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0년]스타 - 빅리거 5인방 맞대결.."누굴 응원하나" 행복한 고민

이용균 기자 2015. 12. 3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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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2016 메이저리그

2016년, 잠 못 드는 메이저리그의 밤이 시작된다.

동부의 맨끝 볼티모어(김현수)로부터 시작된 야구는 피츠버그(강정호)를 거친 뒤 중부지역의 미네소타(박병호)를 지나 텍사스(추신수), 로스앤젤레스(류현진)로 이어진다. 어느 날에는 새벽 2시에 시작된 코리안 메이저리그의 야구가 오후 2시까지 이어지게 된다. 미국 전역에 있는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 때문이다.

피츠버그 강정호

실제 개막 직후인 4월12일 새벽 2시, 강정호가 뛰는 피츠버그는 디트로이트와 경기를 치른다. 1시간 뒤인 새벽 3시, 김현수가 뛰는 볼티모어가 보스턴과 경기를 시작한다. 새벽 5시에는 박병호의 미네소타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를 갖는다. 이날 다저스의 경기는 없지만, 추신수의 텍사스가 오전 11시 시애틀과의 원정경기를 시작한다. 피츠버그가 경기를 시작하는 새벽 2시부터 텍사스의 경기가 끝나는 오후 2시까지 12시간 동안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활약이 계속된다.

2015년을 뜨겁게 달군 강정호의 활약은 메이저리그 팀들로 하여금 KBO리그 출신의 강타자들을 미국으로 소환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년 1200만달러에 계약했고,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 전역에 자리를 잡았고 이들의 활약을 지켜볼 팬들은 이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미네소타 박병호

메이저리그는 한국 타자들의 현지 활약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은 2015년의 가장 중요한 뉴스 중 하나로 박병호 입단 계약을 꼽았다. 박병호의 장타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단지 박병호가 한국프로야구에서 보여준 홈런 숫자에 막연한 희망을 걸고 있는 게 아니다. 박병호가 KBO리그에서 보여준 시속 150㎞가 넘는 타구 초속(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의 속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숫자다.

볼티모어 역시 김현수의 통산 타율 0.318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다. 풀타임 주전이 된 이후 팀 경기의 98%를 소화한 꾸준함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통산 삼진율 10.5%에서 나타나듯 김현수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에 보여준 대처 능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볼티모어 김현수

메이저리그 팀들이 또 하나 주목한 점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는 야구에 대한 태도다. 추신수는 시애틀에 입단한 뒤부터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오는 선수였다.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이미 운동장에 나와 훈련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 역시 불펜 피칭을 하지 않는 점은 의심의 눈길을 샀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은 박수를 받았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반한 가장 큰 장점 역시 열심히 야구를 준비하는 자세였다. 강정호는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았던 시즌 초반, 벤치에서 꾸준히 노트에 상대 타자와 상대 투수의 성향을 기록했다. 강정호와 박병호가 뛴 넥센 구단 관계자는 “한국프로야구를 찾는 스카우트들은 단지 한국 선수들의 야구 선수로서 능력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성실한 태도, 일종의 직업윤리(work ethic)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더라”고 전했다.

텍사스 추신수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가장 많이 뛰었던 해는 2005년이었다. 당시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 서재응, 추신수, 김선우, 최희섭, 구대성, 백차승 등 8명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구대성을 제외하면 모두 KBO리그를 거치지 않은 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선수들이었다.

10년이 흘렀고, 야구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이제 KBO리그를 평정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다저스 류현진

류현진은 첫 해 신인왕 투표 4위에, 강정호는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이들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지도 모른다. 첫 투수였던 류현진, 첫 야수였던 강정호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지만 박병호와 김현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단들이 더 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기회와 지원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여기에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이대호와 오승환이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둘 모두 몸값 등의 조건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한 상황이다. 이들이 메이저리그 지도에 이름을 올린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팬들로서는 밤이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끼리의 맞대결도 줄을 잇는다. 볼티모어 김현수는 4월5일 개막전에서 미네소타 박병호와 만난다. 두 팀은 하루 쉬고 7~8일 2연전을 더 치른다. 5월10~12일에는 미네소타로 장소를 옮겨 대결을 펼친다.

추신수는 김현수와 4월15~18일, 8월3~5일 7경기를 갖고, 박병호와 7월2~4일, 8~11일 7경기를 더 치른다.

류현진과 강정호가 모두 순조롭게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6월25~28일, 8월13~16일 맞대결 7경기가 예정돼 있다. 인터리그 맞대결도 있다. 강정호는 5월28~30일 추신수와 대결할 수 있다. 류현진과 김현수는 7월5~7일 사이에 맞대결이 가능하다. 2016년, 메이저리그의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이 계속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숙제2016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할 한국인 선수들에게는 기대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쌓여 있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첫 경험’에 따른 적응이라는 숙제가 있고 류현진과 강정호는 부상 뒤 복귀라는 숙제가 쌓였다. 추신수 역시 기대에 못 미쳤던 앞선 두 시즌을 이제는 제대로 만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새 시즌을 시작한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박병호, 김현수에 대해 “팀 분위기는 물론 달라진 리그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에 비해 경기 수가 많고, 원정을 다니는 기간도 길다보니 동료 선수들과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개인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팀내 규율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며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먼저 다가가고 먼저 친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는 “초반 경기 내용에 주눅들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0했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장타. 시즌 초반 타율이 떨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김현수의 경우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벅 쇼월터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이창섭 칼럼니스트는 “쇼월터 감독은 경기마다 계획이 확실하다. 그 계획에서 김현수가 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그때 초조해하지 않고 자신을 유지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재우 위원은 “쇼월터 감독은 팀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에서 김경문 감독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김현수가 김 감독과 오래 해 봤기 때문에 적응이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박병호에 대해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은 스타 출신이면서도 남에 대한 배려가 뛰어난, 흔치 않은 훌륭한 인물”이라며 “박병호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박병호에게 감독 복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KBO리그와 다른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을 가장 조심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김 위원은 “메이저리그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넓다고 할 수 있다. 강정호가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부분에 대한 공략이 아주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박병호 특유의 스윙이 그 공간을 어떻게 커버해내느냐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김현수의 장점은 선구안인데, 선구안이라는 것은 틀이 잡히면 쉽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김현수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어떻게 적응하는지가 열쇠”라고 설명했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류현진과 강정호에 대해서는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 위원은 “팀이 닐 워커를 떠나보낼 정도로 강정호에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마음 편하게 3루수에 집중하면서 홈런 20개 정도를 목표로 천천히 끌어올리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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