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한국 ICT.. "5G·IoT로 주도권 잡기 나서라"

박지성 2015. 12.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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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 중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 성장정체 장기화.. 위기감 커져 미래 핵심융합기술 중요성 커져 "산업체질, SW중심으로 전환을"

■ reDesign 대한민국

한국경제 새 틀을 짜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코리아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도체, 이동통신 등 선제 기술 투자와 인프라 구축으로 세계 최고 ICT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0년 만에 미국의 시장 선도와 중국의 추격, 일본의 엔저 공세 사이에 낀 '신 넛크래커' 위기에 빠졌다.

올해엔 미국 금리 인상 등 경기 불황에 대한 전망까지 겹치며 ICT 산업 위기 역시 심화할 전망이다. 국가 무역수지 흑자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ICT 산업이 흔들릴 경우, 국가 경제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ICT 산업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투자로 5세대(G)와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 융합 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 ICT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높은 성장률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국내 ICT산업은 스마트폰 대중화 시기인 지난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성장정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한국의 ICT 산업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10년 1265조3000억원으로 12.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ICT GDP는 1332조7000억원을 기록한 지난 2011년 14.3%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지난 2012년 성장률이 3.1%로 고꾸라졌다. 지난 2014년에는 3.9% 성장률에 1485조100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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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산업 성장정체에 맞물려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우리나라 ICT 인프라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통신속도와 네트워크 보급률을 주요 지표로 측정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보통신발전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평가에서 덴마크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정부규제와 기업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경쟁력이 지속 떨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네트워크준비지수(NRI)'는 규제 환경과 정보격차, 기업 혁신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평가 지수다. NRI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 2012년 10위로 밀린 데 이어 지난 2014년엔 처음으로 10위권을 벗어나 12위를 기록했다. 통신 설비는 잘 구축돼 있지만, 혁신을 위한 정부와 기업 마인드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는 여전하다. 통신 시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등장한 이후 시장 경쟁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심박계를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하기 위해선 관련 규제기관 2~3개를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여전히 규제 무덤에 융합상품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ICT 기술 혁신성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5개국 10대 분야 120개 국가기술 격차를 비교한 '2014년도 기술수준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위 미국의 78.4%, 기술격차는 4.4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추격자인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큰 폭으로 좁아지고 있다. 중국과 격차는 지난 2012년 1.9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0.5년 단축됐다. 특히 한국은 120개 전략기술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 기술이 하나도 없었다.

미국이 ICT 산업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초 원천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ICT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몸통'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ICT 제조업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에 치이고, 원천기술에선 선진국에 치이고 있다. 미국은 구글과 IBM, 애플 등 혁신기업들이 먼저 나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에 수조원을 투자하며 기술 선점을 시작했다. '대륙의 실수'라고 비웃음을 샀던 중국은 이제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샤오미는 가벼운 몸집을 앞세워 스마트폰은 물론 공기청정기, 정수기, 개인용 전동운반체, 체중계, 심지어 자전거에까지 무선 통신을 탑재한 혁신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의 가격은 한국 제품의 절반에도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5G 이동통신과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실감형 콘텐츠, 지능형 반도체 등 4개 분야에서 그나마 세계시장 선두 그룹에 속해있지만, 이 분야에서도 중국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추월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이제라도 ICT 산업의 두뇌를 장악하기 위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산업체질을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CT 산업에 필요한 핵심 SW와 핵심 부품소재와 특허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 고부가가치 위주로 ICT 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한류 콘텐츠, 인터넷서비스(포털 등) 등 플랫폼 서비스 분야에선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공룡 사업자 공세에 맞서 산업을 지키고 세계화 방안을 찾는 일이 과제로 떠올랐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미래형 ICT 산업과 시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아직 경쟁력이 완전히 죽지 않았다고 평가받는 하드웨어에 SW를 결합해 어떻게 혁신 스마트 서비스를 만드느냐가 앞으로 우리나라 ICT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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