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락중인 에너지와 원자재, 올해 최대 위험이자 최고의 기회

황인혁 2016. 1. 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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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
"2016년 가장 큰 리스크는 원유 등 에너지·원자재 시장에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요인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에너지·원자재 시장 리스크를 거론했다. 원자재발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달러 부채가 많은 신흥국 기업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루벤스타인 회장과의 일문일답.

―美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환경 변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은 오랫동안 예고된 이벤트였다. 이미 금리 인상 영향이 주식, 환율, 채권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단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지난 수년간 순항했던 채권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 연준은 회복 중인 미국 경제 여건을 감안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지만 통화 긴축과 유동성 축소로 인해 채권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다. 또 올해는 전 세계 각국 경제 회복 속도와 채권상품 간 금리 차별화가 더욱 큰 폭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연준이 올해 3~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이 같은 금리 인상 속도를 견뎌낼 수 있을까.

▷연준이 올해 분기당 0.25%포인트씩 약 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인상 속도는 미국 경제가 연 2%대 성장과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한 5% 실업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적절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미국 통화 긴축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너무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는 경제 여건과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여건이 악화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다.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러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미국 경제는 올해에도 예년 수준의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미국 가계소비의 온기가 유지되고 있다. 가계 수입·지출 여건과 에너지가격 하락세, 실업률 감소에 이은 임금 상승 움직임 등이 소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블랙스완 같은 충격이 올 것으로 보는가.

▷사전에 예견할 수 없는 게 블랙스완 아닌가.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는 에너지·원자재 시장에 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유가·상품가격 하락이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신흥국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 기업들이 발행한 미국 달러표시 채권은 무려 4조달러에 달한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강달러가 지속되고 달러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 달러 빚을 지고 있는 많은 신흥국 기업들은 자산·부채 미스매칭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달러 강세로 늘어난 달러 빚 상환 부담을 기존 경영실적으로는 감당해낼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치솟는다면 시장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올해 유가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 가격 추락세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에너지 개발과 관련한 지출 규모가 급감했다. 이 때문에 미래 에너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도래할 개연성이 있다.

최근까지 2000억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보류됐다. 지난해 신흥국 경제 성장률과 무역량은 상품가격 급락과 함께 크게 위축된 게 사실이다. 원자재 가격이 회복돼야 자원 개발 투자가 살아나고 생산 장비 제조업도 회복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올해 투자 기회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칼라일은 역설적으로 에너지·원자재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가가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판단해 마지못해 매물을 내놓는 사업자가 속출할 것으로 본다. 미 금리 인상기에는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기업일수록 증가하는 금융비용 부담을 감내하기 어렵다. 매도자가 부실 자산을 털어내려는 타이밍에 적절한 매수 기회가 생기게 마련이다. 신흥국도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과민 반응으로 펀더멘털보다 더 떨어진 신흥국 자산을 찾아 나설 것이다.

■ 亞시장 전망…한국, 노동개혁 성공 땐 4% 성장도 가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한국 경제와 관련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와 풍부한 외환보유액이 강점"이라고 평가한 뒤 "2013년 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비교적 안전한 지대로 인식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벤스타인 회장은 "문제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막대한 규모의 가계부채와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잠재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가계부채는 작년 9월 말 기준 116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한국 잠재성장률이 2012년 3.8%에서 2015~2018년에 3.0∼3.2%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국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10년 후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성장동력은 꺼져가는데 가계부채 폭탄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것이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 향후 수년 내에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주문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살려 청년 실업 등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 우려를 덜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한국은 아직 연 3.5~4%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원화, 경직된 정년퇴직제도,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과 같은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움직여야 승산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중국 경제 전망을 묻자 "중국 경제가 하강세를 타고 있고 성장세는 앞으로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 경제를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중화학공업,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 개발과 같은 소위 '올드 경제(old economy)' 영역은 확실히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물류, 헬스케어, 전문 서비스업의 중견·벤처기업 부문은 연 10%를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는 게 루벤스타인 회장 분석이다.

중국 가계소비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매년 4000억달러 수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 루벤스타인 회장은…

그의 독특한 이력은 뉴욕 월가가 아닌 워싱턴 정가에서 시작됐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내정치 담당 부보좌관을 역임한 그는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 변호사 개업을 거쳐 사모펀드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다른 금융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택한 게 주효했다. 사무실을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차렸고 자신의 정치 인맥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 칼라일을 키워나가면서 사모펀드계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1987년 윌리엄 콘웨이, 대니얼 대니얼로와 공동 창업한 칼라일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 중 하나가 됐다. 1949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듀크대(1970년)와 시카고대 로스쿨(1973년)을 졸업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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