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업가 범죄자로 만든 국회

황순민 2016. 1.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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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무더기 법안처리 후폭풍..'모바일 車경매' 폐업 내몰려美·日선 '모바일 車경매' 활발
설립 1년 만에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하며 중고차 경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켜 온 중고차 모바일 경매 스타트업 '헤이딜러'가 5일 문을 닫는다. 두 달 만에 '뚝딱' 생긴 국회발 '대못 규제'에 전도유망한 청년 창업가가 '눈물의 폐업'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헤이딜러 창업자인 박진우 대표(27)는 3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작년 12월 28일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헤이딜러의 서비스는 불법으로 간주됐다. 더는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5일부터 서비스를 잠정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를 휴학하고 지난해 1월 헤이딜러를 창업한 박 대표는 불과 1년 만에 오프라인 거래 위주였던 국내 자동차 경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했다. 헤이딜러의 미래 가치를 보고 참여한 중고차 딜러가 500명에 이르고 주간 처리 물량도 800대 수준을 유지할 만큼 고객과 딜러 모두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헤이딜러의 돌풍은 국회의 난데없는 규제 조치로 위기를 맞았다. 김성태 의원(새누리당·강서을)이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체를 이 법의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온라인업체도 오프라인 영업장(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실)과 사무실 등 각종 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법 업체로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돼 속전속결로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 법안 심사를 거쳐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5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김성태 의원의 지역구는 중고차 오프라인 매장이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을이다.  중고차 모바일 경매를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한 이 같은 규제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 의욕을 꺾고 있다. 또 오프라인 영업을 온라인에 실현하는 'O2O(Offline to Online) 비즈니스'와 모바일 채널 강화·유통구조 축소로 설명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진우 대표는 "외국에는 인터넷을 통해 중고차를 경쟁 매매해 유통구조를 축소하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업체가 다수 있다"며 "일본은 인터넷 경매를 위해 일반적인 오프라인 경매장이 아닌 '고물경매알선업' 허가를 별도로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타던 차를 온라인에서 딜러에게 경쟁 매매하는 서비스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안을 발의한 김성태 의원실은 "경매장 시설과 해당 자동차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은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자가 등장해 기존 자동차 경매장과 형평성은 물론 중고차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박진우 대표를 비롯한 청년 창업가들과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중고차 공급자들 기득권에 휘둘려 시장 혁신을 포기하는 불합리한 사례"라고 성토했다. 헤이딜러는 중고 차량 판매 과정을 간소화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사진 5장만 올리면 딜러 500여 명에게 견적을 받아 판매자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딜러를 간편하게 선택해 거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처럼 판매자가 안심하고 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엄격한 심사를 거친 딜러만을 응찰단에 포함시켜 거래를 진행해왔다"며 "경매장을 짓기 위해서는 토지와 규정에 맞는 건물 등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한데 인터넷 경매를 업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이런 조건에 맞춰서 다시 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도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모바일 채널을 통한 소비자 편익 증대, 유통구조 투명·간소화 등 다양한 시장 혜택을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규제 신설 사유로 정치권이 "(오프라인) 시설기준을 갖춰야 소비자 보호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소비자 보호' 논리도 크게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거래 시 반드시 딜러가 판매자의 요청 주소지로 방문해야 하고 편법을 사용했을 때는 딜러에게 제재를 가하는 등 판매자가 안심하고 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왔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중고차 거래시장 선진화와 투명성을 위한 노력은 물론 그 중요한 기회가 사라져버렸다"고 허탈해했다.

박 대표는 5일 잠정폐업 조치와 관련해 "마지막까지 이용 고객과 딜러 간 거래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비스 종료 후) 사업 계획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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