 써 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지인 3명을 지목해 같은 인증 사진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루게릭 환자들을 돕기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지목된 이들은 48시간 안에 이러한 다짐을 '인증 셀카'와 함께 올리고 각자 세 명씩 새로운 릴레이 주자를 지목해 캠페인을 벌이자는 것이다.

'병신년'을 소재로 한 농담을 하지 말자는 노래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사람도 있다.

캠페인에 동참한 한 시각 장애인은 "어렸을 때 사람들이 '눈 병신아'라고 모욕하고 경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누군가는 '병신년'이라는 표현에 상처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진철 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농담일지라도 '병신'이라는 단어가 장애인의 약자성을 공격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신년' 패러디 농담이 유행하는 데 대해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부쩍 심해진 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성 공격 성향이 일반인에게도 퍼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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