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 시행 1년 독일, 우려했던 실업대란 대신 고용 늘어

주영재 기자 2015. 12. 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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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만 1년을 맞았지만 우려했던 실업 대란 대신 오히려 실업률이 줄고 고용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민주당(SPD) 출신의 독일 연방노동장관 안드레아 날레스는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라인니쉔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제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사회개혁이었다”며 “일부에서 터져나왔던 커다란 우려의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최저임금제로 인해 어떤 경제적 왜곡이나 실업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드레아 날레스 독일 연방노동장관이 9월2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간연방각료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Photo by Adam Berry/Getty Images

독일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간당 8.5유로(약 1만1000원)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지난해 9월 법안이 논의될 당시 독일의 보수적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제로 임금이 인상될 경우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도입을 반대했다.

특히 독일 뮌헨 대학의 IFO 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경제학자 한스 베르너 신은 90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제 시행 1년이 지난 지금의 독일 경제 지표는 이런 우려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통계기관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독일의 실업률은 연초 4.8%에서 10월 4.5%로 오히려 하락했다. 평균 실업률 9.3%를 보이는 유럽연합 내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이자 독일에서도 20여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신규 일자리는 40만개가 늘었다.

독일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4.8%에서 올해 10월 4.5%로 하락했다. 출처:유로스탯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도 높아졌다. 날레스 장관은 최저임금제 시행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소매업과 외식업종에서 ‘미니 잡’(mini jobs)의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니 잡’은 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월 450유로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뜻한다.

의무적으로 사회보험에 가입되는 정규직 일자리가 두 업종에서만 일년 사이 6만개 이상 증가했다. 반면 독일 ‘미니잡 중앙 협회’에 따르면 ‘미니잡’ 규모는 지난해 9월 이후 1년간 18만7125명(2.7% 하락)이 줄었다.

최저임금제로 가계수입이 늘면서 민간 소비도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민간소비 성향이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제로 인한 임금상승 효과가 소비·성장의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체 독일 노동자 4350만명 중 약 400만명 정도가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에는 전문가 2명 외에 고용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동수로 참여한다. 여기서 내년 6월까지 2017년 1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독일 노동계는 시간당 10유로의 최저임금을 제안했다. 노동계는 올해 3분기 독일 평균 임금 상승률이 2.7%(연 10.8%)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액수라고 보고 있다.

정부도 2017년 9월 총선을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날레스 장관은 “독일이 경제적으로 잘 해나가고 있고 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 역시 이로 인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변수라면, 올해 100만명 넘게 유입된 난민들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독일 노동시장에 편입되면 고령화로 인해 부족해진 노동력을 빠르게 채우면서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이주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과 언어 장벽을 고려하면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재계는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채용 이후 6개월간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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